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을 품고 있는 진주와 서부경남 주민의 뜻도 충분히 반영해야

경상남도의 거점 국립대학인 경상대학교와 경남과학기술대학교의 통합을 놓고 시끄럽다. 주로 경남과기대 측 동창회를 중심으로 통합을 놓고 다양한 각도로 문제 제기를 하는 모습이다.

국립대 통합은 관련 법령에 의해 강제로 시행할 수 없으며 대학 간 자율통합이어야 한다. 대학통합 여부 논의에는 다양한 주체들이 포함될 수 있다. 교수와 교직원, 학생, 졸업한 동창들과 동창회가 포함될 것이다. 무엇보다 대학을 품고 있는 진주시민과 서부경남주민들의 의견도 무시해서는 안 될 요소일 것이다.

문제는 두 갈래다. 앞으로 여러 지표들을 종합해 볼 때 통합을 하는 것이 영속적으로 국립대학으로써의 타당한 생존전략이다는 판단에 따른 찬성이다. 반면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갖고 있는 대학이 충분한 의견수렵을 거치기 않은 채 서둘러 통합하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반대론이다.

양측 주장 다 모교를 사랑하고 장래의 모습에 대한 걱정 때문임은 높이 평가해 박수칠 일이다. 다만 그러한 모습을 어떤 시각에서 인식하느냐 하는 문제다.

대학통합이 화두가 된지 오래됐다. 인구감소에 따라 대학입학자원의 급격한 감소가 화두의 중심이라는 점은 공통된 인식일 것이다. 결국 예상되는 대학입학자원의 감소추세와 그 추세에 따른 진주권 국립대학에 미칠 모집정원 충원문제가 당장 통합논의의 시급함을 더했을 것이다.

이러한 쟁점을 놓고 경상대와 경남과기대 양측 모두 통합 논의과정에 과학적인 접근은 없어 보인다. 겉으로 보기에는 감정싸움으로 비춰지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닌 듯싶다.

특히 반대의 목소리가 많이 불거져 나오는 경남과기대의 경우 총장이 문제제기 주체에 따라 일관성 없는 대응을 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동창회 측도 통합을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것을 뒷밭침할 치밀한 분석 자료나 전체는 아닐지라도 다수의 동창들을 대상으로 의견조사를 한 자료 등을 근거로 내놓지는 못하고 있다.

이러한 모습은 진주권 두 국립대학을 둘러싼 통합 논란에서만 나타나는 현상만은 아니다. 대한민국의 정치권이 그렇고 너와 나의 삶의 모습 속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현상들이다. 그래서 더 우려가 크다.

지금부터라도 왜 통합을 해야 하는 지? 왜 통합을 반대하는 지? 합리적인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인구 감소에 따른 입학정원 채우기 대안에 1차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인구감소 예측통계 자료를 바탕으로 대학을 둘러싼 미래지표들을 과학적으로 추출해 내야 한다. 특히 국립대학이 집중돼 있는 진주와 서부경남 권의 지리적·산업적 특성도 고려해야 한다.

무엇보다 패배주의에 사로잡혀 학령인구가 줄어들면 곧바로 입학정원 채우기 어려움이라는 산술적 등식에 억매여서는 안 될 것이다. 교수는 강의는 물론 연구의 질을 높이도록 매진하고 학생들은 더 열심히 공부해서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동창과 동창회는 이러한 요소들을 합목적적 방향으로 이끄는데 힘을 실어주어야 할 것이다.

인구감소라는 충격으로 다가오는 미래의 모습은 만만치 않다. 단순한 논리로 서로 논박하며 시간을 보내기에는 너무나 규모가 크고 절박한 결과를 초래할 것임이 불을 보듯 빤하다. 모든 것을 던져놓고 원점에서 다시 접근하길 바란다.

임진왜란이나 6.25 한국전쟁 같은 큰 전쟁을 격고 나서도 이렇게까지 심각하게 걱정하지 않았던 인구감소문제가 지금 최고의 걱정거리가 됐다. 이 파고는 누구도 겪어보지 않은 상황인 만큼 누구도 쉽게 예측할 수 없는 미래의 충격일 것이다. 충격을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지는 못할지라도 충격을 덜 받는 선택은 구성원이나 관계자들의 현명한 판단으로 가능한 일임을 항상 머릿속에 새기면서 대학통합 논의를 진행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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