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옛날 그대로
남강은 유유히 흘러가고 있었다
까까머리 소년이 하얀 백발을 이고
찾아든 마음의 고향 진주라 천리길
난 칠암동 대숲 길 벤치에 앉아
여친이 보내준 ‘가을이 남기고 간 사랑’을
들으며 하염없이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았다
강 건너 뒤벼리엔 이미 노을이 내리고 있는데
난 시공을 뛰어넘어 10대로 달려가고 있었고
스쳐간 인연들은 영근 사랑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촉석루 잿더미에서 지켜본 처참한 전쟁의 비극
서장대 차가운 돌팍에 앉아 개와 함께한 노천수업
안성 자취방에 전해온 석이네 엄마의 그 맛 김치
평거들과 비봉산을 헤매며 바라보던 그 파란 하늘
부정비리 판치던 선거판에 나섰던 만용의 계몽운동
징검다리 건너 도동 백사장으로 이어지던 풋내기 사랑
그랬다
발길은 피멍이어도 가슴은 뜨거웠다
그것은 고통이 아니라 젊은 날의 성장통이었다
그 가슴앓이 빈 가슴 되어 물보라로 지고 있었다
인생은 흘러간 세월이 아니라 반추하는 생명이라
그러기에 남강은 너와 내가 만나는 구원의 본향
나는 유량길 떠돌다 모천에 돌아온 한 마리 연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