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학박사 정찬기오
교육학박사 정찬기오

진보교육에 대한 잘못된 이해의 대표적인 사례는 진보주의(progressivism) 개념을 잘못 전달한 일부 학자들과 진보의 개념을 잘못 이해한 상당수의 교사들이다. 진보(progressive)의 본래 의미는 개혁이나 혁신이 아니다. ‘학습자의 흥미나 관심으로부터 출발하여 점진적으로 발전하는 성장의 과정’이라는 의미의 용어이다. 진보주의 교육은 미국에서 형성된 실용주의(pragmatism) 철학과 유럽의 자연주의(naturalism) 교육관을 그 바탕으로 하고 있다.

미국의 실용주의 철학은 19세기 말 보스턴에서 형이상학에 비판적인 지식인들이 ‘형이상학 클럽(Metaphysical club)’이라는 이름으로 정기적인 모임을 가진 데서 비롯되었다. 미국 실용주의 철학의 창시자인 퍼스(Peirce)가 프래그머티즘이라는 이름으로 논의됐던 것들을 정리해서 발표한 것이 철학사에 등장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퍼스의 이러한 사상을 하나의 철학 이론으로 발전시킨 제임스(James)는 인간이 환경에 적응하는 데 가장 쓸모 있는 인식을 ‘참된 인식’이라 보고, “어떤 사물이 얼마만큼의 유용성을 갖는지가 진리를 평가하는 기준이 된다.”고 주장하였다.

프래그머티즘은 실천, 행위 등을 뜻하는 그리스어의 ‘프래그마(pragma)’에서 유래하였으며, 영어의 실제적(practical) 실천(practice)이라는 말과 관련이 있다. 프래그머티즘의 핵심 사상은 ‘유용한 것이 진리’라는 말로 표현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프래그머티즘 철학자들은 끊임없이 변하는 미국 상황에서 유용성이 검증된 진리만 ‘참’이라는 생각을 하였다. 프래그머티즘은 미국에서 탄생한 철학 사상이긴 하지만, 그 철학적 뿌리는 유럽의 철학에 있었다. 진리라는 것은 언제나 바뀔 수 있다. 현재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유용한 지식이면 충분하다. 만약 더 나은 방법이 있다면 그것을 선택하는 것이 프래그머티즘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유럽의 자연주의 교육관은 루소(Rousseau)의 자연주의 사상과, 페스탈로치(Pestalozzi)의 자연주의 사상, 그리고 프뢰벨(Froebel)의 자연주의 등에 기초하고 있다. 즉 양육이나 교육은 자연의 법칙에 기초하여 실시해야 한다. 정원사가 식물을 키우듯이 교육해야 한다. 인간 내부의 능력을 자연스럽게 발전시켜야한다. 자기 계발의 방법과 자기 훈련의 방법을 발전시켜야 한다. 머리(정신)-가슴(마음)-손(기능)이 조화롭게 균형을 이루는 자연스러운 교육이어야 한다. 그리고 자연현상의 영원성-창조적 자기활동-노작 학습 등을 중요시하였다. 요컨대, 유럽의 자연주의 교육관은 자연의 법칙에서 도출한 원리들의 적용 교육, 인간의 선한 본성이 발현되는 교육, 인간발달의 일반원리 중심의 교육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존 듀이(Dewey)의 진보주의 교육은 아동들이 생활 장면에서 부딪히는 문제들을 점진적으로 해결해 나갈 수 있게 하는 성장과정에 그 초점을 맞추고 있다. 즉 ‘성장으로서의 교육’에 초점을 맞춘 ‘행동에 의한 학습’과 ‘경험 중심의 교육’을 그 기본 원리로 하고 있다. 진보주의 교육운동은 학습자의 흥미와 관심, 학습자의 자유와 개성에 그 초점을 맞춘 새로운 교육운동이었다. 존 듀이가 주장한 ‘성장으로서의 교육’은 개인의 성장과 사회의 성장을 포함하고 있다. 그는 학교가 민주주의 사회의 원형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요컨대, 진보주의 입장에 부합되는 교육 내용이나 교육 자료는 학습자들의 관심거리, 생활 주변에 소재하는 자료들, 그리고 실제 생활에 실용성이 있는 자료 등으로 선정-조직 되어야 하며, 학부모나 교사는 학습자가 자기 주도적으로, 점진적-발전적으로 학습할 수 있게 도와주는 안내자-조력자-자문가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 그 본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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