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기행-觀 2

수필가 류준열
여행칼럼니스터
천상병문학제추진위원장
작품집:무명그림자 외
전 중등교장

고대 이집트는 신에 의해 지배되고 신을 위해 살다가 신에게 돌아가는 신의 나라다. 고대왕 살았던 왕궁은 보이지 않고, 내세 위한 고색창연한 신전들만 열사의 땅 곳곳에 높이 솟아 있다.

룩소에는 남성의 신인 태양신 머무는 카르나크신전, 대지 위 우뚝 솟아있다.

신전 입구 양쪽 길게 늘어선 수많은 양머리 스핑크스, 높다란 134개의 거창하고 화려한 원형기둥의 다주실(多柱室), 신과 왕의 위엄 높기만 하다.

아스완에서 배로 싣고 온 두 개의 오벨리스크, 생사의 탑 서로 마주보며 높이 솟아 신의 권위 하늘 찌르는데

지성소(至聖所) 안 울퉁불퉁한 화강암 제단만 남고 추앙했던 신의 모습 아무리 둘러봐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나라 전체 여성 임신시킨 벌로 한 팔과 한 다리 잘려진 생산의 신 이야기만 귓전에 맴돌다.

휘영청 밝은 달 머리에 이고, 달의 신 머무는 룩소신전, 나일 강 옆에서 긴 통로 이어져 짝 이룬 여성 신전 카르나크 신전 바라본다.

창공 향해 솟은 오벨리스크 달빛 받으며 하얗게 빛나고, 신전 입구 거대한 람세스 2세 상, 세상 압도하며 내려다보다.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 내실 가운데, 달빛 옷 알알이 벗겨져 내리며 여신의 하얀 나신 눈부시게 드러내고 있는데, 여든 여덟 개 커다란 기둥 방 지나면, 신전 깊숙이 지성소 자리 잡다.

상형문자와 그림 조각 벽과 기둥에 새겨진 수천 년 전 삶 속에서, 건장한 남성의 길고 큰 심벌 달빛 받아 흔들거리다.

지상세계 관장하는 호루스 신의 좌측 눈 가물거리는 지평선 응시하고, 잃어버린 우측 눈 검은 창공 너머 북극성 향해, 에드푸 호루스신전 입구 턱 버티어 웅비의 자세로 서 있다.

열 두 개의 각양각색 기둥, 나일 강 물길 따라 정렬하여 천정 떠받히다. 천국행 마차 한 대 놓여 있기에 지성소 화강암 제단 앞은 신의 나라로 가는 정거장이다.

수위 측정하는 지하통로 끝에서 나일 강물 차가움 타고 오르는 손끝으로 지난 세월 헤아려본다.

악어 형상의 소백신과 매의 머리 한 호루스신 머무는 콤옴보신전은 언덕 위에서 흐르는 나일 강과 푸르른 창공 바라보다.

신전 건축한 이모텍은 의학의 신으로 추앙받으며, 수술 도구 가지런히 놓인 책상 앞에 앉아서 인간의 생로병사 들여다보다.

신분 높은 사람 고해성사 빌미삼아 돈을 많이 모았다는 신관 머물던 방, 산더미처럼 쌓아 둔 돈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 어두컴컴한 빈 공간 강바람만 하염없이 드나든다.

광활하게 펼쳐진 사막의 종착지. 삼천 여 년 전 람세스 2세에 의해 건축된 아부심벨신전의 대신전과 소신전 나란히 광활한 아스완 호수 위 웅장한 모습 비춘다.

대신전 입구 양쪽 거대한 네 개의 인물상 지성소 내실까지 태양신 인도하며, 네 분의 신 수호하고 있다.

사랑과 음악의 여신 하토르와 네페르테리왕비 위한 소신전 입구, 람세스 2세 상은 네페르테리 왕비상 옆에 서서 가는 세월 무심하게 응시하고 있다.

이시스 여신과 그녀의 남편 오시리스 신 기리기 위한 이시스신전 웅장한 기둥과 석조 건축물, 벽면의 부조, 크고 작은 그림들, 하늘의 둥근달, 번쩍거리는 별들, 출렁거리는 호수에 아른거리다.

열네 조각으로 나누어진 남편 오시리스 시신 부둥켜안고 통곡하는 이시스부인 모습 호수에 겹치며 물결소리 처량하게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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