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규
경남환경교육연합회
사회환경교육위원장

인간의 근원 및 본질에 대해 연구하는 학문을 우리는‘철학’이라고 부르는데 철학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체험하고 있을 뿐 아니라 어렴풋하게 이해하고 있는 것들을 확실히 보여주고 깨달음을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인류의 4대문명을 보듯이 오래 전부터 물을 따라 생활하며 문화권을 형성해왔기에, 물을 통해 인간의 삶을 고찰한 철학자 또한 많이 있다.

그리스 자연철학의 시조인 「탈레스」는 ‘물은 만물의 근원’이라고 했으며, 중국의 춘추시대 정치가이자 철학자였던 「관중」이 남긴 고전 관자에는 “물이란 무엇인가, 만물의 본원이며 재생의 종질이다.” “물이라는 것은 땅의 혈기이니 마치 근육과 맥이 통하여 흐르는 것 같다.”라는 말을 남겼다. 동양철학의 핵심인 음양오행설을 처음으로 제창한 철학자 「추연」은 우리의 세계를 형성하고 있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들을 다섯 가지로 집약하여 규정한 바, 그것이 바로 수(水)·화(火)·목(木)·금(金)·토(土)인 오행으로서 물은 맨 처음으로 등장하는 중요한 요소로, 세상을 존재하게 하는 중요한 물질로 여겨졌다.

신라 말기의 승려 「도선」이 중국에서 들여와 체계화했다는 풍수는 「장풍득수」의 줄임말로, 바람을 막아주고 몸을 감추고 물을 얻는다는 것을 뜻하며 인간이 살아가는 데 필수불가결한 요건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풍수지리설은 산과 물이 흐르는 모양을 인간의 길흉화복에 연결시켜 설명하는 특이한 사상이다. 동양에서 바라본 물의 세계는 가장 낮은 곳으로 흘러 가장 넓은 곳으로 이르는 것이 물이라 했다.

「노자」는 ‘강과 바다가 백 개의 계곡물을 지배할 수 있었던 것은 항상 겸손을 잊지 않고 스스로를 낮추는 자세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람이 나아가야 하는 목표와 방향을 물을 통해 제시했는데 물의 선함은 만물을 이롭게 하지만 다투지 아니한다는 것, 만인이 싫어하는 곳도 마다하지 않고 자신의 품으로 끌어안는다는 것, 그것이 우리가 살아가야 할 도의 목표로 삼았다. 동양에서의 물은 그만큼 신비롭고 성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였다. 모든 생명을 길러내면서 스스로를 내세우지 않고 양보의 미덕을 갖추었지만 바위를 뚫을 큰 힘을 갖춘 외유내강의 존재로써 스스로 맑아지며 아래로 흘러 바다를 이루는 물. 동양 사상에서의 물은 단순히 자연의 일부가 아닌 우리의 삶의 근원을 보여주는 표상이자 우주의 원리를 설명하는 상징물로 인식을 하였다. 지구는 태양계에서 유일하게 물이 있는 행성이다.

최근 우주행성의 지구 한반도 중부에 가뭄으로 물이 말라가고 있다. 제한급수에 충청권 가뭄이 심각하다. 바닥을 드러낸 댐 사진은 연일 신문 지면을 장식하고 말라붙은 강줄기는 TV 뉴스화면에 오르내리고 있다. 급기야 충북도는 내년 농업용수 확보를 위해 저수지 물채우기에 분주하고 충남도는 가뭄대책본부를 가뭄비상대책본부로 격상시켜 대응에 나섰다. 예년의 절반 수준인 강수량이 가장 큰 원인이겠지만, 하늘만 바라볼 수만은 없는 일이다. 먼저 가뭄을 극복하고 재난을 대비했던 물과 관련한 벽골제, 수차, 측우기, 기우제, 기청제 등등 조상들의 지혜를 생각해 보자.

가뭄은 흉년이라는 1차 피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음해의 기근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수해보다 더 무서운 일이었다. 때문에 가뭄이 극심하면 백성들은 물론 왕도 직접 나서서 고통을 함께 했다. 백성부터 왕에 이르기까지 노심초사 두려워했던 가뭄. 그 간절함으로 갈구하는 기우제, 이렇게 비가 한동안 내리지 않아 비가 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우제를 지냈다면 장마철 벼가 한창 익어갈 무렵 비가 그치지 않고 계속해서 내려 논밭의 곡식이 상하기 시작하면 비가 그치길 바라는 기청제를 지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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