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용수

태완이 6

그날 밤 병식이는 첫 단추가 잘 꿰어졌으므로 앞으로의 일도 잘 될 것이라고 하면서 하이파이브를 하려고 하자 태완이가 병식이에게 점심은 어떻게 할 것인지 묻는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돈으로 점심까지 먹기는 곤란하다 아이가.”

“그라마 점심은 굶자는 말이가?”

태완이의 표정이 너무 심각하게 변하는 것을 본 병식이가 금새 말을 바꾼다.

“아침을 먹을 때 아줌마한테 고구마라도 좀 삶아 달라고 하께, 고구마가 없으면 감자라도 삶아 달라고 하고, 어차피 산속에 들어가모 먹을게 없으니 도시락을 가져가야 하는데, 도시락을 싸 달라고 하모 돈이 너무 많이 드니까 그걸로 떼우자.”

“그래도 산속에서는 빨리 배가 고파지는데 우째 고구마나 감자만으로 떼우겠노?”

“일단 다람쥐가 많이 잡히면 그때 가서 도시락을 싸 달라고 하고 지금은 고구마나 감자로 떼우자.”

태완이는 할매로부터 별도로 돈을 받아 둔게 있으므로 점심을 먹어도 되지만 그 돈 얘기는 일부러 하지 않는다.

“오야, 알겠다, 그런데 나는 맨날 점심을 굶으면서 다람쥐를 잡을 수는 없다, 그거나 알고 있으라, 알겠제?”

병식이는 태완이의 참을 성 없는 성격을 잘 알고 있으므로 더 이상 논쟁을 하지 않으려고 태완이 말에 쉽게 동의를 한다.

산간지방이라 새벽에는 아직 추운데 아줌마는 요도, 이불도 없이 달랑 홑이불 한 장 씩만 준다.

아줌마에게 얻은 홑이불 한 장 만으로 자려니까. 새벽에는 추워서 잠이 오지 않는다.

둘은 서로가 말은 하지 않지만 ‘집 나오면 개고생’이라는 어른들의 말이 사실이라고 생각하며 억지 잠을 자려 하지만 잠이 오지 않는다.

결국 얇은 홑이불 두 장을 겹쳐 둘이 붙어 자게 되자 서로의 체온이 전달되어 한결 따뜻해 졌고, 피로에 지친 아이들은 곧 곤한 잠이 들었다.

지리산의 첫날이 밝았다.

태완이와 병식이는 밤새 새우잠을 잔 때문인지 몸이 찌부둥 하지만 그래도 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아침밥을 먹고 아줌마에게 부탁하여 아줌마가 싸준 고구마 도시락과 물통 하나씩을 들고 산으로 올라간다.

태완이가 물었다.

“여기 저기 쥐덫을 놓아 쥐덫에 들어가는 다람쥐는 쉽게 잡을 수 있겠지만 나무위에 있는 다람쥐는 니 말대로 그렇게 잡힐까?”

“임마, 걱정하지 말거래이, 내가 다 설명했잖아, 그대로 하모 된다 아이가”

병식이는 도토리를 구하기가 어렵다는 걸 알고 아버지가 제사에 쓸거라고 하면서 땅에 묻어 둔 밤을 한 되 정도 몰래 가져 나왔으므로 밤을 도토리 대신 미끼로 사용하였다.

병식이가 미끼로 쓸 밤을 꺼내 놓자 밤 한 개를 앞 이빨로 물어뜯으면서 겉껍질만 깐 채 우두둑 깨문다.

“야, 다람쥐보다 밤 값이 더 비싸겠다. 말하자면 밥 팔아 똥 사먹는 건 아니겠제?“

태완이는 빈정거리는 소리를 하다가 병식이가 삐칠까봐 칭찬 한 마디를 해 준다.

“너 정말 준비를 많이 했네.”

둘은 밤을 껍질 째 쥐틀에 넣어야 된다, 껍질은 다람쥐가 잘 안 먹을 뿐만 아니라 껍질이 있으면 밤 냄새도 잘 나지 않기 때문에 다람쥐가 냄새를 맡고 올 수도 없으므로 껍질을 까고 넣어야 된다는 등으로 옥신각신하다가 결국 절충하여 태완이는 껍질을 까서 넣고 병식이는 껍질 째 넣어 다람쥐가 다닐 만한 길목에 쥐틀을 놓았다.

쥐틀을 놓은 후에는 집을 나와 떠돌아다니는 다람쥐를 잡기 위해서 이 곳 저 곳 숲속을 헤매었다.

그러나 오전 내내 숲속을 헤매었지만 다람쥐는 고사하고 쥐새끼 한 마리 보이지 않았다.

태완이는 적이 실망하여 “우리같이 집나온 불량 청소년 다람쥐가 있으면 잡기가 쉬울텐데, 지리산 다람쥐는 다 착한 모양이다”하면서 구시렁거리자 병식이는 실망하는 태완이를 달래기 위하여 좀 더 깊이 들어가 보자고 하였다.

“아무래도 이곳은 다람쥐가 다니는 통로가 아닌 것 같다, 좀 더 깊이 들어가서 숲이 울창한 곳으로 가자”

“너무 깊이 들어가서 우리가 길을 잃어버리면 우짜노?”

“마, 걱정도 팔자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세계에서도 제일 작은 나라 중에 하나인데 길을 잃어 봐도 거기가 거기다 아이가, 걱정하지 마래이.”

두 아이들은 숲속을 이리저리 옮겨 다니면서 다람쥐 틀을 놓았으나 역시 다람쥐는 구경도 하지 못하였다.

어둑살이 끼면서 아이들은 밤새 틀마다 다람쥐가 한 마리씩 들어가게 해 달라는 장난 반의 기도를 하고 산에서 철수하여 식당으로 내려 왔다.

그러나 아이들의 바램과 달리 다음 날도, 그 다음날도 다람쥐는 구경도 할 수 없으니 아무래도 이곳에는 다람쥐가 없거나 잡는 방법이 잘 못되었다고 인정 할 수 밖에 없다.

그래도 아이들은 희망을 잃지 않고 몇 날 며칠 장소를 옮겨 가면서 다람쥐 틀을 놓았으나 다람쥐는 고사하고 슬프게도 틀 안에 넣어 둔 밤도 전혀 건드린 흔적도 없다.

영악한 다람쥐라도 있었다면 재주껏 밤이라도 빼먹어야 하고, 밤이 없어 졌다면 그런대로 희망을 가질 수나 있는데 밤을 건드린 흔적도 없는 것으로 보아 다람쥐가 아예 없거나 있어도 자신들의 방법으로는 잡을 수가 없다는 사실만 확인하였다.

그런 상태로 사흘이 지나고 가출한 지 나흘째가 되자 아이들은 지루해 지는 것을 넘어 불안해 지기 시작하였고, 그제서야 집을 나온 걱정도 일어났다.

저작권자 © 경남연합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