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어에는 성(誠)이라는 글자가 있습니다.

이 글자는 말(言)과 이룬다는 뜻을 가진 성(成) 자(字)의 두 글자가 합해져서 만들어진 형성문자(形聲文字)입니다.

즉, 말(言)을 이룬다(成)는 뜻인데 꼭 이루어야 할 일은 글로 기록해두고 말로서 표출하되 수없이 반복해야 하는 것입니다.

종교에서 기도(祈禱)를 드리는 것도 이루고자 하는 바를 말로 표현하는 한 가지 형태입니다.

삼국사기에는 고구려 평원왕 때의 장수였던 온달장군에 얽힌 이야기가 나옵니다.

온달은 얼굴이 못생긴 데다 가난했기 때문에 "바보온달"이란 놀림을 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앞을 못 보는 노모를 극진히 모셨기에 주변에서 효자로 칭찬을 받는 사람이었습니다.

당시 고구려 평원왕에게는 걸핏하면 울어대는 어린 공주가 있었습니다.

평강공주였는데 공주가 울어댈 때마다 "너는 나중에 바보 '온달'에게 시집을 보내겠다"고 하면 울음을 그쳤다고 합니다.

훗날 공주의 혼기가 되자 왕은 귀족인 상부 고(高) 씨의 아들에게 시집을 보내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공주는 왕의 뜻을 완강히 거절하고 끝내 온달에게 시집을 가려 합니다.

"네가 내 뜻을 따르지 않으니 너는 내 딸이 아니다. 네 마음대로 하거라" 하면서 딸을 궁궐에서 내쫓았습니다.

공주는 온달의 집으로 가서 온달에게 혼인을 청하지만 온달은 천민의 신분인 자신이 공주를 아내로 맞을 수 없다면서 완강히 거절합니다.

하지만 조금도 물러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평강공주의 고집을 꺾지 못하고 혼인을 하게 됩니다.

공주는 궁궐에서 가져온 보화를 처분하여 마련한 돈으로 토지와 노비를 마련하고 온달에게 말타기와 활쏘기 등을 연마하게 했으며 글은 자신이 직접 가르쳤습니다.

피나는 노력 끝에 온달은 장수가 되었습니다.

당시 고구려에서는 음력으로 3월 3일에 사냥대회를 열어 우승한 사람에게 큰 상을 내리는 풍습이 있었습니다.

이 대회에서 온달이 귀족출신의 무사들을 제치고 1등을 차지합니다.

비로소 왕은 온달을 궁으로 불러들여 대형(大兄)이라는 큰 벼슬을 내립니다.

6세기 말, 고구려는 적극적인 남진정책을 펼치면서 신라, 백제와 충돌이 잦았는데 온달이 이들 전투에 참전하여 큰 공을 세웠다고 전해옵니다.

임금이 어린 딸에게 귀에 못이 박힐 정도로 "바보 온달에게 시집을 보내겠다"고 했던 것이 결국은 말이 씨(氏)가 된 것입니다.

이렇듯 사람들의 입에 많이 오르내리면 그 말대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입니다.

반도체는 정보를 담는 그릇입니다.

기흥(器興)은 그릇(器)으로 흥(興)한다는 뜻을 가집니다.

그 기흥이 지금 어떻게 되었습니까?

세계적인 반도체 생산도시가 되지 않았습니까?

고흥(高興)은 말 그대로 "높이(高) 흥(興)한다"는 뜻이고, 나로도(羅老島)는 "날으다"는 우리 말을 한자어에서 음(音)을 따서 표기한 차음어(借音語)입니다.

고흥군 나로도에는 우주기지가 우뚝 솟아 있습니다.

1970년대 말까지 광양은 한적한 어촌이었습니다.

광양(光陽)은 빛(光)과 볕(陽)으로 지명(地名)이 붙어 있습니다.

근래에는 밤중에 남해고속도로를 지나가다보면 광양 부근은 하늘이 온통 밝게 빛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름 그대로 이루어진 것입니다.

1980년대 이전, 영종도에 공항이 들어설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영종도의 옛 이름은 제비가 많이 날아든다고 자연도(紫燕島)라 불렸습니다만 조선시대 숙종 때부터 영종도(永宗島)로 개명했다고 전해집니다.

영종의 뜻을 풀이하면 길다는 뜻의 영(永) 자(字)에 마루라는 의미를 가진 종(宗) 자(字)가 붙어서 이루어진 지명(地名) 임을 알 수 있습니다.

즉, 긴 마루인 셈인데 긴 마루는 활주로를 의미한 것 아니겠습니까?

수백 년 전에 이미 영종도에 공항이 들어설 것을 예견이라도 하고 섬 이름을 지었다는 것인지 우리 조상님들의 선견지명에 감탄사가 절로 나오지 않을 수 없습니다.

청주국제공항이 들어선 곳은 원래 지명이 청원군 북이면 비상리(飛上里)와 비하리(飛下里) 였습니다.

비행기가 내리고 뜬다는 의미를 가진 마을에 국제공항이 들어섰다는 것도 지명과 무관치 않는 것입니다.

경남 진주시 서쪽에는 "진양호"라는 인공 호수가 있습니다.

이 호수는 1960년대 낙동강 하류지역인 함안, 의령, 창녕, 밀양, 김해, 부산 등지의 홍수를 예방하고 생활용수와 산업용수 및 전기를 생산하는 용도로 건설된 다목적댐입니다.

이 댐이 건설되기 수백 년 전부터 있었던 지명인 진양군 내동면(奈洞面) 삼계리(三溪里)에 댐이 들어서면서 내(江)는 지명처럼 삼계(三溪)가 되어버렸습니다.

홍수로 강물이 범람할 위험이 보이면 사천만 쪽, 새로 만든 방수로로 물을 흘려보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묘한 것은 삼계리 마을 앞에 있던 침수정(沈水亭)이란 이름을 가진 정자가 댐의 건설과 함께 물속에 잠기고 말았다는 사실입니다.

이름을 "물에 잠기는 집" 즉 침수정(沈水亭)으로 지었으니 어쩌면 당연한 귀결인지도 모를 일입니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 많은 문제점을 노출시키고 있는 김해국제공항만 보더라도 사천국제신공항 건설이 급속도로 부각되고 있는 이유도 사천시 서포면 비토섬 지명과 깊은 연관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비토섬 비자는 날(飛)이고 토자는 토끼(兎)라는 것입니다. 즉. 토끼가 난다는 뜻입니다.

토끼가 난다는 것은 비행기가 난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는 것이므로 영종도 인천 공항과 같이 비토섬 사천국제공항을 수백년 전에 이미 예시해 놓았다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남부권 중심 국제공항은 김해로 할 게 아니라 영호남 중간 지점인 사천시 서포면 비토섬 일대에 건설하는 것이 가장 합당하다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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