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세의 건강이정표

인산 김윤세
전주대학교 경영행정대학원 객원교수
인산의학 발행인

예로부터 가을은 쓸쓸한 계절이라 하지만

나는 가을 햇살이 봄날 햇볕보다 좋나니

가을 하늘 구름 헤치며 학이 날아오르는데

내 마음을 끌고 푸른 하늘로 오르는고녀

自古逢秋悲寂廖

我言秋日勝春朝

晴空一鶴排雲上

便引詩情到碧霄

가을을 ‘우수의 계절’이니 ‘슬픔의 계절’이니 하면서 쓸쓸한 정서를 노래한 시인묵객詩人墨客들이 적지 않지만 당나라 때의 문인 유우석劉禹錫·772~842은 ‘추사秋詞’라고 이름붙인 ‘가을 노래’를 통해 푸른 가을 하늘을 배경으로 구름을 헤치며 날아오르는 하얀 학이 시인의 마음을 끌며 높이 솟아오르는 모습을 한 폭의 수묵화로 그려냈다.

가을은 결실의 계절인지라 한 해 농사를 수확하는 시기이지만 한철 그리도 ‘맴-맴-’ 하면서 노래하던 매미를 위시하여 무성하던 풀들과 나뭇잎 등 지구촌의 많은 생명체가 떠나갈 채비를 하여 하나둘 떠나가는 이별의 시간이기도 하다. 즉 갈 것들은 모두 떠나가는 계절 ‘갈철’인 것이다.

지은이 유우석의 자字는 몽득夢得으로서 당나라 대종代宗 대력大曆 7년 강소성江蘇省 중산中山에서 태어났다. 서기 793년, 정원貞元 9년에 감찰어사監察御史가 되었으나 서기 806년 헌종憲宗이 즉위한 이후 연주자사連州刺史로 좌천되었다가 다시 낭주朗州로 밀려났는데 이때 ‘죽지사竹枝詞’ 10여 편을 지었다.

몸 따스해야 오래 산다

따뜻한 정기가 강하면 천년을 장수하고

찬 기운 드세면 반드시 병들게 되리라

찬 기운 못 없애면 끝내 죽을 것이고

따뜻한 정기 남아 있으면 오래 살리라

陽精若壯千年壽

陰氣如强必斃傷

陰氣未消終是死

陽精若在必長生

송宋나라 때의 명의이자 의학자醫學者 두재竇材는 남송의 소흥紹興 16년(1146)에 모두 세 권으로 편찬한 자신의 저서 《편작심서扁鵲心書》를 통해 “병이 없는 사람이라도 관원혈과 명문혈, 기해혈, 중완혈에 오랫동안 쑥뜸을 뜨면 비록 천년만년 살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백년간의 생명력을 건강하게 유지할 수는 있으리라(人於無病時, 長灸關元穴、命門穴、氣海穴、中脘穴… 雖未得長生 亦可保百年命矣)”고 설명한 바 있다.

다시 말해 “관원혈과 명문혈, 기해혈, 중완혈의 네 혈자리에 오랫동안 쑥뜸을 뜨면 비장脾臟과 콩팥의 온도를 올려주고溫補脾腎 몸에 필요한 기운을 북돋아줌으로써扶養正氣 백년의 삶을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관원혈關元穴은 원기元氣가 출입하는 관문關門이고 기해혈氣海穴은 음중지양陰中之陽으로서 원기의 바다이다.

명문혈命門穴의 명문命門은 글자 그대로 인체人體의 “생명生命의 문門”이라는 뜻을 나타내는데 그곳에 쑥뜸을 뜨면 오장육부五臟六腑의 양기陽氣를 북돋아 주는 작용作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명문지화命門之火로 인하여 비위가 따뜻해져서 정상적正常的인 운화運化 공능功能을 발휘할 수 있게 도와준다는 이야기이다.

이 시는 인산仁山 김일훈金一勳 선생께서 체온의 중요성이나 쑥뜸의 효용성을 설명할 때 자주 인용했던 시구로서 몸의 체온을 정상적으로 유지하지 못해 찬 기운이 많으면 면역력의 손상으로 온갖 병마病魔를 초래하겠지만 체온을 올려주는 양기陽氣 북돋우면 몸 스스로의 자연치유 능력을 정상적으로 회복해 그 힘으로 만병萬病을 물리치고 건강하게 장수長壽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 대표적 명시名詩로 손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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