직장 다니던 4남매가 퇴직 순 귀농 결심
온라인판매와 수출로 3개업체 억대매출
마을과 소통 문제 없어...가족같은 분위기
귀농은 충분히 생각하고 준비 많이 해야

경상남도 산청군 신안면에 있는 알천농원. 직장 다니던 4남매가 퇴직 순서대로 귀농하기로 결심한 것은 지난 2001년이다. 이들은 단감 농원 매입을 시작으로 주말농부 5년 경험을 쌓았다. 이후 알천농원 외 알천식품, 발효정원을 설립했다. 사실 귀농 초기에는 판로가 없어 수익을 올릴 수 없었다. 때문에 각자 배우자들이 다른 일을 해 생계를 책임지며 버텨냈다. 그렇게 힘든 상황 속에서도 지속적으로 상품개발을 해 판로를 찾았다. 현재 4남매는 온라인 판매와 수출로 억대 매출을 올리고 있다.

산청군 신안면 알천농원 인근. 4남매는 함께 살고 있어 힘든 일은 서로 돕는다.

알천농원은 단감, 대봉, 고종시 등을 생산하여 곶감, 감말랭이를 만들어 유통한다. 주요 거래처는 서울 가락동 청과시장, 서울 강서 청과시장, 생협, 온라인 판매로 연간 매출액은 1억 원 선이다. 또 경상남도 지정 농·식품 가공 전문수출업체로 등록 된 알천식품은 고추장, 된장, 즉석시락국, 즉석북엇국 등 가공 식품이 주력이다. 생협, 온라인판매, 수출로 수익을 올리며 연간 매출액은 2억 원 선이다. 끝으로 짱아찌류 생산·판매를 하고 있는 발효정원은 팔도 특산물 매장, 로컬푸드 매장, 온라인에 판매를 하고 있으며 연간 매출액은 알천농원과 비슷한 1억 원 선이다.

-4남매가 귀농하기 힘들었을 텐데 어떻게 가능했나요?

◇가족회의를 열었어요. 가족들 다 모였을 때 제가 얘기했죠. 우리가 나이가 들어 회사를 퇴직 할 때쯤이면 지인들이 많이 없어질 거다. 요즘 요양원도 많이 생기고 시설도 좋아졌다곤 하지만 그렇게 요양원 들어가서 외롭게 지내는 거 보다 우리 남매들이라도 모여 살면 즐거운 노후를 보낼 수 있지 않겠냐고 말했어요. 그랬더니 동생들도 찬성을 하더라고요. 하지만 어느 정도 준비기간이 필요하니 퇴직 순서대로 귀농을 하자고 했죠. 그래서 지금 순서대로 귀농한 거예요. 가장 젊은 막내 동생은 아직 퇴직 전이라 회사를 다니고 있어요. 퇴직하면 내려오겠죠.

알천식품은 경상남도 지정 농•식품 가공 전문수출업체로 등록돼 있다.

-각자 다른 사업을 하시던데 이유가 있나요?

◇처음에는 다 같이 했어요. 그런데 일을 하다 보니 아닌 걸 알았죠. 각자 잘 하는 게 있는데 다른 일을 하다 보니 수익성이 안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각자 자기한테 맞는 일을 하자고 했어요. 그랬더니 능률도 오르고 수익도 좋아졌습니다.

-지금은 안정적인 생활을 하시지만 처음 내려왔을 때는 힘든 점도 있었을 텐데요.

◇네, 저희는 오랜 경험을 쌓고 귀농을 했어요. 그런데도 자금 때문에 상당히 힘들었습니다. 토지 매입과 건축비 등으로 비용 소모가 너무 많았어요. 그때는 생계유지를 위해 각자 배우자들이 밖에서 열심히 일해줬어요. 지금은 부부가 같이 일하지만 그때는 얼굴 보기 힘들었죠.(웃음)

-교육이나 조언은 어느 정도로 도움이 되었는지?

◇농사 교육 중심으로 교육을 받았습니다. 지자체에서 주기적으로 교육을 했는데 꼭 참석해서 들었습니다. 요즘 귀농 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교육생이 늘었어요. 그 덕에 지자체 교육 수준도 계속 높아지더라고요. 아무래도 인원이 늘면 지자체에서 지원을 많이 해주거든요.(웃음) 수익이 안정 된 현재도 교육을 중요하게 생각해 경상대학교 최고경영자 마케팅 과정과 마이스터대학 단감, 참다래 과정을 교육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작목반 분들의 조언도 정말 큰 힘이 되었습니다. 이론은 한계가 있거든요. 그분들의 농장 실습을 통해 실제 필요한 농사 기술을 많이 익혔습니다. 지금은 오히려 제가 작목반 회장을 맡아 조언을 해주고 있죠.

이승로씨 부부(오른쪽)와 남매인 둘째, 셋째. 막내는 빠졌다. 이씨는 “막내 동생은 아직 회사를 다니고 있다. 퇴직하면 내려올 거다”라고 말했다.

-귀농을 하면 기존 주민들과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들었습니다. 괜찮았나요?

◇마을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아서 큰 문제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귀농 생활에서 소통을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 4남매 모두가 시간이 될 때마다 마을 행사와 어려운 일들을 같이 했어요. 시간이 흐를수록 외지인이 아닌 마을 주민으로 인정해주시더군요. 지금은 모두 가까이 지내고 서로 다 가족 같습니다.

-현재 귀농, 귀촌과 관련해 문제점 또는 개선할 점이 있다면요?

◇요즘 시골 땅값이 너무 올라 귀농하려면 큰돈이 들어요. 그런데도 땅을 구입하더라고요. 자기 땅에 농사를 짓고 싶다는 거죠. 땅을 비싸게 구입하면 수익도 그 정도가 나와야 하는데 몇 년간은 그럴 수가 없어요. 큰돈을 들여 귀농 했는데 수익이 안 나오면 당연히 생계가 힘들죠. 그러다 실패하고 돌아가게 돼요. 제 생각에 토지는 임대로 구하고 주말농부 경험을 몇 년 하는 게 좋을 거 같아요. 요즘 시골에 연세 많으신 분들 농사 짓기 힘들어하거든요. 그래서 금액만 맞으면 임대해 주시는 분들이 많아요. 귀농 하실 분들도 안정적으로 내려올 수 있고 시골 어르신들도 임대 수익이 있으니 서로 좋은 거죠.(웃음)

-마지막으로 예비 귀농·귀촌자에게 한마디를 해주신다면?

◇신중히 생각을 하셔야 합니다. 충분한 준비를 하고 내려와도 어려움이 많은 시골생활입니다. 몇 년이 중요한 게 아니라 충분한 준비가 되었을 때 귀농을 하신다면 실패를 줄일 수 있습니다. 제가 있는 산청 쪽에 귀농하신다면 조언을 해드릴 수 있으니 연락주세요.

▶ 알천농원 - 경상남도 신안면 신차로 355번길 221 055-973-2968

4남매 중 맏이인 이승로씨. 그는 귀농 이유를 “남매들이 모여 살며 노후를 즐겁게 보내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 귀농ㆍ귀촌 팁!

◈ 농업회사법인

'위탁영농회사'라는 이름으로 시작했지만 1995년부터 지금 명칭으로 바뀌었다. 법인을 설립할 수 있는 대상은 농업인, 농산물 생산자단체 등이 있다.

대통령령이 정하는 비율의 범위 안에서 농업인이 아닌 사람도 법인 출자를 할 수 있어 2015년 기준 전국 농업회사법인은 5,692개이며 출자자는 42,182명이다.

필요한 사업과 대통령령이 정하는 부대사업을 수행할 수 있고,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예산 범위 안에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법인 형태는 주식회사, 유한회사, 합명회사, 합자회사가 가능하다.

사업 범위는 농작물 생산 및 유통·가공·판매 등이다. 위탁 면적은 50ha 이상, 종업원 수는 5명 이상이어야 하되, 1인당 출자한도는 25%이다. 농업인이 아닌 사람도 주주로 참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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