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의 특별한 이야기

진주 기녀 산홍

기녀 산홍은 진주 교방 소속의 기녀이다. 을사오적(乙巳五賊)의 한사람인 이지용(李址鎔)이 1906년(광무 10)에 진주에 왔다. 진주에 온 이지용이 산홍을 보고 마음을 빼앗겨 천금을 내놓고 첩이 되어달라고 했다. 그러자 산홍이 큰소리로 “세상사람 역적의 첩이 될 수는 없다.”라고 하였다고 한다. 이에 이지용이 노하여 산홍을 때렸다고도 하고 죽였다고도 하는데 자세히 알 수 없다.

양회갑(梁會甲)은 「妓山紅數罪賣國賊不許寢自死」(기녀 산홍이 나라 판 도적의 죄를 나무라며 잠자리를 거절하고 스스로 죽다)라는 제목으로 한시를 지었다. 지조 높은 기생 산홍의 이야기는 황현(黃玹)의 『매천야록(梅泉野錄)』에도 기록되어 있다. 일제강점기의 작곡가 이재호(李在鎬)는 그가 작곡한 유행가 「세세년년」에서 산홍을 이렇게 노래 부르기도 했다.

산홍아 너만 가고 나는 혼자 버리기냐 너 없는 내 가슴은 눈 오는 벌판이다 달 없는 사막이다 불 꺼진 항구다

촉석루 경내의 논개의 공덕을 기리는 의기사(義妓祠)라는 사당에 산홍이 쓴 시가 남겨져 있다.

‘의기사의 느낌을 읊음(義妓祠感吟)’

역사에 길이 남을 진주의 의로움

두 사당에 또 높은 다락 있네

일 없는 세상에 태어난 것이 부끄러워

피리와 북소리 따라 아무렇게 놀고 있네

논개는 왜장을 안고 몸을 날려 천추에 꽃다운 이름을 남겼건만, 자신은 일없는 세상에 태어나 피리와 북소리 따라 아무렇게나 놀고 있음을 한탄하는 내용이다. 산홍의 시는 의기사 현판 왼쪽에 걸려 있다. 현판 오른쪽에 또 한편의 시가 걸려있는데 매천 황현의 작품이다. 1898년 매천이 진주를 방문하여 의기사에 참배하고 지은 시이다. 산홍의 행적을 기록으로 남겨 세상에 알린 매천의 시가 산홍의 시와 나란히 붙어 있는 것은 우연한 일이 아닐 것이다.

노래 「세세년년」

대중가요 「세세년년」은 박영효가 작사하고 진주 출신 작곡가 이재호가 무적인이라는 필명으로 작곡한 곡으로 1940년에 등장하여 작사자의 월북으로 한 때 금지되었던 대중가요로써 산홍이라는 진주 기생을 그리며 부른 노래다.

산홍아 너만 가고 나는 혼자 버리기냐?

너 없는 내 가슴은 눈 오는 벌판이다.

달 없는 사막이다, 불 꺼진 항구다.

순정의 이합사로 청실홍실 한데 묶어

백년 암 깊은 밤에 맹세한 사랑이다.

매듭진 송죽이다, 성을 싼 행복이다.

세세년년 춘하추동 속절없는 우로 속에

한 번 간님의 넋은 벙어리 저 달이냐?

우수수 단풍이냐, 말 없는 강물이다.

산홍은 진주 기생이라는 하찮은 신분이었지만 논개의 절의를 계승한다는 자존심이 강한 기녀였고 모습과 예능을 갖추어 빼어났다. 을사오적 중 한 명인 이지용이 천금을 가지고 와서 첩으로 삼고자 하였지만 자기가 비록 천한 기녀이기는 하지만 왜 역적의 첩이 되겠냐며 거절하고 밖으로 뛰쳐나와 목을 매달았다.

산홍의 시는 진주 의기사(義妓祠)에 걸려있고 의기사 아래 벼랑에는 이름이 깊이 새겨져 있는 유일한 여성이다. 「세세년년」은 이러한 산홍에 대한 의로움과 그리움을 주제로 표현하였다.

[출처]한국학중앙연구원 향토문화전자대전

향토사학자 권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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