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림쳐서 헤아림”

박재성

한문교육학 박사

 

“청와대 개각, 언론 짐작만큼 빠른 시일 내 이뤄지진 않을 것”

『짐작』은 ‘사정이나 일의 형편 따위를 어림쳐서 헤아림’이라는 뜻의 한자어『斟酌』이다.

그런데 『斟酌』은 왕이나 높은 사람에게 술잔을 올리거나 술을 따르는 과정에서 상대의 의중을 알아차릴 수가 있었던 고대 풍습에서 유래한 말로,‘술잔에 넘치지 않게 따르는 것’의 의미인 斟(술 따를 짐)과 ‘흘러넘치도록 많이 따른 것’을 뜻하는 酌(따를 작)이 합쳐져서 ‘술을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따른다.’는 의미로 쓰이고 있다.

그리고 ‘斟’은 본음이 ‘침’으로 속이 보이지 않는 술병 속에는 도대체 술이 얼마나 남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술을 따를 때 조심스럽게 조마조마하면서 따른다는 뜻이 담겨 있는 한자이다.

즉, 『斟酌(침작)』하는 것이 곧 ‘상대의 의중을 헤아린다’는 뜻으로 변한 까닭은 술잔을 받는 태도나 따르는 것을 보면 상대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대략 눈치를 챌 수 있기 때문인데, 독음은 ‘침작’에서 ‘짐작’으로 순화되었다.

그래서 가장 좋은 것은 넘치지도 않고 부족하지도 않도록 알맞게 따르는 것이다. 여기서 어떤 일을 할 때 되풀이해서 따져 보고 꼼꼼히 살펴서 가장 알맞은 것을 골라 결정하는 것을 두고 『斟酌』이라고 하게 되었다.

사족을 달면 「짐작」의 뜻이 ‘어림쳐서 헤아림’이라고 풀이 되어 있어서, 이번에는 「어림」의 뜻이 무엇인가 찾아보니 ‘대강 짐작으로 헤아림’이란다. 나머지는 독자들의 현명한 해석에 맡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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