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근 교수

산림청이 일반인을 상대로 좋아하는 나무를 설문한 결과 절반 가까운 45.7%가 소나무를 꼽았으며, 2위를 차지한 은행나무가 7.5%에 그쳐 일반인의 소나무에 대한 선호도가 압도적임을 보여 줬다. 다음으로 동백나무가 5.5%, 감나무가 3.0%, 향나무, 잣나무가 2.9%로 뒤를 이었다.

솔은 맑고 고운 우리 겨레의 마음이요. 빼어난 우리 산천의 혼이다. 비틀린 줄기에 가지를 늘어뜨린 늙은 솔 하나로 우리 산야는 얼마나 감동적인 풍경이 되는가. 솔 한그루로 우리 강산은 선경(仙境)이 되고, 우리 마음은 신선(神仙)이 되며, 우국지사가 되고 음유시인이 된다. 솔을 생각하는 마음만으로도 청아한 솔바람이 쏴아 마음을 씻어내 주는 것 같지 않는가.

솔은 우리 겨레의 나무요. 우리의 심정에 가장 잘 어울리는 나무다. 그 고절한 기상과 아름다움, 웅장한 기품, 사람의 감정에 젖어드는 친화력을 따를 나무가 없다. 늘 푸른 성정, 유현(幽玄)한 품격, 천년을 사는 장수, 청아한 운치, 만 가지 쓰임새, 죽은 사람도 살려 내는 신비한 약효, 그 어느 것 하나만 치더라도 솔을 당해 낼 나무가 없으니 솔이 있어 우리나라는 선인의 나라요 군자의 나라다.

소나무의 ‘솔’은 으뜸을 의미하여 소나무는 나무 중에 으뜸인 나무라는 뜻이다. 나무줄기가 붉어서 적송(赤松)이라 부르기도 하고, 주로 내륙 지방에서 자란다고 육송(陸松)이라 부르기도 하고, 여인의 자태처럼 부드러운 느낌을 준다고 여송(女松)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렇지만 적송은 소나무의 일본 이름이다. 한국의 옛 문헌에서 소나무를 적송이라 부른 예는 없다. 일본이 우리나라 소나무를 세계에 소개하였기 때문에 영어 이름은 일본 적송(Japanese red pine)이 되었다.

소나무는 우리나라에서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는 나무로 매화, 대나무와 함께 세한삼우(歲寒三友 - 추운 겨울의 삼 형제 즉 송죽매)에 포함 되어 있다. 그리고 애국가에 등장하며, 어린 아이가 태어났을 때 금줄에 거는 생명을 나타내는 나무이다. 한국의 나무 중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나무 중에 소나무가 40여종으로 제일 많다.

솔은 옛사람들에게 구황(救荒) 식량이기도 했다. 조선시대는 말할 것도 없고 일본이 이 나라를 지배했을 때부터 이 땅의 농민들 대부분이 해마다 혹독한 보릿고개를 겪어야 했다. 그 때마다 그들은 소나무 속껍질인 송기를 벗겨 내어 삶고 물에 씻어서 떪은 맛을 없앤 다음 수수 가루, 옥수수 가루, 조 가루 등을 섞어서 떡을 만들어 먹었다. 그냥 먹으면 변비가 생기므로 느릅나무 껍질을 우려낸 즙과 함께 먹거나 설사약인 피마자기름을 많이 발라서 먹기도 했다. 소나무야말로 우리 민족이 춘궁기를 이길 수 잇게 해준 고마운 존재였다.

선가(仙家)에서는 솔잎이나 송홧가루만 먹고 살았다고 하는 선인(仙人)이나 고승(高僧)들의 이야기가 많이 전해 온다. 솔과 함께 살면서 솔을 먹으며 사니 어찌 신선의 풍모가 없겠는가. 옛 기록에는 솔잎을 먹고 신선이 되었다거나 백발의 노인이 다시 머리가 검어져 홍안의 젊음을 되찾았다는 이야기가 적지 않다. 적송자(赤松子), 송수선인(松壽仙人) 같은 사람들이 솔을 먹고 선인이 되었다는 전설적인 인물들이다.

솔잎은 성미(性味)는 따뜻하고 독이 없으며 맛은 시다. 풍습을 없애고 몸 안의 벌레를 죽이며 가려움을 멎게 하고 머리털을 나게 한다. 내장을 고르게 하고 배고프지 않게 하며 오래 살게 한다.

소나무 속껍질은 성미(性味)는 따스하고 맛은 달다. 피를 멈추게 하고 설사를 그치게 하며 살이 썩지 않게 한다. 오래된 설사, 이질에 잘 듣는다.

솔 마디는 소나무 가지나 줄기에 송진이 침착된 것으로 어린가지를 잘라 쪼개서 물에 담갔다가 쓰는 쓰는데 성질은 따뜻하고 폐와 위를 튼튼하게 한다. 풍습을 없애고 영련을 멈추며 경락을 고르게 한다. 뼈마디가 아플 때, 각기병, 타박상, 관절염 등에 달이거나 술을 담가 쓴다.

솔방울은 성미가 달고 따스하며 독이 없다. 변비와 풍으로 인한 마비를 낫게 한다. 골절풍(骨節風)과 어지럼증을 고치며 죽은 살을 없앤다.

복령(茯笭)은 소나무를 벤 곳에 있는데 죽은 소나무 둘레를 쇠꼬챙이로 찔러서 찾아낸다. 속의 빛깔이 흰 것을 백복령, 붉은 것을 적복령이라 하고 솔뿌리를 싸고 있는 것을 복신(茯神)이라고 한다. 맛은 달고 심심하며 성질은 평하다. 오줌을 잘 나오게 하고 정신을 안정시킨다.

송라(松蘿)는 소나무에 기생하는 겨우살이로 안개가 자주 발생하는 고산지역의 소나무 줄기나 가지에 붙어 실처럼 주렁주렁 달려 기생한다. 한방에서는 이뇨제, 해열제, 강심제, 거담. 진해제로 사용한다.

소나무의 송진에는 독이 있으므로 오래 먹으면 생명에 지장이 있을 수도 있다. 솔잎이나 솔 마디, 솔방울 등을 약으로 쓸 때에도 가능하다면 송진을 빼고 먹는 것이 좋다. 우리 조상들은 솔잎이나 솔 마디를 흐르는 물에 오래 담가서 송진을 빼고 먹었다. 보통 가정에서는 솔잎 등을 쌀뜨물에 하루 정도 담가 그늘에 말려서 쓰면 좋을 것 같다.

☞ 고혈압과 간경화 다스리는 ‘솔잎땀 요법은 옛날부터 내려오는 전통적인 치료법 중에 솔잎을 이용하여 땀을 흠뻑 내는 방법이다. 이를 ’솔잎땀‘이라 하여 고혈압, 간암, 간경화, 골수암, 간질, 신경통, 저혈압 등을 치료하는 데 신통한 효과가 있다. 깊은 산속 오염되지 않은 곳에서 솔잎을 두 가마니를 채취하여 황토 온돌방이나 시골의 빈집 등에 3·~5cm 두께로 깔고 방바닥이 뜨겁도록 불을 땐 다음 솔잎 위에 홀 이불을 펴고 속옷만 입은 채 그 위에 누워 이불을 덮는다. 머리에도 수건을 쓴 다음 흠뻑 땀을 낸다.

☞ 산후풍과 신경통, 관절염에 효과 높은 솔뿌리 식혜 만들기는 황토 흙에서 동쪽으로 자란(동송근東松根) 10~15년쯤 자란 손가락 굵기 정도의 솔뿌리를 캐서 잘게 썬다. 잘게 썬 솔뿌리 3kg에 물 한말을 붓고 3·~4시간 낮은 불로 우려내어 깨끗한 무명천에 송진을 걸러낸 다음, 그 물에 엿기름으로 당화 시켜 식혜를 만든다. 솔뿌리 달일 때 삽주나 가시오가피 같은 것을 넣어도 좋다. 솔뿌리는 소화가 잘 되지 않고 설사하기 쉬우므로 식혜를 만들어 먹어야 몸에 잘 흡수된다. 솔뿌리 대신 잣나무 뿌리를 쓰면 효과가 더 좋다. 대신 리기다소나무나 해송의 뿌리는 쓰지 않는다.

☞ 솔잎술, 솔잎차, 솔잎식초로 활용할 수 있다. 솔잎을 잘게 썰어서 같은 양의 설탕을 버무려 항아리에 담아 따뜻한 곳에 한 달쯤 되면 솔잎이 발효되어 맛있는 음료가 된다. 이 때에도 반드시 깨끗한 무명천에 송진을 걸러낸 후 복용해야 한다.

☞ 솔방울 주(酒)는 솔방울이 무르익는 10월경에 채취하여 반으로 쪼갠 다음 솔방울 20개에 설탕 300g을 넣고 소주 1.8리터에 담가 1년 정도 묵힌다. 또 다른 방법은 설탕물로 담그는 방법으로 솔잎이나 솔방울 80g, 설탕 300g을 1.8리터 에 넣고 물어 부어 병 입구를 가벼운 천으로 봉한다. 10월경에 담그는 것이 좋으며 1개월 후 면 마실 수 있다. 낮은 도수로 발효되므로 여성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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