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중국 동남부의 연해에서 전쟁이 발생하여 어떤 마을이 폐허가 되어 마을 사람들이 다른 지방으로 달아나게 되었다.

그러고 나서 10년이 지나 전쟁도 수습되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마을로 되돌아갔다. 그 마을에서 약방을 경영하였던 사람은 본래의 장소에 점포를 다시 내기로 하였다. 그래서 어느 날 많은 인부를 고용하여 부지를 정리하고 있던 중에 귤껍질이 들어 있는 항아리를 찾아내었다. 항아리를 열어보니 곰팡이 냄새가 코를 찔렀다. 모양은 그대로였지만, 완전히 까맣게 되어 너덜너덜하게 되어 있었다. 주인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한쪽 모퉁이에 방치하여 두었다.

귤피
귤피

어는 날 목공 한사람이 갑자기 병에 걸렀다. 주인은 하루라도 점포를 완공하고 싶어서 목공의 상태를 주의 깊게 관찰하였다. 배가 부어서 소화가 잘되지 않고 아프기도 하며, 가슴이 답답하고 설사를 하였다. 내일 의사를 불러보자고 생각하면서 엊그제 항아리에서 찾아낸 약을 연상하였다. 정말로 애석한 일이다. 항아리에서 찾아낸 약은 목공의 증상에 꼭 맞는 약이지만, 곰팡이가 피어서 사용할 수가 없다고 말하였다.

그날 밤 목공의 병은 점점 심해져서 열이 나고 심한 환기까지 동반하였다. 그러나 심한 폭풍우 때문에 의사를 부르러 갈 수도 없었다. 어떻게 할 수가 없어서 목공은 급한 마음에 주인이 자기 병의 증상과 일치한다는 항아리의 약을 달려서 두 잔 마시고 푹 잠을 자게 되었다. 그랬더니 심한 땀이 나고 병은 깨끗하게 치료되어서, 다음날 일은 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영문도 모른 채 주인은 의사를 데리고 목공을 치료하러 왔다. 어제 밤의 이야기를 자세히 듣고 의사는 주인에게 약은 음식과 차이가 있다. ‘음식은 방치하면 곰팡이가 생겨서 냄새가 나며, 먹으면 몸에 해롭지만, 곡물이나 나무의 열매는 오래되면 오래될수록 이롭게 되는 것도 있다. 창고에 수년간 방치한 쌀은 배가 부었을 때에 좋은 약이 될 수 있다. 청피(靑皮 : 덜 익은 귤껍질)도 같은 이치일 것이라고 말했다.’

주인은 오래된 진피(陳皮)의 항아리를 소중하게 보관하였다. 그래서 점포를 개업하고 나서는 다른 약과 마찬가지로 진피도 약으로 팔게 되었다. 주인은 곰팡이가 생긴 진피는 소화불량에 좋고, 위의 운동을 활발하게 하며, 가슴이 답답하고, 배가 부어 있을 때에 효과가 있으며, 트림 및 토하는 증상을 치료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진피
진피

이렇게 하여 진피는 한약재의 하나로 자리 잡게 되었다. 진피(陳皮)라고 하는 이름을 붙이게 된 것은 청피와 구별하기 위해서이다.

귤(橘)은 우리나라에서는 운향과의 귤 또는 근연식물의 성숙한 과피를 말한다.

귤은 ‘비타민의 보고’로 불릴 만큼 비타민 C가 풍부한 과일이다. 귤 100g당 44mg의 비타민 C가 들어있어 귤 2~3개면 성인 기준 일일 비타민C 권장량(100mg)을 채울 수 있다. 비타민 C는 면역력을 강화해 추운 겨울 감기에 잘 걸리지 않게 하고, 콜라겐 생성을 도와 기미, 주근깨, 주름과 같은 피부 노화를 예방한다. 또 감염성 질환이나 노화를 유발하는 활성산소를 억제해 체내 염증을 완화하고 상처가 패혈증으로 발전하지 않도록 막는 효능도 있다.

귤에서 주목할 만한 또 다른 성분은 베타카로틴(B -carotene)이다. 귤을 먹다 보면 손과 발이 노랗게 변하는 이유가 바로 베타카로틴 때문이다. 베타카로틴은 일종의 카르티노이드 색소로, 체내에서 눈 건강을 위한 필수 성분인 비타민 A로 전환된다. 따라서 귤을 꾸준히 섭취하면 비타민 A 결핍증인 안구건조증, 야맹증, 각막연화증 등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그 밖에도 베타카로틴은 체내 산소 공급과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할 뿐 아니라 노화의 원인이 되는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기능도 있다.

귤 알맹이에 그물처럼 붙어있는 하얀 물질은 ‘귤락’또는 ‘알베도(albedo)’라고 불리는 섬유질로 펙틴과 헤스페리딘이 풍부하게 들어있다. 감귤류, 사과 등 신맛이 나는 과일에 함유된 펙틴은 장내 유익균을 보호하며, 헤스페리딘과 함께 모세혈관을 튼튼하게 하고 나쁜 콜레스테롤(LDL)수치를 낮춰 당뇨와 고혈압을 예방한다. 때문에 귤락은 벗겨내지 말고 그대로 섭취하는 것이 좋다.

작년 11월 11일에 청와대에서 북한에 귤 200t을 보냈다. 우리는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먹을 수 있는 귤은 북한에서는 아주 귀한 과일일 것이다.

새콤달콤한 귤의 과육을 먹고 버리는 껍질을 한의학에서는 약으로 씁니다. 노랗게 오렌지색으로 익은 귤의 껍질을 말린 것을 귤피(橘皮)라하고, 귤껍질을 약으로 쓸 때는 오래된 것일수록 효능이 좋아서 3~5년 정도 묵혔다가 사용하는데 오래되었다는 뜻의 진(陣)을 써서 진피라고 한다. 약재로 쓰는 진피의 색이 거무스름한 것은 오래되었기 때문이다. 청피(靑皮)는 미성숙 귤의 껍질을 말린 것이다. 보통 과일의 경우 미성숙 과실이 약간 더 강한 효능이 있다.

청피
청피

진피와 청피는 이기약(利氣藥 : 한의학에서 기(氣)가 잘 통하게 하는 약)으로 혈액을 잘 통하게 한다. 우리가 몸이 안 좋을 때 흔히 ‘혈액 순환, 혹은 기혈 순환이 안 된다.’라는 말을 자주한다. 이렇게 순환이 안 된다고 할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약재가 진피이다. 진피는 맛이 달짝지근하면서도 약간 쓰고 맵다. 그리고 따뜻한 성질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막힌 기운을 소통시키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음식을 먹어서 기운이 생기려면, 잘 소화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소화된 영양물질을 전신에 퍼뜨리는 것도 중요하다. 이러한 기능을 담당하는 장기가 비장과 위장(비위)이다. 비위가 약하면 마치 안개가 자욱하게 핀 것처럼 답답하고, 속이 더부룩하여 헛배가 부르고, 미식 거린다. 심하면 숨이 차고 머리도 멍해진다. 이렇대 진피를 쓰면 기운이 통하여 쾌청하게 되고, 답답한 것이 없어져 몸이 가벼워진다.

실제로 진피의 효능은 리모린이라는 기름 성분이 콜레스테롤을 줄여주는 역할로 혈관을 건강하게 해주어 동맥경화를 예방하는데 도움이 된다. 그리고 비타민 P 성분인 헤르페르딘이 풍부하여 염증작용을 억제하는 효능으로 혈관벽을 튼튼하게 한다.

귤피차 만드는 방법을 소개하면, 1) 귤을 담금주(소주) 1 : 양조식초 1의 비율로 물 5 배정도에 희석하여 10분 정도 담근 후 깨끗이 씻어 준다. 2) 귤껍질을 벗긴다. 3) 칼이나 가위로 얇게 잘라준다. 4) 건조기나 햇볕에 말린다. 5) 뜨거운 물에 녹차 우리듯이 우려서 설탕이나 꿀을 첨가하여 마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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