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준열 여행칼럼리스트

드넓은 국토 모래바람 휘날리는 백색세계, 사하라사막과 리비아사막 사이로 녹색 띠 기다랗게 펼쳐지다. 남쪽 빅토리아 호수에서 북쪽 지중해까지 유유히 흐르는 나일 강은 끝없이 펼쳐진 사막 가운데 대형 오아시스, 농작물과 수목, 어류와 조류, 동물과 인간이 공존하는 생명의 녹색 현장이다. 여러 수천 년 꽃 피운 과학과 종교와 문화의 위대한 유적지.

습지 곳곳에서 파피루스 지천으로 자라며 온몸 다 바쳐 찬란한 문명의 꽃 활짝 피우게 하다. 나일 강안 따라 푸른 수목과 각양각색 건물들 즐비하게 늘어서서 나른한 졸음에 빠졌는데, 푸른 나일 강 위 수많은 펠루카 바람 안고, 강물 하얗게 수놓으며 점점이 떠다니다. 사막 너머 지평선 석양 물들면 나일 강은 금빛으로 번들거리고, 어둠 짙어오면 하늘의 숱한 별들 내려와 떠다니고 한낮의 열기 가라앉고 요란했던 세상은 태초의 적막 속으로 젖어들다.

밤은 깊어가고 나일 강 물결 찰랑거리는 가운데, 환하게 불 밝힌 선상에는 이국적 음률 물결 따라 흐르고, 다산(多産)과 접신(接神)의 춤판. 남성 무용수는 크나큰 원형 치마 빙글빙글 돌리며, 신명난 수피 춤 한 판 벌이다.

울긋불긋한 치마 천천히 나풀거리며 돌더니 점점 빨라지며, 둥글게 퍼지며 부풀어 오르다. 치마도 돌아가고 온 세상도 덩달아 돌아가고 굳었던 표정 홍조 돋아나고, 점점 환한 미소 번지며, 눈빛 몽롱하게 젖어들다. 황홀경 이른 듯 세차게 돌아가는 치마 속에서 몸뚱이 서서히 빠져나와 하늘로 치솟아 오르다. 몸뚱이는 사라지고 치마만 맹렬하게 돌아가다.

생사의 경계 허물고, 하늘과 땅과 사람 융합된 교감의 경지 들며, 오욕칠정(五慾七情)의 몸뚱이 치마에서 이탈하여 하늘에 닿아 접신의 경지 든 게 분명하다. 반라의 무희 자주색 감도는 꽃무늬 치마 걸치고, 음률에 맞추어 온 몸 비틀며 흔들어대다.

반짝이는 눈망울 밤하늘 응시하며, 두 손 허공으로 뻗어 휘젓고, 풍만한 가슴 오르락내리락 출렁이다. 엉덩이와 허리 비비꼬면서 배꼽 부근 하얀 살결 앙증스럽게 떨리고, 나긋나긋한 육체 세차게 요동치다. 발끝에서 머리끝까지 환희의 절정으로 치달으며 세상은 관능의 몸짓 벨리 춤 속에 파묻혀, 숨 막히는 흥분의 도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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