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조들의 환경지혜 “화장실”

△뒷간과 측간: 전통적으로 '뒷간'이나 '측간'으로 일컫던 변소를 지금은 '화장실'이라 부른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화장실의 역사는 매우 짧다. 화장실 공간이 처음으로 살림집 안에 들어온 것은 1941년 영단주택(문화주택)이 시초였고, 지금과 같은 세면기, 변기, 욕조로 구성된 화장실은 1962년 마포 아파트가 처음이었다.

옛날에는 화장실을 '뒷간' 또는 '측간(厠間)'이라고 불렀는데, 지방에 따라서는 '칙간(측간의 사투리)', '정랑('뒷간'의 경상도 사투리)'이라고도 불렀다. 점잖게 한자말로 정방(淨房)이라고도 했고 절에서는 '근심을 더는 곳'이라 하여 해우소(解憂所)라 부르기도 했다. 또는 북수(뒷물)를 하는 곳이라 하여 '북수간(北水間)'이라고도 했다.

△화장실: 화장실이란 말은 서양에서 개발된 수세식 양변기가 들어오면서 씻는 곳과 싸는 곳이 물을 매개로 공간이 통합되면서 붙은 서구적 개념의 말이다. 이러한 화장실이 들어오기 전에는 욕실 공간과 배설 공간은 따로 분리되어 있었다.

우리의 뒷간이 이른바 일제에 의해 변소(便所)로 불리던 시기는 일본 강점시대부터 바로 수세식이 본격적으로 들어오기 전까지로, 우리나라의 산업발달사 측면에서 보면 강점시대 이후 자본주의화에 따른 도시 집중으로 인해 인구가 대거 도시로 밀려들면서 변소라는 수거식 뒷간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이러한 화장실이나 변소가 등장하기 이전에는 뭐라고 불렀을까? 옛날 집 뒷간에는 재를 많이 뿌렸으므로 '잿간'이라고도 불렀고 한자로 회간(灰間), 신간(燼間)이라 했다.

또한 조선시대 이후 일상생활에 깊이 박힌 유교적 관념의 영향을 받아 괴춤이나 치마끈을 푸는 곳이라고 꺼려했다. 그래서 기록이나 유물 등이 거의 남아 있지 않고 '급한 데', '부정한 데', '작은 집' 등으로 은밀히 불리기도 했다. 그런데 뭐니 뭐니 해도 가장 일반적으로 통용되던 말은 '뒷간'이었다.

뒷간이라는 말에는 두 가지 의미가 담겨 있다. 하나는 '뒤를 보는 집'이란 뜻이고, 다른 하나는 '뒷마당에 자리한 집'이라는 뜻이다. '사람 똥'을 점잖게 에둘러 표현한 말이 '뒤'인데, 유교적인 의미의 은밀성이 드러나는 표현이다.

그런데 뒷간의 본질적 의미는 바로 '뒷마당 한 켠에 자리한 집'이라는 데 있다. 뒷간의 한자말인 '측간(厠間)'도 이러한 의미를 한자어로 표현한 것이기도 하다. 이렇듯 뒷간이라고 부른 것은 화장실이 살림채에 붙어 있지 않고 뒷마당에 별채 형태로 따로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뒤에 따로 떨어진 측간'이란 뜻으로 '뒷간'이라 부른 것이다. 이 뒷간이란 말은 1459년 『월인석보』에서 처음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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