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을 잃은 자는 치유할 수 없다.

시인 박선호
황석역사연구소장

아직도 식민사관에 빠진 줄도 모르는 후손들은 그들의 조상이 7만5천3백 명을 궤멸시킨 4만8천3백 명은 사상자가 되게 한 영웅이라는 글자나 표현은 한 곳도 없고, 2만7천명이나 되는 일본군을 한명도 잡지 못한 형편없는 못난 조상이라고 조종도의 대소헌 문집, 곽준의 존재실기, 황석산성 곳곳, 황암사 사당에 황석산성 대첩의 기념비가 아닌 엉터리 비석(碑石)마저도 황석산성에서 싸운 우리 조상 못난 조상이라고 욕을 지속함으로서 각 집안에서는 가위눌림으로 고통을 당하고 기를 펴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한 잘못된 사실들을 언젠가는 바로잡아 줄 것이라고 비바람, 눈보라가 치는 차갑고 어두운 긴 세월의 터널에서 행여나 하고 눈이 빠지게 기다리지만 아직도 대답이 없는 배반의 후손들에게 400년이 지난 오늘날 곽준, 조종도, 유명개와 7천여 영웅들은 할 말을 잊고 있다.

역사는 인식하는 자의 역사다. 백성의 전쟁 황석산성 대첩이 우리 조상들이 목숨 걸고 지킨 승전의 역사요 잃어버린 역사라고 마음 깊숙이 새겨질 때 그 역사는 우리의 역사다. 일본이 승리한 패전의 역사, 금산 칠백의총, 남원의 만인의총, 진주성전투 등 모두가 수많은 공무원이 국가예산으로 관리를 하는데, 7개현의 부녀자, 노약자. 농민, 사냥꾼, 가노 등 7천명의 백성들이 7만5천 여 명의 지상군을 궤멸시켰고 이순신이 조선수군을 재건하여 치른 명량대첩을 지원하고 나라를 구한 승전의 역사지만 백성의 전쟁 황석산성 대첩은 잃어버린 역사가 되었다. 세상은 변하여 풍요의 시대가 왔지만 찾아주고 대우를 하는 이는 아무도 없고 옛날 일본인들이 했던 그때 그대로다.

황석산성이 존재하는 함양에서 가만히 있는데 거창에서 서둘 수도 없고 합천에서 산청에서 아니면 서부경남 어디에서도 목궁이나 죽창이라도 들고 일어날 수도 없는 것 아닌가? 함께 싸운 함양군, 거창군은 일본인들의 복수대상에서 제외시켜 안의군과는 이간질을 하였고 안의사람들이야 죽든지 말든지 지례 겁을 먹은 거창, 함양사람들은 행여나 다칠세라 방관자가 되었다. 일본인들의 보복행위가 얼마나 치밀했든지 「안의사람 죽은 송장하나가 함양, 거창의 산사람 열을 당한다.」라는 안의 사람들의 불굴의 투지를 추켜 주는듯한 말까지 만들었고 어떤 안의사람은 그 말에 취해서 오만하거나 우쭐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함양, 거창사람들은 지례 겁을 먹는 사람도 있다. 이렇게 같은 곳에서 목숨을 걸고 같이 싸운 사람들끼리도 서로 거리감을 느낄 수 있도록 심리적인 이간질을 해댔다. 황석산성이 위치한 당사자 안의군은 일본인들이 때리는 대로 맞았고 두드리는 대로 터졌다. 안의군은 행정권이 없고 실체가 없으니 일본인들이 원하는 대로 황석산에 못을 박아 난도질을 하고 사당을 불사르고 현청을 무너뜨려도 안의사람은 말할 수 없었다. 그곳에는 용기가 있는 정치가도 행정가도 없었고 시민도 없었다.

유대인 600만 명이 독일의 가스실에서 죽어도 아무도 말하는 사람이 없었고 하소연할 곳도 없는 억울함에 나라가 사라진지 2000년만인 1948년 5월14일 죽음을 무릅쓰고 나라를 건설하는 이스라엘인의 간절한 소망이 황석산성에도 있다. 안의거창함양합천초계삼가산음 7개현 7천여 명의 후손들은 음력 8월18일 그날 그 기간만이라도 가슴마다 검은 리본이라도 달고 집집마다 깃발이라도 세워 70갑자 420여 년간 응어리진 잃어버린 역사, 억울함에 대한 분풀이라도 하고 아직도 잊지 않고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는 분노의 표현이라도 해보자.

일본인 그들이 그렇게 잔인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가 저항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이넨의 일기 중 울산에서 있었던 기록인데 「1597년 11.20일 조선 사람들에게 무거운 짐을 봉래산같이 잔뜩 싣고 본진에 도착하면 이제 소(牛)는 필요 없다고 하면서 곧 바로 사람을 개처럼 두들겨 패서 죽이고는 가죽을 벗겨서 곧 바로 먹어치워 버린다.

이렇게 인간이 인간을 개나 돼지고기처럼 먹어치울 수 있도록 잔인해 질 수 있는 원인은 무엇일까? 그것은 상대방을 아무리 무시하고 능멸을 해도 저항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처절한 조상들의 역사를 잃어버린 민족은 인간이 아닌 소나 돼지 같은 운명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 바로 그러한 이유 즉 저항의지를 말살시키기 위하여 조선총독부가 기를 쓰고 황석산성 대첩의 흔적을 깡그리 지워버린 이유다.

전쟁은 선악의 싸움이 아니라 전투의지를 말살시키는데 있다. 민족의 사활이 걸린 전쟁은 자비가 아니라 힘의 우위만이 생명과 재산 그리고 국토와 주권을 보호하고 평화를 지킨다는 자연의 법칙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조선 총독부의 백성의 전쟁 황석산성 대첩 흔적지우기는 한국인의 저항의지와 전투의지를 말살시키는 또 하나의 전쟁인 역사전쟁(歷史戰爭)이다. 역사(歷史)는 혼(魂)이다. 영토(領土)를 잃은 나라는 재생할 수 있지만 역사를 잃은 나라는 재생(再生)할 수 없다. 상처(傷處)는 치유(治癒)할 수 있지만 영혼(靈魂)을 잃은 자는 괴물이다.

사람이 점점 나이가 들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하얀 머리가 늘고 주름살이 늘어감에 따라 늙어가는 신세를 한탄하며 하는 말이 “덧없는 인생”이라고 말한다. 잘 먹고 잘 살다가 그냥 그렇게 끝나면 진짜 덧없는 인생이다. 때로는 늦었다라고 생각하는 그 시점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 최선의 길일 수도 있다. 조상들이 후손들을 위해 고통을 인내했던 투혼을 찾는 일이나 가족을 위하여 자신을 포기한 희생정신이나 그들의 고고한 영혼을 찾고 섬기는 일은 하늘나라에서 영원히 사는 영생의 삶을 누리게 되는 첩경이 될 수 있다. 다음호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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