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이‧박‧김’ 잇따라 치명타
한국당 지지율 상승세에 “한번 해볼 만하다” 자신감

‘10년 주기 정권교체설이 위험하다.’ 여권 위기론이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기해년 들어 잇따라 터진 ‘여권발 리스크(위험)’가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을 옥죄고 있다. 집권 3년 차 증후군이 차기 ‘총선 공포’의 유령으로 돌변, 여권 주변을 배회하고 있다. 만에 하나 2020년 21대 총선에서 여권이 참패한다면, 선거 빅뱅의 해인 2022년에 치르는 대선과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도 장담할 수 없다. 10년 주기 정권교체설의 기저에는 ‘사실상의 연임제’와 ‘장기집권 트라우마’가 동시에 깔렸다. 전두환 독재 정권에 대한 저항의 산물인 1987년 제9차 개정 헌법은 5년 단임제를 채택했다. 다만 국민들은 10년 주기 정권교체설을 통해 사실상의 연임제를 용인했다. ‘1987년 노태우‧1992년 김영삼(보수)->1997년 김대중‧2002년 노무현(진보)->2007년 이명박‧2012년 박근혜(보수)’ 정부가 차례로 정권을 잡았다. 2016년 말 ‘국정농단 게이트’가 터지기 전까지만 해도 보수진영의 장기집권론은 일종의 ‘보증수표’로 통했다. 하지만 국민의 ‘집단적 지성’은 보수진영의 무능을 허용하지 않았다. 비선실세에 의존한 박근혜 정권은 촛불시민의 힘에 무너졌다. 2017년 5‧9 조기 대선에서 진보정권인 문재인 정부가 정권을 탈환했다. 민주당 한 중진의원은 “10년 주기설은 이번이 마지막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진보진영도 민주정권 3기인 문재인 정부를 기점으로 장기집권 토대를 마련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는 의미였다. 특히 넘쳐나는 ‘포스트 주자군’은 진보진영 장기집권론에 날개를 달았다. 적어도 범진보진영으로 후보군을 넓히면 문재인 대통령과 대선경선을 펼쳤던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도지사,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등의 포스트 주자가 출발선에 자리를 잡았다. 여기에 지난해 6‧13지방선거를 계기로 친문(친문재인) 직계에선 김경수를 경남도지사의 대망론을 띄웠다. 친노(친노무현)계 좌장인 이해찬 민주당 대표의 ‘20년 집권론’이 힘을 받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았다. 그러나 기해년 들어 민주당의 20년 집권론은 일시에 흔들렸다. 조짐은 지난해부터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중심에는 ‘안‧이‧박‧김 숙청설’이 공식 석상에서 처음 나온 것은 지난해 10월 19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장이었다. 조원진 대한애국당의원은 당시 국감장에 출석한 이재명 지사에게 “안‧이‧박‧김 숙청설이란 말이 떠돈다”며 “안희정‧이재명은 날리고 박원순은 까불면 날린다는 뜻인데, 소회가 어떤가”라고 물었다. 당시만 해도 마지막 ‘김’을 놓고 ‘김부겸이냐, 김경수냐’ 추측이 난무했다.

마지막 퍼즐은 드루킹 댓글 공모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친문 직계인 김경수 지사가 맞췄다. 김 지사는 설 연휴 직전인 1월 30일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성창호 부장판사)는 김 지사의 댓글조작 혐의에 대해선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이로써 ‘안‧이‧김‧박 숙청설’의 퍼즐이 완성된 셈이다.

여권의 고민은 깊다. ‘대권후보 잔혹사’가 어디까지 확산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여권 전체를 감싸고 있다. 이제 남은 대권잠룡 카드는 이낙연 국무총리,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과 대권 출마에 난색을 보이는 유시민 ‘사람 사는 세상’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정도다. 이 중 친문 직계는 없다. 이 총리는 한때 손학규였고, 김 장관 등은 비문(비문재인)계 인사다. 유 이사장은 원조 친노계와 결이 다르다. 임 전 실장도 신친문이지, 친문 직계는 아니다. 포스트 대권주자들이 하나둘씩 낙오 대결에 동참하자, 민주당의 ‘20년 집권론’에도 이상 경고등이 켜졌다. 집권 1~2년 차 당시 장기집권론은 자신감에서 나온 발언으로 해석됐다. 지금은 아니다. 이제는 위기감이 깔린 집토끼(지지층) 결집을 위한 전략적 발언에 가깝다. 이 대표는 민주당 위기가 가라앉지 않던 1월 16일 민주당의 공식 유튜브 채널 ‘씀’에 출연해 “20년도 짧다고 본다”며 재차 장기집권론을 주장했다. 이에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지지층 결집을 독려하려는 발언”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야권 한 의원은 “한번 해볼 만한 국면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당 지지율도 국정농단 게이트 이후 최고치를 달리고 있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대표 이택수)가 YTN 의뢰로 1월 28일 ~2월 1일까지(5일간) 전국 19세 이상 남‧녀 2511명을 대상으로 한 1월 5주 차 정례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당은 지난주 대비 0.7%포인트 오른 27.4%로, 전주 경신했던 국정농단 게이트가 한창인 2016년 10월 3주 차(29.6%) 이후 2년 3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은 정당 지지율을 또 다시 갈아치웠다. 반면 민주당은 같은 기간 0.5%포인트 하락한 38.2%에 그쳤다. 양당의 지지율 격차는 10.8%포인트로 줄어들었다. ‘리얼미터’는 김 지사의 법정구속 여파가 양당의 희비를 갈랐다고 분석했다.

류재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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