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정의 창원성산서 근소한 차이로 승리
통영·고성은 완패

 

4·3 보궐선거에서 자유한국당과 정의당이 1석씩 나눠 가지면서 ‘1대 1’ 민심으로 끝났다.

자유한국당은 정점식 후보가 이군현 전 의원의 지역구인 통영·고성에서, 정의당 여영국 후보는 노회찬 전 의원의 지역구인 창원성산에서 당선됐다. 결국 한국당과 정의당이 기존 그대로 지킨 것이나 다름없다.

이번 보선은 전국 2곳에서 펼쳐진 ‘미니 보선’이지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부산·울산·경남 민심의 가늠자로 정치적 의미가 큰 선거인 데다 득표율 등 선거 결과를 분석해 보면 PK의 민심을 잃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더불어민주당의 고민이 깊은 것 같다.

창원성산에서 여권단일후보인 정의당의 여영국 후보가 당선되기는 했지만, 민주당 측면에서 보면 양당단일후보가 당선되면서 성과를 올린 것으로 여길 수 있으나, 여영국 후보는 민주당과 정의당의 단일후보이지 사실상 민주당의 후보가 아니라는 것을 생각할 때, 결국 민주당은 이번 보선에서 완패를 기록한 것과 같다.

창원성산은 자유한국당과 정의당 후보가 막판까지 피 말리는 접전을 벌이다가 정의당 여영국 후보가 막판 대역전극을 펼치며 504표차로 당선되었으나, 대한애국당에서 838표를 가져갔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볼 때, 한국당으로서는 대한애국당이 큰 걸림돌로 생각할 수도 있다.

민주당과 정의당의 단일후보가 승리를 거머쥐었지만 득표율에서 보면 민주당은 PK 민심에서 멀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창원 성산은 앞선 국회의원 선거와 지방선거 등을 분석해보면 단일후보가 유리한 곳이라 할 수 있으나, 이번 보선에서 민주당과 정의당 지지자들이 던진 표는 45.75%에 불과했다.

지난 20대 총선에서 정의당 노회찬 의원의 득표율 51.5%와 비교하면 5% 포인트나 빠져버린 것이다.

반면 20대 총선에서 한국당 강기윤 후보는 40.21%를 얻었지만 이번에는 45.21% 얻어 5%각 상승했다.

여영국 후보가 노회찬 전 의원의 빈자리를 채우기는 했으나 근소한 차이로 당선됐고, 수백 표에 불과한 표 차이는 보수층이 빠르게 결집하고 있다는 반증이 되는 것이다.

보수가 강세인 통영·고성은 한국당 정점식 후보가 득표율 59.47%로 민주당 양문석 38.32% 후보를 큰 표 차로 따돌렸다. 정 후보가 두 배 가까운 득표로 안정적으로 당선된 것이다.

지난해 지방선거 때 통영시장과 고성군수 모두 민주당이 싹쓸이했던 것과 비교해 보면 민심 이반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지방선거 이후 민주당 지지 세력이 빠르게 무너지는 반면 보수 민심은 서서히 모이고 있는 방증이기도 한 것이다. 그러나 언제 또 변할지 모르는 게 민심이다.

또 PK 민심이 지난 지방선거 때 유례없이 민주당에 힘을 실어줬지만 안보의 불확실성, 민생경제 악화, 경기 침체, 집권 여당의 무능 등의 이유로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현실을 민주당은 겸허히 받아 들여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

이번 선거에서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의 고가건물 매입 논란은 상당한 악재로 작용한 것이 틀림없고 ‘서민들의 주택 마련은 억제하면서 정작 정부 핵심인사는 고가건물을 매입하는 등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거셌기 때문에 민심의 변화는 하루가 다르게 나타난 것이다.

문재인 정부 2기 장관 후보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 외유성 출장 의혹, 자녀 편법 증여 의혹, 후보 남편인 변호사가 삼성 변론을 맡았다는 의혹 등이 잇따라 터져 나온 것도 민심을 악화시킨 원인이 된 것이다.

무엇보다 여 후보가 창원성산에서 고전을 면치 못한 데에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어느 정도 작용했을 거라는 분석이 있다.

창원성산 지역에는 두산중공업 등 원전 관련 업체들이 밀집해 있고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이들 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데에서도 이 지역 민심을 가늠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한국당도 안심할 수 없는 처지다. 특히 황교안 대표가 창원 성산에 상주하며 선거에 올인 했는데도 결국 후보 단일화의 벽을 넘어서지 못했으며, 선거 막바지 쟁점으로 떠오른 황 대표의 경기장 유세 물의가 창원성산에서의 한국당 상승세에 찬물을 끼얹은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되면서 황 대표가 사과를 하기는 했으나 ‘반칙·갑질 선거운동’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를 잠재우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라는 여론도 상존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 때문에 민주당과 한국당 모두 PK 민심을 확고히 잡았다는 확신을 가질 수 없는 상태에서 앞으로 PK 민심을 잡으려는 여야의 주도권 싸움은 한층 더 치열해질 전망이지만, 한국당의 가장 큰 걸림돌은 대한애국당이라할 수 있고, 민주당의 걸림돌은 정의당이라는 것이 이번 선거에서 잘 나타난 것이다.

류재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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