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김형택
전 진주시 총무국장
전 진주시의회 의원

오늘날 우리 사회에 진실한 공동체가 있는가?

인간은 누구나 공동체에 소속되어 다른 사람들과 함께 공동의 삶을 살아가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과연 공동체가 있는가에 대해 의문을 갖는 것은 우리의 공동체가 오늘날 심하게 해체되어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지방의원을 비롯한 국회의원등 정치인들은 개인의 명리와 당리당략의 추구에만 매달려 있고 행정 관료들은 무사안일을 일삼고 있다. 기업인들은 회사를 부도내면서도 재산을 해외로 빼돌리는가 하면 퇴출당한 금융기관 간부들은 부실경영에 책임을 지려 하지 않는다.

일반 시민들도 공공의 질서를 지키지 않기는 마찬가지이다. 차례를 지켜야 할 곳에 줄을 서지 않는 시민들, 교통법규를 위반하는 자동차 운전자, 공공의 시설을 함부로 사용하거나 부수고 더럽히는 시민들, 사람에게 해로운 불량식품을 만들어 파는 사람, 청소년의 정서를 해치는 불량 만화를 복제해서 파는 사람들, 뇌물을 주고서라도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으려는 상인들, 돈을 받고 가짜 진단서를 떼어주는 의사들, 브로커를 고용해서 손님을 끌어 들이는 변호사들, 촌지를 사양하지 않는 교사들…… 일일이 거론하기조차 힘들 정도로 우리사회에는 법과 질서를 지키지 않는 불법적이고 비윤리적인 행위가 만연되어 있다.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1960년대 초기까지만 해도 마을공동체와 친족공동체 속에서 살아 왔다. 그러나 1960년대 이후의 급속한 공업화와 도시화는 한국인들의 전통적인 공동체를 거의 모두 해체시켰다. 사람들은 더 이상 마을과 친족만을 단위로 하는 공동체 생활을 할 수 없게 되었고 그 대신 거대한 도시 사회에서 개인적인 유대가 없는 수많은 낯선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지 않으면 안 되게 된 것이다. 따라서 현대의 한국인들은 사회의 변화와 함께 마을공동체 대신 근대적인 시민 공동체를 형성하여 새로운 공동체적인 삶의 방식을 익혔어야 했다. 그러나 현대의 한국인들은 여전히 도시속의 촌락인 들처럼 새로운 시민 공동체를 제대로 형성하지 못함으로써 모두가 모래알처럼 원자화된 개인들이 되어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현대의 한국인들은 촌락인 이 아닌 시민으로서 공동의식과 공익정신을 내면화하지 못한 채 이기적인 개인주의자들이 되어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지도층은 지도층대로 일반시민은 시민대로 공익보다는 사사로운 이익의 이익을 앞세우는 이기주의자들이 됨으로서 우리의 시민공동체를 이름뿐인 공동체에 불과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현대의 우리들이 공동체적 욕구를 갖고 있지 않은 것은 아니다. 도시 변두리에 몇 집 건너 하나씩 세워진 수많은 교회들과 아직도 끈질기게 남아 있는 혈연, 지연, 학연과 같은 연고주의 의식이 현대 우리들의 공동체적 욕구를 잘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이제 그와 같은 연고 주의적 공동체 의식에서 벗어나 진정한 의미의 시민공동체의식을 갖지 않으면 안 된다. 나와 내 가족, 또는 내 민족의 권리와 이익만을 추구하려는 이기심에서 벗어나 우리 국민과 인류 모두가 함께 잘 살 수 있는 보편적인 시민공동체를 만들어 나아가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현대적인 공동체 의식은 곧 시민의식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시민적 공동체의식

첫 번째 요소는 공공의 문제에 대한 높은 관심과 참여의 의식이다. 공공의 문제가 곧 나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동일시 감정을 가지고 자발적, 자율적으로 공동문제의 해결에 적극 동참하는 공동의식을 지녀야 한다. 공공문제를 해결하는 일은 중앙정부나 지방정부만의 책임이 아니라 시민 모두의 책임이기도 하다는 공공정신이 전제되지 않고서는 시민공동체의 형성은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둘째로 시민들은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기에 앞서서 공동체에서의 자신의 역할과 의무를 충실히 수행하려는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 정치인은 정치인으로서 기업인은 기업인으로서, 공무원은 공무원으로서 시민은 시민으로서의 역할과 의무를 다 해야만 우리의 공동체는 모두가 함께 잘 사는 진정한 공동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로 모든 시민들은 공동체의 규범을 잘 지키는 질서의식을 확실히 가져야 한다. 법과 질서야말로 시민공동체를 유지시키는 기본적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사회의 지도층일수록 솔선수범하여 법과 질서를 지켜야 한다. 지도층 인사들의 법과 질서를 지키지 않는 것을 특권이라도 되는 것처럼 여긴다면 결국은 아무도 법과 질서를 지키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특히 언론의 공정보도는 필수적이다.

깊이 생각해보면 오늘날 우리가 당면한 위기는 공동체의 해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제 모두가 함께 잘 살 수 있는 진정한 시민공동체를 만드는데 최선을 다 함으로서 더 잘 사는 선진 한국을 건설해 나아가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경남연합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