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산가 김윤세

中歲頗好道 晚家南山陲 興來每獨往 勝事空自知

行到水窮處 坐看雲起時 偶然值林叟 談笑無還期

중세파호도 만가남산수 흥래매독왕 승사공자지

행도수궁처 좌간운기시 우연치임수 담소무환기

중년 이후에는 도를 더욱 좋아하여 / 만년에 종남산 기슭에 별장을 마련했네

흥이 나면 홀로 그곳으로 찾아가나니 / 얼마나 좋은지는 오로지 나만이 알 뿐이라

걷고 또 걸어 물길 시작되는 곳에 이르러 / 가만히 앉아서 피어오르는 구름을 본다

우연히 산속에서 산골 노인을 만나 / 담소를 나누다가 돌아가는 걸 잊었다네

이 시는 당나라 때 시인 왕유王維・701~761의 ‘종남별업終南別業’이란 제목의시로 왕유를 ‘전원田園시인’으로 유명하게 만든 시 중 하나이다. 종남은 그의 별장이 있는 종남산終南山을 가리키고 별업이란 별장別莊을 지칭한 말이다.

왕유는 중국 시인 가운데 시의 신선詩仙으로 칭송받은 이백李白, 시의 성인詩聖으로 불린 두보杜甫와 함께 시의 부처詩佛로 일컬어졌던 걸출한 시인이다.

왕유는 당나라 때의 고급관료를 지낸 인물로 박학다식한 데다 시는 물론 음악, 글씨, 그림에도 조예가 깊었으며 전원생활을 즐기고 그러한 삶을 예찬한 시인으로 이름이 높다.

그의 시는 불교적 색채가 농후한데 아마도 독실한 불교 신자였던 모친의 영향이 아닌가 여겨진다. 이름의 유維자와 자의 마힐摩詰은 《유마경維摩經》의 주인공 유마힐維摩詰에서 유래한 것으로 생각된다. 왕유는 부모에 효도하고 형제와 우애가 깊었으며 게다가 아내와의 사랑도 각별하여 30세에 부인이 죽자 나머지 30년은 혼자 살았다. 왕유는 아내가 죽은 뒤 장안 동남쪽 종남산 기슭의 망천輞川이란 곳에 망천장輞川莊이란 별장을 짓고 들어가 전원생활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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