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단지:문학예술, 2009년 여름지
▴작품집:시집 1.정글에서 책을 읽다. 2.사량도 옥루봉 일출
▴수필집:남산에 눈 내리는 날
▴경남 시인협회원
▴한국문인협회회원
▴세계pen문학회원
▴김동리 다솔문학협회 회장

그는 늘 성을 떠나 살아보고자 했다

그의 꿈은 성 밖이지만 성 밖을 나가면

애벌레가 되거나

누에가 되는 것이 확실했다

그래 그는 성 안ㅇ서 둘레를 돌거나 이끼 낀

세월 따라 돌아다녔다

하늘은 매일 매일 비단인데 빛깔을 달리하여 떠 다녔다

그 곳에는 별도 해도 달도 떠가긴 하지만

나날이 색깔이 다르게 하여 끔찍한 짐승처럼

울음을 울었다

울다가 지치면 색깔이 약간씩 바래지고

울음소리도 잦아들었다

어느 날 칼을 길게 찬 성주가 꿈에 나타나

성을 지금도 지키느라 잠들 수 없다

하소연하고

그 때는 그의 얼굴에 석류나무 잎이 돋았다

석류는 가을에 익는데 가을이 오기까지는

너무 많은 시간이 흘러야 함으로

성 밑을 돌아나가는 강물이 마주 봄으로

치구가 되었다

물은 강낭콩이라 말하기도 하고

강낭콩보다 더 푸른 이라 말하기도 하며 움직이는데

움직이는 일이 하늘의 달처럼 해처럼 미동이다

미동은 언제나 미덕인 것이었을까 성안에 오고 가는

사람은 덕담을 즐겨하는데 답답하거나 조급해 하는

태도를 찾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 이었다

태펴이라면 태평이고 태평세월 이라면 태평세월이다

시계바늘이 늘 돌면서 평화와 묵언인 것처럼

그림자가 그림자로 길게 하소연하면서

늘 그림자인 줄 모르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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