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시 향촌동 소재 HK조선(대표 박흥갑)이 중소 조선사로서는 드물게 러시아 진출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HK조선의 자회사인 창원 소재 ㈜HK는 이달 중 러시아 베르쿠트그룹 자회사인 슬라반카 조선소와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본격 사업에 착수했다. 이는 지난해 9월 극동미래경제포럼을 통해 러시아 선박 건조시장에 뛰어든 지 9개월 만에 결실을 보게 됐다.

HK조선 합작법인이 설립되면 선주사와 선박 건조를 위한 세부사항을 협의 진행하고 이른 시일 안에 선박 수주를 위한 본 계약을 체결할 방침이다. 본격적인 선박 건조는 본 계약이 체결된 뒤 진행된다. 이후 국내에서 70% 정도의 어선 제작 공정을 소화한 뒤 나머지 30%는 러시아 현지로 옮겨 마무리하게 된다.

이번 한·러 합작법인 설립은 일감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조선 기자재 업체에도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HK가 수주하는 어선의 상당수 기자재를 국내 조선소에서 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러시아 정부의 강력한 극동개발 정책 추진과 한국의 수준 높은 조선 산업 기술력이 시너지 효과를 거둘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아직 법인 설립이 마무리되지도 않은 상황인데도 수주 계약이 쇄도하고 있다. 현지 조선사들과 납기 및 선가 협상을 진행했으며 일부는 건조의향서(LOI)도 체결했다. LOI는 선박의 구체적인 스펙을 확정하는 것으로 현재 20여척에 4000억 원 규모로 알려졌다.

박흥갑 대표는 “갈수록 어려움을 겪고 있는 조선업에 대한 돌파구를 찾기 위해 고민을 거듭하던 중 러시아로 눈을 돌렸다. 러시아 진출은 개인뿐 아니라 실의에 빠진 도내 조선 기자재 납품업체와 미래 세대에 희망을 던져주고 싶다”며 “이에 만족하지 않고 국내 중소조선사 최초로 러시아 어선 시장에 진출한 만큼 어선 건조와 함께 수리조선 분야 진출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2005년 어선 수리조선소인 동진조선으로 출발한 HK조선은 어업지도선과 전투지원정 등 관급선 위주의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연간 매출액은 400억 원 규모의 중소조선소이다.

박종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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