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김병항

교만(驕慢)과 겸손

(교만할 교)자는 말마() 하늘 천() 높을고() 석자로 돼 있다. 교만한 자는 마음자리가 높아서 말처럼 머리를 하늘 높이 쳐들기를 좋아한다는 것을 의미하였다.

 

산은 높은 데로 올라갈수록 바람이 세고 기온이 차고 토질이 척박해서 초목이 잘 자랄 수 없어 새와 짐승들이 모여들지 않지만, 낮은 데는 바람이 별로 없고 기온도 따뜻하고 흙도 비옥해서 초목들이 잘 자라 무성함으로 온갖 새와 짐승들이 모여들기 마련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로 마음자리가 높아서 교만한 사람은 말과 행동이 거칠고 성품이 차갑고 억세고 고집스럽기 때문에 가까이하려는 사람들이 별로 없으나, 마음자리가 낮아서 겸손하고 온유한 사람은 언행이 유순하고 마음이 따뜻하고 후덕해서 가까이 하려는 친지들이 모여들기 마련이다. 교만한 자는 사람들이 분비는 소란한 시장복판에서 부자로 살아도 서로 아는 자가 없고, 겸손한 자는 산촌에서 가난하게 살아도 먼 데에도 친지들이 있다는 고사도 있다.

교만에는 (겉교만) (속교만)이 있다. 전자는 드러내놓고 교만을 부리는 흥분파로서 이런 자는 뇌일혈을 초래할 위험성이 높고, 후자는 겉으로는 얌전한 것 같아도 내심은 아집과 자만으로 가득 찬 침묵파로서, 이런 자는 (뇌경색증)을 초래할 위험성이 높다.

교만한 자는 잘난 체, 아는 체 떠들어대기를 좋아하고 남에게는 말할 틈도 주지 않는 나쁜 버릇이 있지만 겸손한 자는 자기 말은 자제하고 남의 말을 잘 들어주는 따뜻한 자이며, 뇌종양의 원인이 강한 교만성 때문이다.

 

 

미맥(米麥)의 천리

의학에서 쌀과 보리에 담긴 천리를 이야기하는 것은 무의미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사람의 몸에 병이 생기는 근본 원인이 질적인 감정이나 불만으로 인한 상심 때문이고, 상심의 요인 중에서 가정불화가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기 때문이다.

가정불화의 초래에는 성격이나 언행에도 요인이 있으나 부부간의 처지나 위상도 직간접으로 큰 영향을 끼친다. 대표적인 예로 (처가살이)를 들 수 있다. 처가살이 가정이 어째서 비정상적 가정인가를 쌀과 보리의 본성에서 깨달을 수 있다.

주식 중에서 가장 먹기 좋고 보기에도 좋은 것이 쌀밥으로서 사람으로 치면 쌀밥이 여성과 같은 것이다. 가장 맛없고 먹기에도 보기에도 덜 좋은 것이 보리밥으로서 사람으로 치면 남성과 같은 것이다. 참으로 재미있는 것은 여성과 마찬가지인 벼에는 수염이 없고, 남성과 마찬가지인 보리에는 수염이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여성과도 같은 벼는 어릴 적에는 못자리에서 자라지만 어느 정도 자라면 반드시 다른 곳에 이식하지 않으면 정상적인 벼의 구실을 못한다. 벼와는 반대로 남성과도 같은 보리는 이식하지 않고 그대로 두어야 정상적인 보리의 구실을 하게 된다. 정부와 농가에서 보리도 이식재배를 해보았으나 수확률이 크게 떨어졌었다.

인간의 남녀도 마찬가지이다. 쌀과도 같은 존재인 여자는 친정에서 자라지만 혼기가 되면 시집으로 옮겨가야 정상적인 아내구실을 하기가 어렵다.

그 이유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겉보리 서 말만 있어도 처가살이 하지 말라는 속담이 이래서 생겨난 것이다. 딸만을 가진 부모들에게는 여성을 비하하는 시대착오적 고루한 논리로 여겨질지 모르나, 미맥(米麥)의 생태는 하늘이 정해놓은 조화의 섭리인지라, 자식 가진 부모들도 젊은이들도 미맥의 섭리에서 배워야 한다.

처가살이를 하는 부부라도 아내가 지혜롭고 이해심과 배려심이 있으면 무난하겠지만 대개는 아내가 배경을 믿고 기세등등하기 쉽고 남편은 기가 죽어서 비굴해지기 쉽다. 이래서는 진정으로 행복한 부부가 되기 어렵다. 그럼으로 미맥에서 천리를 배워야한다.

 

선악(善惡)과 덕인

세상에는 법 없어도 될 만큼 선량한 사람도 있고 악독한 인간도 있기 마련인데 어떤 것이 선한 것인가는 착할 선() 자에, 어떤 것이 악한 것인가는 악할 악() 자에 오묘하게 설명되어 있다.

(착할 선) 자는 양(), , ()등으로 돼 있어 풀을 뜯는 양의 입을 의미하였다. 온갖 동물들 중에서 먹이를 놓고 다투지 않는 유일한 동물이 양이다.

 

그러니까 선량한 자는 재물을 놓고 서로 많이 차지하려고 다투거나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는 진리가 이 문자에 담겨 있다.

 

(악할악) 자는 버금아() 자와 마음심()자로써 돼 있는데 자는 상형문자로서 두 개의 받침목이 무거운 물체의 압력으로 구부러진 것을 상형한 문자이다.

 

이 문자는 완력 권력 재력 학력 지력 등의 힘으로 약자를 억압하는 모질고 독한 심성을 뜻한 문자이다. 악인이 아닌 선인을 덕인이라 하는데 어떤 사람이 덕인인가? 그 답이 큰 덕 자에 있다.

(큰덕)자는 행할 행 곧을 직() 마음심() 세 문자로 되어 있어, 마음가짐이 곧고 행동거지가 바른 것이 곧 덕임을 의미하였다.

 

보편적으로 남에게 금전이나 의식 등을 베풀기를 잘 하는 인정 많은 사람을 덕 있는 사람으로 여기지만, 그렇다면 가진 것이 없는 사람은 덕인이 될 수 없을 것이다. 진정한 덕인의 개념은 마음가짐과 언행이 똑 바른 사람을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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