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용수

태완이 2

“그때는 할 수 없이 돌을 던지거나 밑둥치를 흔들어서 다람쥐가 나무에서 내려오도록 해야 하는데 그래가 나무에서 내리오마 잠자리채 같은 걸로 잽싸게 잡아야 하는 기라”

“그래 가지고 다람쥐란 놈이 잡히겠나?

“아이다, 강원도 그 사람 말을 들어 보마 열 마리 중에서 두 세 마리는 놓치고 나머지는 거의 다 잡는다 카더라, 그래서 하루에 잡는 숫자가 열 마리 이상은 된다 카더라”

“열 마리... 그라모 다 큰 암탉 삼십마리나 된다, 우리는 둘이서 잡으니까 60마리는 되겠네, 그래, 우리 실력이 모자란다 치고 그래도 50마리는 안 잡겠나?, 그라마 우리는 금방 부자가 되겠다”

태완이는 병식의 말에 완전히 현혹되었다. 약간은 믿을 수 없는 구석도 있었지만 그런 의심은 공부를 하지 않아도, 학교를 가지 않아도 된다는 강한 유혹에 뒷전으로 밀려 난다.

3.

결국 둘은 가출하여 다람쥐를 잡으러 가기로 하였다.

두 사람은 곧 학교에 등록금을 내야 되므로 집에서 등록금을 내라고 주면 이걸로 사업 밑천을 하기로 하였는데 태완이나 병식이의 집안 사정이 같지 않으므로 먼저 등록금을 받은 사람이 등록금을 내지 않고 가지고 있다가 뒤에 받은 사람과 함께 가출하기로 하였다.

강원도에 다람쥐가 많지만 강원도는 너무 멀고 집에서 그렇게 멀지는 않지만 그래도 아는 사람이 없는 지리산에만 들어가도 다람쥐는 많을 것이므로 일단 지리산으로 가서 다람쥐를 잡되 만약 신통찮으면 그 때 강원도로 가기로 하였다.

잡은 다람쥐는 소와 함께 개나 닭, 돼지, 염소를 팔기 위하여 열리는 가축시장에 가면 가축상들이 많이 오므로 그 사람들에게 팔면 된다고 하였다.

그런 말이 있은 지 한 열흘 쯤 후에 두 사람은 가출을 결행하였다.

가출을 하기 전에 태완이는 앞집에 살고 있는 할매에게 먼저 가서 인사를 하여야 한다.

태완이는 제 부모와 상의를 하지 않더라도 중요한 일은 태완이를 길러 주고 친부모이상으로 아껴주는 할매와 상의하거나 먼저 말을 한다.

할매는 태완이 편에서 지원을 해 주기 때문에 나중을 위해서라도 할매에게 미리 얘기를 해 놓는 것이 좋다.

할매는 마침 산더덕을 캐 와서 방안 가득 늘어놓고 다듬고 있다.

방안에는 향기로운 더덕 냄새가 가득하다. 더덕을 캐 와서 다듬을 때 나는 향기는 사람의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히는 효과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할매, 나 병식이하고 지리산에 다람쥐를 잡으려 갈라쿠는데 할매는 우째 생각 합니꺼?”

태완이는 어렸을 때부터 할매에게 만은 절대적으로 바른 말을 한다.

“아, 이놈아 우째 생각하기는, 당연히 반대지.”

하면서 다듬던 더덕 중 굵은 뿌리 하나를 주면서 씹으라고 준다.

“니, 그라마 학교는 우짤라고?”

“어차피 지리산에 들어가면 학교는 못 댕기는 기지요.”

“그라마 학교는 그만 두고?”

“예, 병식이 하고 짰는데, 우리는 암만 공부를 해도 성적이 안 오르는 돌대가리니까 이 참에 학교를 때리 치우고, 지리산에 들어가서 다람쥐를 잡아 돈을 벌라고 캅니더”

태완이는 할매가 준 더덕뿌리를 인상을 찌푸리면서도 우걱우걱 씹다가 말한다.

“내가 돈을 많이 벌면 할매한테 용돈도 많이 드릴께요.”

“내 걱정일랑 하지 마래이, 너거 아부지, 엄마도 아나?”

“그 말을 했다가는 다리몽둥이 부러지기가 십상이지예, 말 안했심니더”

“그라마 몰래 집을 나가겠다는 말이가?”

“할 수 없지예.”

“그라마 몰래 가지 이 할미한테는 말라고 말하노?”

“할매한테는 말씀드리고 가야지예, 할매한테는 속일 수가 없잖아예.”

“그래, 내 한테는 속이면 안 되지.”

“예, 지는 아직까지 할매를 속인적은 없는 기라예, 그래서 할매한테는 허락을 받고 갈라고 찾아 왔심더.”

태완이는 할매한테 ‘통고’가 아닌 ‘허락’이라는 말을 하므로서 할매의 비위를 맞춰 줄줄도 안다.

태완이의 예측대로 ‘허락’이라는 말을 쓰자 할매의 입가에 슬그머니 미소가 지나간다.

“니, 내한테 허락을 받는다고 했나?”

“예, 허락을 받아 야지예.” 태완이는 ‘허락’이라는 말에 힘을 준다.

“내가 허락을 안 해주면 니는 가출을 안 할기가?”

할매는 태완이의 눈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말을 한다

“하모예, 할매가 허락을 안해 주는데 지가 우째 맘대로 합니꺼.”

그 말에 감격을 했는지 할매는 일하던 손을 멈추고 시커멓게 물든 칼을 내려 놓으며 옆에 앉은 태완이를 꼭 껴안아 준다. 

태완이가 가출을 하겠다고 하자 할매도 처음에는 당연히 반대를 하더니 급할 때 쓰라고 하면서 돈 2만원을 챙겨 주신다.

“다니다가 배고프면 이 할미 생각하면서 맛있는 것 사묵으라, 내가 돈 준거는 너거 아부지, 엄마한테 말 안 할거다, 알겠제?” 할매의 알겠제 속에는 자신이 말을 안 하므로 태완이도 돈을 받았다는 말을 하지 말라는 암묵적인 지시가 포함되어 있다.

그렇게 말한 할매는 그래도 미덥지 못하였던지 고개를 잘래잘래 흔들면서 “나도 모르는 걸로 해라” 하면서

“내 한테 말한 적도 없고 돈 받은 적도 없는 기다, 알았제””

할매는 태완이에게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라고 하였고, 정 힘이 들 때는 몰래 할매한테 연락하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어렸을 때부터 할매가 무섭기도 하였지만 도움이 필요할 때는 언제나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해 주는 할매다.

다음호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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