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용수

태완이 5

“그런 산짐승들이 너거들 한테 잡히겠나?, 더군다나 총도 없고 덫도 없이..., 맨손으로 잡을 끼가? 그라고 산짐승을 잡아 어디 쓸라카노? ... 쯧쯧 ...”

아줌마는 혀를 찬다.

“우리는 여기 오기 전에 산짐승들을 많이 잡아 봤심더, 고향에서 너무 많이 잡아 우리 고향에는 더 이상 없기 때문에 여기까지 온 겁니더”

“하이고마 무서운 총각들이 왔네...”

아무래도 아줌마가 빈정대는 것 같지만 아이들은 그런 것쯤은 못들은 척 하고 지나간다.

병식이는 거짓말을 너무 잘 한다.

마치 산짐승을 잡는 전문가처럼 말을 하는데 아줌마도 병식이의 언변에 믿어 주는 척 하는 건지, 슬슬 믿는 눈치인지 아이들의 감성으로는 알 수가 없다.

“너거가 짐승 잡는 일을 오랫동안 해 봤나?

“중학교 졸업하고 지금까지 3년 동안 해 왔심니더”

병식이는 학생이 아니라는 말을 강조하려는지 이제 중학교 3학년이면서 중학교 졸업하고 3년이 지났다고 또 거짓말을 한다.

아줌마는 말을 시키면서도 바지런히 손을 움직이더니 재빠른 솜씨로 빨간 고추와 파란고추 한 개 씩을 꺼내어 꼭지를 따고 쫑쫑 채썰기 식으로 다지듯 썰어 놓고 방금 바글바글 끓기 시작한 국을 찌그러진 양은 냄비 두 개에 적당히 나누어 넣은 후 썰어 놓은 고추를 덤뿍 넣어 태완이와 병식이가 앉은 테이블로 갖다 준다.

큼지막한 양은 냄비에 가득 담긴 국밥은 투박하기는 하지만 맵싸하고 구수한 냄새가 일품이다.

아줌마는 아이들에게 국밥을 내 주면서 뭔가 석연치 않은 점이 있는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뭔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다.

아까부터 아줌마의 말씨와 태도가 불만스러웠던 태완이가 밥을 갖다 주면서 또 얄궂은 표정을 짓는 아줌마를 보고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벌컥 화를 내려고 한다.

“아이 씨...”

병식이는 태완이가 참을성 없이 화를 내려고 하자 금새 눈치를 채고 탁자 밑으로 태완이의 다리를 슬쩍 걷어차면서 참으라는 시늉을 한다.

“아이고, 너거 이제 중학생쯤으로 봤더니 그기 아이네”

아줌마도 태완이의 표정이 바뀌는 것을 보고 공연히 애들 심기를 건드려 봤자 득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지 슬쩍 속아 주는 척을 한다.

“예, 우리는 촌에서 자라 좀 어려 보이도 나이는 제법 많심니더”

태완이는 이 낯선 곳에서 화를 내 봐야 득 볼게 없다는 생각으로 입을 다물기로 한다.

영악스런 돈키호테가 알아서 잘 처리 해 줄 것이라는 믿음으로.

“그래, 지리산에는 얼마나 있을끼고?”

“산짐승이 많으면 오랫동안 있을 끼고 없으면 금방 갈 낀데, 아무래도 처음이라 짐승들의 종류도 파악하고 또 다니는 통로도 조사하여야 하니까 최소한 한 열흘은 있어야 합니더”

“열흘 동안에 이 지리산 짐승을 다 잡을 끼가?, 그라고 밥은 어디서 묵을 끼고?, 잠은?”

하고 아줌마가 제일 궁금한 것을 묻는다.

병식이도 잠자리를 구하는 게 제일 급한 일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덥썩 잠 잘 방을 구한다고 하면 아무래도 비싼 방을 써야 할 것 같아, 저녁에 일을 마치고 덕산(중산리에서 약 20리 거리에 있는 제법 큰 마을로 남명 조식선생의 사당이 있는 마을)으로 가서 예약을 해 놓은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그 식당에서 잠을 자기로 하였으며, 아침에 다시 산으로 올라 올 것이라는 대답을 하면서 아줌마의 눈치를 살핀다.

아줌마의 반응은 병식이가 예상한 대로다.

“덕산까지 왔다 갔다 하모 차비가 얼마고, 그라고 시간도 많이 걸리고...”

병식이가 능청스레 말을 받는다.

“그래도 덕산에 가모 식당에서 밥만 묵고 잠은 그냥 자기로 한 걸요.”

덕산은 지리산에서 제일 가까운 큰 동네인데 그곳에는 제법 큰 상설시장도 있고, 5일장이 서는 곳이다. 태완이는 신경 써서 보지 않았지만 병식이는 버스정류장 부근에 몇 개의 식당이 있는 걸 벌써 눈여겨 봐 놓은게 틀림없다.

“그랄라면 여기서도 밥만 묵고 잠은 식당 안에 있는 조그만 방에서 그냥 자라. 밤에는 손님이 없으니까 그냥 자도 된다.”

“그라마 여기서도 덕산처럼 밥만 묵고 잠은 그냥 자라는 겁니꺼?”

말끝 마다 거짓말이다.

“하모, 아직까지 방에 불을 안 넣어도 되니까, 그때까지 그냥 자거라, 대신 아침, 저녁 두 끼는 여기서 꼭 묵어야 된다, 알겠제?.”

“하모요, 우리는 예 촌놈들이 돼 나서 아무거나 잘 묵심더, 반찬 신경을 쓰지 말고 밥이나 많이 주면 됩니더.”

병식이의 얼굴에 승리자의 미소가 설핏 지나가면서 태완이에게 눈을 찡긋한다. 태완이는 점심도 이 식당에서 해결할 것이라는 말을 했으면 좋겠는데 병식이가 태완이의 생각을 읽고는 눈을 찡긋하므로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한다.

어쨌거나 잠자리 걱정은 너무 쉽게 해결되었다.

병식이가 의기양양하여

“바라, 로시난테는 돈키호테만 따라 댕기마 된다 아이가.”

병식이가 느닷없이 ‘돈키호테’ 말을 하자 이해하지 못한 아줌마가 되묻는다.

“돈키호테가 뭐고?”

“아입니더, 우리 끼리 한 말입니더.”

아이들이 웃어재끼자 영문도 모르는 아줌마도 덩달아 웃는다.

다음호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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