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가 하영갑
시림문학-수필

쾌청한 날씨 산뜻한 공기를 한 가슴 안으려 들길이나 강둑을 자주 걷는다. 대체로 한적한 길, 풀, 나무, 새, 물고기를 만나 반갑게 눈 맞춤 한다. 모두가 잡티 없는 모습이나 행동에 아름다운 눈웃음과 청명한 소리를 낸다. 난잡한 말과 행동은 물론 먹고살기 위한 투정들에 시달린 머리와 가슴을 쉬게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 생각한 나머지 가벼운 차림으로 한 시간 정도를 걷는 것이 나의 힐링법이다.

그런데 몇 년 전 부터는 농촌이 변해가고 있다. 비닐하우스가 몇 안 될 때는 무관심했던 폐비닐이나 쓰레기 처리과정. 일상으로 쓰고 있는 농약병. 이들은 쉽게 회수되어 자연환경에 큰 피해를 주지는 않았다. 하지만, 농업인의 연령이 점차 고령화되고 잡초피해를 막기 위해 사용되는 멀칭용 비닐과 각종 작물들의 지지대 거치에 사용되는 노끈 등이 논밭이나 경작지 주위에 방치 된 채 널려 있는 것은 토양은 물론 수질까지 나쁘게 하는 요인이 된다. 더욱이 요즈음은 대형 비닐하우스가 많이 설치되며 특수재배 면적이 늘어나는 추세에 작물 후기 끝물처리가 매끄럽지 않아 플라스틱 노끈이나 작물을 노끈에 고정시켰던 밴드 등을 작물과 함께 뽑아 농로 주변이나 강둑에 버리는 경향이 잦아 샛강 환경이 지극히 나빠지고 있다.

숲이 우거진 산. 예쁘고 아름다운 날짐승들이나 길짐승들이 사는 산, 꽃이 피는 산, 맑은 공기 마음껏 마시며 산책할 수 있는 청정한 산은 차츰 줄어들고 해마다 늘어가는 쓰레기 산을 볼 때마다 메어터지는 이 가슴 어쩔꼬. 과연 우리 후손들의 선대로서 반드시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일을 제대로 못하는 것 같아 부끄럽기만 하다. 종국(終局)에는 귀엽고 사랑스런 후손들이 병 든 몸으로 아버지 할아버지를 원망하며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는 오염 된 국토, 오염된 나라, 썩은 냄새가 진동하는 지구를 이대로 넘겨주겠다는 것인가.

작은 도랑이나 샛강에서 어린 시절 맨손으로 잡던 고기가 그립다. 고무신에 피라미 몇 마리 잡아들고, 강 버들가지에 모래무지, 꺽지, 메기나 붕어 몇 마리만 끼어도 저녁 반찬이 되었던 옛날이. 하지만 지금은 그 때 그 고기가 아닌 종도 다르고 종류도 퍽 줄어들었다. 거기다가 하천 바닥정리까지 안된 곳이 있어 강바닥에서 나무들이 무성해 가지마다 걸려 있는 플라스틱 포대나 비닐조각, 노끈들이 낡게 풀려 뿌옇게 걸려 바람에 날리고 있는 모습은 심히 볼 상 사납다. 물고기가 있어도 먹을 수 없는 강. 큰물이 지면 큰 강둑도 어김없이 쓰레기장으로 변하고 마는 안타까움에 촌로(村老)의 힐링 장소는 덮어 두고라도 후대가 웃을 수 있는 제도적 방안부터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한 노력으로 먼저, 폐비닐 수거 정책이나 제도적 방안을 대폭 수정하여 쓰레기 감축 효과를 높일 수 있는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이 강구 되어야 할 것이며.

둘 째, 농민들을 대상으로 쓰레기 불법투기 예방을 위한 정기적 교육으로 인식을 개선하고.

셋 째, 폐플라스틱 농자자재 등의 불법소각 적발 및 단속으로 강력한 제재방안 강구와 지속적 노력으로 깨끗한 강물과 바닷물. 맑은 공기, 마음 놓고 먹을 수 있는 먹을거리 생산으로 건강한 삶을 유지하고 아름다운 농어촌, 함께 사는 복된 세상 만들기에 최선을 다하는 선대(先代)가 되길 기원한다. 열심히 일하고 땀 흘린 하루 깨끗한 강물에서 목욕하는 그날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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