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김형택
전 진주시총무국장
전 진주시의회의원

우리 인간의 인생은 만남으로 시작된다. 그래서 그 만남의 관계를 잘 유지해 가는 것이 삶을 원만히 살아가는 길일 것이다. 그러나 요즘 이러한 삶을 위한 최초의 만남이며 공동체의 삶을 살아가는 사회 기초집단으로서의 가정이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의 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화의 물결에 전통적 가치가 퇴색되어 가고 또한 핵가족화라는 가족 형태의 변화로 가족 구성원간의 역할이 변화됨에 따라 가정의 기능이 축소되고 효(孝)를 바탕으로 한 전통적 가정 윤리가 무너져 가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의 우리의 가정은 분명히 전환기적 상황에 놓여 있다 할 수 있다. 온 가족이 한 자리에 모일 기회는 점점 줄어들고 설령 모이더라도 각자의 바쁜 생활에 쫓겨 따뜻한 한 마디의 대화마저 나누기 힘들다. 급기야 가정은 단지 혈연이라는 단 하나의 이유로 어쩔 수 없이 묶여 있는 테두리에 불과하다는 극단적인 생각까지 대두되고 있는 현실이다.

이처럼 가정의 전통적기능이 약화되고 가족 구성원간의 기능과 역할이 변화됨에 따라 부모의 권위가 약화되는 등 가족 구성원간의 갈등과 불화가 심화되고 있다. 가정의 모든 불화와 갈등은 부부사이에서 비롯된다고 하기도 한다. 부부라는 것은 남남인 남녀가 당사자 간의 성격, 심리적, 경제적인 결합으로 사회의 기초단위인 가정을 구성하는 기본적 관계인 것이다.

이러한 부부관계가 성격차이, 애정문제, 고부간의 갈등, 자아실현 및 경제적 문제 등으로 사소한 말다툼에서부터 상호 폭력 등으로 갈등이 깊어지고 서로의 갈등을 해소하지 못하게 되면 다시 남남으로 돌아서거나 심한 경우 서로를 살해하는 가족 해체 현상까지 야기되고 있다.

부부의 만남이 있으면 반드시 자식이라는 관계가 있게 되는데 이로 인해 부모로서의 새로운 책임과 의무가 생기는 것이다.

「그 부모를 알려면 그 자식을 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자식들에 대한 책임은 부모에게 있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부모의 자식에 대한 표면적 사랑은 두드러지고 있으나 올바른 한 인간으로서의 성장에 필요한 가르침은 오히려 소홀한 형편이다.

부부간의 갈등적 감정이 분별없이 자식들에 대한 욕설과 폭력 등으로 전가 되는가 하면, 자기 자식 하나만 잘 먹이고, 잘 입히면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주위사람들은 안중에도 두지 않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또한 「너 하나 만이라도」라는 식으로 집안에 큰 인물 하나 정도는 나와야 된다는 부모들의 욕심을 자식들에게 강요하는가 하면, 공부 잘 해서 일류대학에 가야 돈도 많이 벌고, 잘 살 수 있고 인간 대접 받을 수 있다는 강박관념을 심어주기도 한다.

이러한 부모의 태도는 자식의 독립성을 저하시키고, 이중적 성격구조를 갖게 함으로써 충동이나 욕구에 대한 자기통제의 방법을 배우지 못하여 남을 생각하지 않고 마음 내키는 대로 행동하는 자기중심적인 버릇없는 이아로 만들거나, 심한 경우 가출, 마약복용, 살인, 자살등 각종 비행을 저지르는 문제 아이로 만들고 있다. 다른 집 아이처럼 호강시켜 주지 못하는 부모는 자식들로부터 원망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또한 부모는 시대적으로 뒤떨어져 부모로부터 배울 것이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거추장스러운 존재로까지 생각하고 있다 한다.

요즘 부모가 시키는 대로 따르는 자식은 드물고 말대꾸하면서 반말하기 때문에 도리어 자식의 눈치를 보아야 하므로 무엇을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 하는 부모들이 늘어가고 있다.

용돈을 주지 않는다하여 자식의 말을 듣지 않는다 하여, 재산을 나누어 주지 않는다 하여, 남 보기 창피하다 하여, 부모를 구박하고 때리기도 하고 심지어 천륜(天倫)의 정마저 무자비하게 끊는 자식들도 있다.

부모의 뜻에 따른다든가, 부모를 편히 모신다는 효(孝)의 본질도 점진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이렇듯 요즘 우리의 가정은 부부간, 고부간, 부모와 자식 간, 형제간의 갈등 등으로 가족 간의 연대의식이 점점 약해지고 있다. 결국 가족 간의 연대의식이 약화되면 사회적 연대의식은 저절로 허물어지기 때문에 사회발전은 기대할 수 없고 궁극적으로 개개인의 원만한 삶 또한 보장받지 못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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