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구씨(杏仁) 사진                                                                        살구(杏實) 사진                                                     

행림(杏林) 중국 삼국시대 위(魏)나라의 조조, 촉한(蜀漢)의 유비, 오(吳)나라의 손권 때, 의술은 인술(仁術)이라는 참된 의사의 도리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진(晉)나라 때 갈홍(葛洪)이 지은 『신선전(神仙傳)』에 「행림춘만(杏林春滿)」이라는 고사가 있다.「살구나무 숲(杏林)에 봄이 가득하다」라는 뜻으로, 의술이 고명함을 칭송하는 말로서, 행림은 의학계를 지칭하는 말로 쓰인다.

삼국시대, 오나라에 동봉(蕫奉)이라는 의술이 뛰어난 의사가 있었다. 그의 집은 진찰 받으러 온 사람들로 하루 종일 붐볐다. 동봉은 예장(豫章)지방의 여산(廬山) 밑에 살면서 사람들의 병을 고쳐 주었다. 그는 치료비를 받는 대신 환자들에게 살구나무를 심게 하였는데, 중병을 치료한 사람에게는 다섯 그루를, 가벼운 질병을 치료한 사람에게는 한 그루를 심게 하였다. 이렇게 몇 년이 지나서 살구나무가 수십만 그루나 되어 울창한 숲을 이루었으므로 사람들이 이를 동선행림(蕫仙杏林)이라고 불렀다.

동봉은 뭇 짐승들로 하여금 행림 안에서 놀게 하고, 자신을 대신하여 행림을 지키게 하였다. 그는 사람들에게 살구가 익으면 곡식 한바가지를 살구 한 바가지로 바꾸어 가되, 자신에게 알릴 필요는 없으며 자율적으로 하라고 일렀다.

그래서 간혹 바가지에 쌀을 조금 담아 와서는 살구를 가득 담아 가려는 사람이 생겼다. 그럴 때면 어김없이 호랑이가 나타나 포효하여 놀라게 했다. 욕심이 많은 사람은 허둥지둥 도망가느라 바가지에서 쌀을 적지 않게 흘리게 마련이었는데, 집에 돌아가서 살펴보면 살구의 양이 자신이 가지고 갔던 쌀의 양과 똑같았다.

동봉은 해마다 살구를 팔아 곡식을 바꾸어 가난한 사람에게 나누어주었다.

어느 날, 동봉은 신선이 되어 하늘로 올라갔는데, 인간 세상에 3백여 년이나 머물렀으나 승천할 때 그의 용모는 30여 세의 젊을 유지하였다.

이렇듯 「행림춘만(杏林春滿)」은 훌륭한 의사의 미덕을 칭송하는 성어(聖語)로 사용된다.

동봉과 그이 아내 사이에는 자식이 없었다. 그래서 부부는 양녀를 얻었다. 동봉은 삼백 살이 되던 어느 날 홀연히 구름을 타고 사라졌다고 전해지며, 그 후로 그의 아내와 양녀는 살구를 팔며 살았다고 한다.

그런 연유로 살구나무 숲이라는 뜻의 행림이란 말이 유래되었고, 의림(醫林)이라는 말도 나오게 되었다. 행림이란 숭고한 정신에서 올바른 의술로 덕(德)을 펼치는 것을 뜻하는 말이 되었다.

살구는 우리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나무 열매로, 예로부터 서민들의 애환과 함께 배고픔을 달래 주었던 나무 열매이다. 이러한 열매는 사람의 몸에도 좋은 작용을 해주어서 병을 치료하는 약재로 사용되고 있으며, 한방에서는 살구를 행실(杏實), 살구씨를 행인(杏仁)이라고 부른다.

살구나무는 장미과의 갈잎 큰나무로 중국이 원산지이며 마을 근처에 잘 자라며, 오과(五果) 즉 다섯 가지 과일 복숭아, 자두, 살구, 밤, 대추의 하나이다.

살구의 성질은 약간 따뜻하고 독이 약간 있으며, 맛은 쓰고 약간 맵다. 살구는 헤모글로빈을 재생시키는 능력은 간(肝)에 못지않게 뛰어나 조혈작용에도 관여한다. 또 폐암과 췌장암을 예방 한다. 특히 페암과 췌장암의 경우 흡연과 관련이 많기 때문에 애연가들에게 권장하는 식품이며 약재이다. 폐암에 효능이 좋은 이유는 베타카로틴이 고농도로 함유되어 있기 때문이다. 살구는 생과일 상태보다는 말린 상태로 먹는 것이 몸에 더욱 좋다. 서양에서는 대표적인 항암식품으로 인정하고 있다. 그리고 비타민 A와 베타카로틴은 항암효과 외에 항노화작용도 한다. 섭취 시에는 생살구보다 말린 형태로 선택하는 것이 현명하다. 베타카로틴과 철분, 칼륨의 농도가 높아져 효과가 크다.

살구씨(杏仁)의 효능으로는 폐의 성약(聖藥)이라 할 수 있다. 대장을 깨끗이 하고 해수 천식과 같은 기관지 계통의 질병을 멎게 해준다. 폐병, 해수, 천식, 담혈(痰血), 백일해, 기침 등에는 살구씨(한약 건재상에서 판매) 3되를 껍질을 벗겨 말리고(온수에 하루정도 담가두면 벗기기가 쉽다), 이 씨를 노랗게 볶아서 부드럽게 갈은 후 꿀 한되와 섞어 찐다. 이것을 하루 세 번 식전 후 큰 숟가락으로 복용한다.

1970년 아폴로 13호가 달 탐사를 위해 우주 밖으로 나갔을 때는 살구를 우주 탐험대의 건강식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무중력 상태에서 우주 비행사들의 심장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음식으로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살구씨(杏仁)의 지방성분은 대부분의 여성이 수 십 년간 겪어야 하는 생리통과 생리불순을 완화하는 효능이 높고, 변비에도 큰 도움을 준다. 그리고 위(胃)를 편안하게 하고, 대장운동을 촉진한다. 특히 노인성 변비와 임신과 산후변비에 탁월한 효과를 본다.

살구씨(杏仁)에 함유된 리놀렌산, 올레인산 등의 불포화지방은 피부를 하얗게 해주고 윤기가 나도록 해주며, 기미와 주근깨를 제거해주는 등 전반적인 피부건강에 도움이 된다. 간편하게 기름(오일)형태로 이용하기도 하고, 살구 비누, 팩, 살구씨 가루, 오일 등을 이용한 맛사지로 여성의 사랑을 많이 받는 과일 이다.

최근 연구에 의하여, 말린 살구의 카로테노이드 성분과 라이코펜 성분이 심장병과 암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네티즌들 눈길을 끌었다. 살구에는 비타민 C와 유기산이 많아 피로회복과 갈증해소에 좋다. 현대의학에서도 살구의 효능을 인정해 기관지염과 폐암, 유선암에 도움이 되는 약재로 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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