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하고 나태해진 적진 파악 후 기습

하동군과 큰들문화예술센터가 주최하고 경남문화예술진흥원, 경상남도,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관한 ‘마당극 정기룡’ 공식 포스터. 사진=하동군제공
하동군과 큰들문화예술센터가 주최하고 경남문화예술진흥원, 경상남도,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관한 ‘마당극 정기룡’ 공식 포스터. 사진=하동군제공

“훗날 국가는 반드시 정기룡의 힘을 입을 것이다”

상관인 조경이 종기병을 앓아서 산속 절에 누워있게 되니 정기룡은 해야 할 일이 없음을 알고 조경을 하직하고 떠나 곤양으로 돌아가 모친을 받들고 있었다.

진주에서 김성일이 정기룡 얘기를 듣고 그를 불러보고는 매우 기이하게 여기며 중얼거렸다. “정기룡의 앞길은 가히 헤아릴 수 없다. 훗날 국가는 반드시 이 사람의 힘을 입을 것이다.”

왜적이 진주성을 포위했을 때 정기룡을 시켜 후방 방비 장군인 한후장을 삼았다. 그랬다가 임금에게 보고하여 상주 가판관(假判官)으로 임명하였다. 이때 왜적 원수 모리휘원이 마침 상주성을 점거하고 근처 일대에 주둔한 왜적들과 연결하여 세력을 넓히고 있었다. 정기룡이 목사 김해와 더불어 피난해 있는 산속에서 점차 그 고을 병정 천여 명을 불러 모아 상주성 회복을 꾀했다.

큰 횃불을 들고 적의 막사 속으로…

밤마다 북을 울리고 경계를 엄하게 하여 출격 준비를 해 곧 습격하려는 것처럼 하니, 적들이 크게 놀라 방비를 단단히 하다가 오랜 시일이 지난 다음에야 안정을 했다. 이때 정기룡은 적들이 피곤하고 나태해져서 가히 공격할 만하다는 것을 알고 행동을 개시했다.

마을 사람들을 모두 동원해 횃불이 될 수 있는 송진이 밴 소나무 가지를 수집하여 한밤 중에 몰래 성을 뺑 둘러 긴 나무 막대기를 나열해 꽂아 세우고, 막대기 마다 송진 밴 소나무 가지를 3,4개 씩 묶어 횃불이 되게 해놓았다. 또한 곳곳에 땔나무를 무더기로 쌓아 불로 공격하는 것을 갖추어 놓았다. 이어 여러 장군들과 약속하여 성의 서남북 3개 방향 성문으로만 공격하게 하고, 오직 동쪽 문 만을 비워두어 적들이 도망갈 길을 열어놓게 했다. 그리고 몰래 아주 뛰어난 병사들을 숲 속에 복병으로 묻어 두었다. 더불어 노약자들을 나누어 파견하여 성 바깥에 나열해 있다가 소리를 질러 성원하여 돕도록 했다.

군대가 모두 자기 공격할 위치에 도달하니 곧 만 개 횃불에 일제히 불을 밝히게 하고, 정기룡 자신은 직접 큰 횃불을 들고 적들 막사속으로 말을 달려 껑충 뛰어넘어 들어가 사방으로 헤치며 불을 지르니 맹렬한 불꽃이 하늘로 솟아 올랐다. 이에 호응하여 북을 치고 소리치는 소리가 땅을 진동시키니 적들이 놀라고 당황하여 내달아 살아나갈 길을 찾다가 모두 동쪽 문을 쫓아 뛰어나갔다. 이때 복병이 막 거칠게 내달아 그들을 엄습하여 분을 내어 어지럽게 공격하니 엎어진 시체들이 눕혀놓은 삼단 같았다. 이에 왜적원수 모리휘원이 크게 패해 달아나 개령성에 들어가 자리를 잡고 보전했다. 출처- 홍양호의 ‘해동명장전’

문찬인 하동 향토사연구소장 / 정기룡장군 기념사업회 집행위원장

관련기사

저작권자 © 경남연합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