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주의 환경상식 108-11

■ 천연세제와 비누

⦁오줌과 잿물: 비누, 샴푸, 주방세제가 없던 시절 우리 조상들은 무엇을 세제로 썼을까? 나무 태운 재를 물에 우려내고 걸러서 만든 잿물과 삭은 오줌을 세제로 썼다. 「삼국지」의 ‘위지동이전’에 따르면 집집마다 오줌으로 손을 씻고 세탁을 했다는 기록이 있다. 조선시대 여인들의 생활 지식을 수록한 「규합총서」(1869)에도 오줌과 잿물로 빨래를 했다는 기록이 전해 오는데 잿물은 주로 면이나 마로 된 옷감을 빨 때 사용했다.

잿물에 들어 있는 탄산칼륨과 오줌에 들어 있는 암모니아가 찌든 때를 없애주는 세정 작용을 하는데, 아마도 그 옛날에 이미 그런 사실들을 알고 있었던 듯하다.

⦁콩가루와 녹두가루: 귀중한 옷감인 명주에는 콩가루나 녹두가루를 사용했다. ‘더러움이 날아가게 한다’고 하여 이 가루들을 ‘비루’라고 불렀는데, 오늘날의 ‘비누’라는 단어는 여기서 비롯된 말이다. 또한 부자들은 이 가루로 손이나 얼굴을 씻기도 했다.

⦁조두: 콩가루나 녹두가루 외에도 ‘조두’라고 하는 녹두와 팥 등을 갈아서 만든 가루비누가 있었는데 세정뿐 아니라 미백효과가 매우 뛰어났다. 궁궐의 여자들이 예뻐지고 싶은 마음에 너도나도 조두를 애용했기 때문에 경복궁에 흐르는 금천이 늘 뿌연 색이었다고 한다. 특히 정월 초하룻날에 조두로 세수하면 얼굴이 희어진다고 하여 옛 여인들은 아예 이날 1년 동안 쓸 분을 미리 만들어 두었다.

⦁쌀겨와 콩깍지: 조두를 만들 형편이 안 되는 집에서는 콩깍지 삶은 물이나 고운 쌀겨를 무명주머니에 담아 대신 쓰기도 했다. 그래서 옛날부터 살결이나 머릿결 좋은 여자를 보면 ‘방앗간 집 딸’이라고 빗대어 말했는데, 그것은 방앗간 에서는 언제든지 쌀겨를 충분히 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잿물: 조상들은 빨래를 할 때 잿물을 이용하였다. 시루 안에 짚을 깔고 거기에 부엌의 재를 담은 뒤, 그 위에 물을 부으면 밑으로 잿물이 나오는 것을 받았다. 이 잿물에 빨래를 삶아 냇물에 가서 빨았는데, 잿물은 물을 더럽히지 않는다는 것을 이용한 것이다. 더구나 빨래는 힘든 일이어서 자주하지 못했으니 빨래로 물을 더럽히는 일은 없었다.

⦁석감: 잿물에 여뀌의 즙과 밀가루를 넣어서 만든 ‘석감’이라는 것도 널리 사용되었는데 1930년대까지도 비누를 ‘석감’이라고 불렀다. 흔히 우리가 양잿물이라고 부르는 가성소다를 사용한 시기는 조선 말 개항이후로, 이 새로운 비누를 처음 알려 준 사람은 조선 효종 때 우리나라에 표류해 온 하멜이었다.

■ 생활 물의 재활용

조상들은 쌀 씻은 물을 모았다가 국이나 숭늉을 끓여 먹기도 하고, 밥 먹은 뒤 그릇의 기름기를 제거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 물을 모았다가 소나 돼지에게 주었다. 짐승이 없는 집에서는 이것을 모아 두었다가 마당 한 구석에 토란 밭을 만들어 거름으로 쓰기도 하고, 짐승이 있는 집에서 먹이로 가져가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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