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짜고 허위 서류 작성

출장 간다고 허위로 여비를 신청해 수년간 수천만 원을 빼돌린 혐의로 거창군 전직 군수를 비롯해 공무원들이 무더기로 검찰에 넘겨졌다.

지난 17일 거창경찰서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위반'과 '업무상 횡령' 혐의로 양동인 전 군수와 전직 고위간부 공무원, 예산 관련 부서 책임자 등 18명을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창원지방검찰청 거창지청에 송치했다.

양 전 군수는 '김영란법' 위반으로 검찰에 송치돼 법의 심판을 앞두게 됐다. 이홍기 전 군수도 참고인 조사를 받았으나 기소 대상에서는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공무원은 액수가 크지 않고 관행적으로 해왔던 일이라고 여겨 허위 출장 관련 서류를 처리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공무원 A(40)씨는 '풀여비' 담당부서에서 출장비를 담당하며, 다른 공무원들에게 가지 않은 출장을 다녀온 것처럼 꾸미게 했다. 이후 출장비가 입금되면 대부분을 계좌이체나 현금으로 전달받았다.

경찰은 이런 식으로 출장비를 허위로 신청하고 수백 차례에 걸쳐 허위로 받은 출장비 규모가 7000만 원이 넘는 것으로 파악했다. 출장비 관련 부서 책임자는 이를 알고도 묵인했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혐의를 대부분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풀여비’는 공무원의 관외 출장 때 교통비·숙박비·식사비 등을 모두 포함한 여비다. 예산은 부서별로 별도 편성해 운영하지만, ‘풀여비’는 예측불가 한 상황 때 사용을 목적으로 편성돼 있다. 군은 이 여비를 지난해 5000만 원, 올해 4000만 원을 편성했다.

경찰 관계자는 "출장을 가짜로 신청하는 직원들은 자기들이 잘못된 건 줄 알았지만 관행으로 알고 죄의식 없이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수사 결과가 확정되어 통보가 오면 거기에 따라 징계해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앞서 군은 지난해 공무원노조 누리집 등에 관련 제보가 들어와 자체 감사를 벌였다. 감사 결과 혐의점을 발견하고 지난 1월 공무원 A씨를 경찰에 고발했다. 당시 군은 A씨가 2015년 7월부터 2018년 7월까지 예산 부서의 직원 여비를 담당하면서 출장비를 특정 공무원한테 정상적으로 지출한 것처럼 꾸며 되돌려 받는 방식으로 여비를 착복한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군 일각에서는 예비적 성격이 짙어 비교적 빼돌리기가 쉬운 업무 추진을 위한 여비가 한 해 5000여만 원에 달해 착복 금액이 억대에 이를 것으로 추측했다. 또한 공무원 한 명의 일탈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으며, 공무원 시스템에 대한 문제로 윗선 등 개입이 있었는지 경찰수사를 통해 밝혀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하지만, 군은 개인적 일탈이라고 선을 긋고 윗선 개입설은 부인했다.

류재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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