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범
정치학 박사
전 주중국대사관 공사
통일지도자 아카데미 부원장

역대 정부는 그간 중요한 정책이나 국민적 관심사인 인사문제 등을 진행할 때 언론을 통해 애드벌룬을 띄워 여론 반응을 지켜본 후 문제점이 발견되면 수정하든지 추진을 철회하여 정권의 권위를 세우면서, 한편으로는 통치권을 부여해준 국민에 대한 예의와 의무를 다해왔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띄우는 애드벌룬은 주로 여론의 반응을 확인하기보다는 정해진 로드맵대로 추진한다는 사전 예고의 성격을 보여 온 것이 특징이었다. 국민 여론에 좌고우면 하지 않고 정해진 방침대로 밀고 나가는 것이 문재인 정부의 특성이라면 이러한 행태는 국민 존중이나 여론 존중 차원에서 보면 역대 정부와 유사하지만 다르다, 말 그대로 사이비(似而非)인 것이다.

지난 9월 9일 문재인 대통령의 조국 법무부장관 임명도 여론에 대한 고려보다는 이 정부가 의도하는 사법개혁과 선거법 개정을 위해 정해진 로드맵대로 고집스레 밀어붙인 결과로 간주된다. 그러면 문재인 정부의 사법개혁과 패스트트랙은 왜 조국이어야만 가능한가? 그가 아니면 불가능한가? 많은 해석이 가능하지만 그간 정부의 정책이 기본적으로 일정한 방향성과 지향점이 있어 왔던 점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문재인 정부가 행한 그 동안의 제반 정책내용을 퍼즐로 맞춰보면 그 핵심에는 북한에 대한 배려가 깊이 숨어있음을 알 수 있다. 이로 볼 때, 조국 장관의 사법개혁 방향은 기본적으로 검‧경 개혁 및 그간 공들여왔던 공수처 신설 그리고 선거법 개정 법안을 밀어붙이려는 의도가 다분히 포함되겠지만, 국회 의석확보로 개헌을 추진하여 사회주의 요소를 헌법에 다량 삽입하고, 사회주의적 정책을 밀고나갈 수 있도록 법제를 준비하려는 데 주안점을 둘 것으로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그는 법을 전공으로 하는 법학교수이며, 사회주의 제도를 배척하지 않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조국 법무부장관은 이번 청문회에서 과거 사회주의 사회변혁, 진보적 노동자정당 건설 등을 목표로 한 ‘사노맹’(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 조직에서 활동했다는 사실을 인정했으며, 전향 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답변을 보류한 것으로 보아 전향하지 않았음을 대외적으로 표명하려는 의도로 볼 수도 있다. 그러면서도 그는 자신이 사법개혁의 적임자라고 강조하였으며, 또 자본주의의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리사회에 사회주의 사상과 정책이 헌법의 틀 안에서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토지공개념과 경제구조개혁 등은 사회주의 정책의 하나로 본다”고 예를 들어 말하였다.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을 언제든지 사회주의 체제로 변화시킬 수 있는 아주 위험한 발상이 숨어있어 우려스럽다, 사회의 기초를 구성하는 경제구조를 사회주의 구조로 가져가면 그게 바로 사회주의 사회로 변혁시키는 지름길이다. 그렇게 되면 중국과 북한으로서는 당연히 환영할 만한 일이며 바로 연방제 통일로도 연결될 수 있는 것이다. 마치 이를 축하라도 하는 양 북한정권 수립일인 구구절(9월9일)에 조국이 장관으로 임명된 다음날 북한은 별 이유 없이 미상발사체 2발을 축포처럼 쏘아 올렸다.

소련 극동군사령부 지원 하에 김일성이 북한을 공산화하는 데는 1945년부터 1949년까지 4년이 걸렸지만, 실제로는 2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 핵심은 「토지개혁」과 「주요산업국유화」 조치였다. 북한은 1946년 3월 5일 토지개혁법을 만들어 사유재산권을 철폐하기 시작하여 세계역사상 유례없이 20여일 만에 토지개혁을 완수했다. 그리고 5개월 후인 1946년 8월 10일에는 주요산업국유화법령을 제정하여 공장, 광산, 발전소, 체신, 은행 등 모든 기업을 국유화하였다. 이로써 기본적으로 북한 전체가 사회주의 사회로 구조변경 되었으며, 이에 따라 정치제도와 법제 등 모든 것이 공산사회주의 제도로 바뀌게 된 것이다.

토지공개념과 경제구조개혁은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체제와 공산사회주의 계획경제체제의 경계선에 위치한 개념이기 때문에 자칫 정책이 선을 넘어 강행되면 한국사회가 알게 모르게 공산사회주의 체제로 간단하게 변화될 수 있다. 더구나 헌법과 법률에 명시되어 강압적으로 활용되면 합법적으로 사회주의사회로 나아가게 되는 것이다. 공수처 신설도 마찬가지다, 공수처가 제도적으로 신설되면 절대 권력이 인원수가 많은 경찰을 장악하여 국민 감시와 사회 통제를 할 수 있으므로 권력이 이끄는 대로 사회가 끌려갈 수 밖에 없다.

우리사회에 사회주의 사상과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조국 법무부장관이 개혁이라는 미명아래 진군한다면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이 어디로 향하게 될지 심히 걱정스럽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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