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찬기오경상대학교 명예교수교육학박사
정찬기오 경상대학교 명예교수교육학박사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에 경험하게 되는 수많은 시험이나 평가는 필요악이라고도 할 수 있으면서 수용하지 않을 수 없는 숙명이라고 할 수 있다. 예컨대 학창 시절에 시험공부를 할 때마다 시험을 없애면 안 되는 것인지, 시험을 대신할 수 있는 방법은 도대체 없는지를 한 번쯤은 생각해보았을 것이다. 이러한 고민들에 대한 대답은 이미 나와 있다. 시험의 교육적 부작용이라고 할 수 있는 연구결과 즉, 상위 집단(5분의 1)은 시험 결과마다 좋은 결과로 나오니까 ‘오만방자’해지고 하위 집단(5분의 1)은 시험 결과마다 좋지 않게 나오니까 ‘부정적인 자기 개념’을 갖게 되지만 중간 집단(5분의 3)에게는 시험이나 평가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열심히 공부를 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결과는 시험이나 평가를 대신할 수 있는 방법을 인류가 아직 개발되지 못했다는 현실과도 맥락을 같이한다.

우리가 평가를 주관하는 입장이 되거나 평가를 받는 입장이 될 때 ‘絶對評價’라는 개념과 ‘相對評價’라는 두 개념을 생각하게 된다. 첫 번째로 생각해볼 수 있는 평가는 이미 평가의 목적이 정해져 있거나 도달 목표가 이미 결정되어있을 경우 또는 이미 어떤 것들 중에서 무엇까지 성취했는지를 알고 싶은 경우라면 어떤 평가를 해야 하는지를 생각해보게 된다. 이 경우는 이미 목표나 성취기준이 정해져 있는 ‘절대기준’에 의한 ‘절대평가’를 하는 것이 평가의 원리에 맞다. 두 번째로 생각해볼 수 있는 평가는 평가를 해야 하는 이유가 상대적인 순위를 알아야 할 필요가 있을 경우이거나 어떤 개인이나 집단에 비하여 얼마나 성취했는지를 비교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경우에는 어떤 평가를 해야 하는지를 생각해보게 된다. 이 경우는 평가 대상자들의 평균을 중심으로 하는 ‘상대평가’를 하는 것이 평가의 원리에 맞다.

절대평가(criterion referenced evaluation)의 개념과 상대평가(norm referenced evaluation)의 개념은 인간을 보는 관점과 개인차의 극복에 대한 관점, 그리고 평가에 대한 신념이 서로 다르다. 이미 정해진 목표 중심의 절대평가를 하는 경우에는 학습자를 능동적인 존재로 보고, 개인차는 교육에 의해 극복될 수 있으며, 학습자들은 일정한 성취 수순에 도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평가대상들의 평균을 중심으로 상대평가를 하는 경우는 학습자를 수동적인 존재로 보기 때문에 개인차는 항상 존재하게 되고, 일정 비율의 학습 실패자는 숙명적으로 있게 된다는 입장이다.

절대평가의 경우는 도달 목표가 이미 결정되어있고 주된 관심이 절대적 가치와 타당성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평가문항을 출제하는 경우에 교수-학습의 과정과 내용이 주된 요인이 된다. 상대평가의 경우는 상대적 순위와 신뢰성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평가문항을 출제하는 경우에 교수-학습의 과정과 내용을 고려하여 출제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가정 학습이나 교실 학습 현장에 적용되고 있는 定置評價(placement evaluation)의 경우는 상대평가의 원리를 적용해야 하고, 形成評價(formative evaluation)의 경우는 절대평가의 원리를 적용해야 하며, 診斷評價(diagnostic evaluation)의 경우도 절대평가의 원리를 적용해야 하고, 總括評價(summative evaluation)의 경우는 상대평가의 원리를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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