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鶴山人 김윤세

전주대학 대체의학대학원 객원교수
前 광주대학교 대체의학과교수
월간 仁山의학 발행인
민중의술살리기
부산울산경남연합회장

久住寒山凡幾秋 獨吟歌曲絶無憂 蓬扉不掩常幽寂 泉通甘漿長自流

구주한산범기추 독음가곡절무우 봉비불엄상유적 천통감장장자류

石室地爐砂鼎沸 松黃柏茗乳香甌 飢飡一粒伽陀藥 心地調和依石頭

석실지로사정비 송황백명유향구 기손일립가타약 심지조화의석두

한산에 깃든 지 몇 해런가 홀로 노래하며 시름을 달래네

쑥대 사립 열린 채로 적막한 세상 단 이슬 샘솟아 쉼 없이 흐르는구나!

돌집, 땅 화로 모래 솥에 끓여 만든 약 소나무꽃, 잣나무 싹, 유향 담긴 사발

배고픔에 한 알 아가다약 먹고는 조화로운 마음으로 돌에 기대어 시간과 공간을 아득히 넘어 삼매에 든다

세속을 아득히 초월한 특별한 지혜를 터득한 뒤 오탁악세五濁惡世와는 거리가 먼 천태산天台山 한암寒岩 굴에 은거하여 유유자적 탈속의 삶을 살았던 한산寒山의 시이다.

한산의 시는 그가 살았던 당나라 때로부터 1천여 년이 훌쩍 지난 오늘까지도 마치 깊은 산속에서나 맡을 수 있을 법한 짙은 풀꽃 향기를 풍기며 여전히 많은 사람에게 회자膾炙되고 있다.

아귀다툼이 끊이지 않는 속세 사람들과 뒤섞이지 않고 장강長江처럼 거대한 시류時流에 휩쓸리기 싫어서 길 찾기 어렵고 길을 알더라도 도저히 쉽사리 오르지 못할, 높고 깊은 산속 자연 바위굴 속에 기거하며 세인들을 깨우쳐주기 위한 법문法門을 시어詩語로 빚어 산중 도처到處의 바위나 나무판에 적기도 하고 스스로 그 시들을 노래로 읊기도 하면서 한 생애를 그는 바람처럼 살다가 떠났다.

중국 천태산을 배경으로 세상의 명리名利나 재물, 권력욕 등을 초월하여 바랄 것도 구할 것도 없이 소박하고 담백한 삶을 영위하면서 이따금 떠오르는 시상詩想과 하고픈 이야기들을 문장의 형식에 별반 구애됨 없이 자유롭게 읊조리며 흰 구름처럼, 흐르는 물처럼 살았던 한산의 모습이 이 시를 통해 다시금 눈에 선하게 비친다.

사정砂鼎은 신선들이 선약仙藥을 끓일 때 사용한다는 솥이고 유향乳香은 신선들이 벽곡辟穀을 할 때 먹는다는 약을 뜻한다. 가다약은 아가다약阿伽陀藥의 줄임말로 산스크리트 어 ‘Agada’의 음역어이다. 온갖 병을 고친다는 불로불사不老不死의 영약靈藥으로서 강력한 해독解毒작용으로 모든 번뇌를 없애는 영묘한 힘이 있다고 전해온다. ‘아가다’는 술의 이칭異稱으로 쓰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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