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진주문화원장 김진수
                                           전. 진주문화원장 김진수

 

반만년 역사 대대로 농사를 천직으로 알고 풍년들면 잘 살고 흉년들면 못사는 그런 시대를 살아오다가 1970년대부터 산업화 시대로 전환되기 시작해 지금은 세계10대 경제 강국에 진입했다.

육군소장이 중심이 되어 군사쿠데타를 일으켜 국가재건 최고회의 의장을 거쳐 대통령으로 선출된 다음 농촌근대화를 부르짖으며 마을 안길을 닦고 지붕개량을 하며 경지정리 사업으로 논밭을 바둑판처럼 다듬어 경운기로 농사를 짓게 하고 새마을 운동을 펼쳐 새로운 희망을 일깨워주기도 했다.

농촌근대화와 새마을운동을 추진하면서 이 나라 백년 앞을 내다보고 농경사회에서 산업화 시대로 전환시켜 보다 잘살게 하기 위해 경부고속도로를 닦고 포항제철을 건설했다. 사상공단과 울산공단, 구미공단, 창원공단, 여천공단을 조성해 많은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기도 했다.

공단이 조성됨으로써 70%가 넘든 농촌인구는 도시 공장지대로 서서히 몰려들기 시작하면서 전통적인 농경문화 역시 변화의 바람이 불기시작 했다. 지금은 도시 인구가 70%를 상회하는 가운데 생활문화 역시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일제강점기와 6.25전란을 거치면서 세계 최 빈곤 국가를 면치 못하고 있던 이 나라가 세계 10대 경제 강국이 됐다는 것은 혁명적 발상에 의한 산업화전략이 적중됐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그 당시 산업화가 되지 않고 농경사회 그대로 유지 됐다면 인구는 늘어나고 한정된 농토에서 가난을 되풀이하면서 살고 있을 것임을 생각하면 두렵기까지 한다.

처음 정권을 잡기 위해 쿠데타를 일으킨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나 결과적으로 농촌근대화를 이룩하고 산업화의 경제부흥을 이룩했기 때문에 혁명을 달성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혁명과업을 완성하는 과정에 경상도에 공장을 많이 건설하고 인구가 많이 모여들게 함으로써 다른 지역보다 이곳이 더 많이 발전되게 한다는 차별성의 말이 나오기까지 했다. 이에 더해 지역감정이라는 신조어까지 나오게 돼 새로운 사회문제로 대두되기 시작하면서 급기야는 정치적 이해관계와 결부시켜 영호남지역 감정으로까지 부각됐다는 것을 생각할 때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는 그 오해를 풀어야 하는 책무를 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분명히 살펴보아야 할 것은 우리와 미국과의 동맹관계에서 한일국교 정상화가 됐고 산업화시대로 가는데 있어 자유 우방국가가 수출입 대상 이였기 때문에 그 수출입 관문이 부산항 이였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나아가 이러한 연관성 때문에 항만시설 가까운 곳에 공장을 지을 수밖에 없었기에 산업단지도 경상도 지역에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이를 두고 영남우대론 이니 뭐니 하며 호남을 푸대접하고 있다고 아우성을 치게 하면서 정치적으로 지역감정을 부추기지 않았나 하는 점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영남은 산간지대가 많으므로 공업용수 조달이 용이했고 호남은 평야지대로 공업용수 조달에 어려움이 있었다는 것도 알아야 하며 또 한 가지는 그 당시 중국과는 지금처럼 국교정상화가 되지 않은 적대관계에 있었기 때문에 중국과 가까운 서해안 쪽에 공장을 지을 필요가 없었다는 것도 분명히 짚어볼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전라도나 충청도 할 것 없이 전국에서 영남 동부권에 있는 공장지대로 사람들이 몰려든 것인데 부산항의 수출입 관문이라든지 풍부한 공업용수 같은 조건들은 모조리 빼버리고 호남푸대접이라는 좋지 않은 논리만 대두시켜 선거 때만 되면 이것을 이용한 것을 가지고 지금에 와서는 영호남이 무슨 큰 원수라도 진 것처럼 영호남 화합을 부르짖고 있다는 것은 따지고 보면 정치인들의 이해관계에서 병 주고 약 주고 한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산업화시대 중반까지만 해도 적대 관계에 있던 중국이 국교정상화가 되므로 써 중국과의 무역 교류가 확대되고 있는 지금은 인천항을 비롯해 서해안 일대에 항만 시설과 함께 많은 공장들이 들어서고 있는 것만 보더라도 그 당시 고의적으로 호남을 푸대접한 게 아니라는 것이 여실히 증명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농촌근대화를 이룩하고 산업화의 혁명으로 세계 10대 경제 강국이 될 수 있도록 튼튼한 기틀을 닦은 그때 그 정신을 살려 영호남 지역감정은 완전 소멸시켜버리고 진정한 영호남 화합으로 남북평화통일이 될 수 있도록 범국민적 지혜를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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