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용수

태완이 7

태완이가 반색을 하고 묻는다.

“그라마 당장 내일부터 학교에 안 갈랍니다.”

“임마야, 네가 내일부터 학교에 안 가나. 벌써 일주일 째 안 갔제.”

“고맙심더, 아부지요, 이제 가출도 안하고 농사일 열심히 하께예.”

“됐다, 사내 새끼가 크다 보면 가출도 한 번씩은 하는 기라, 보통은 가출을 하면 나쁜 짓을 많이 하는데 너거는 나쁜 짓은 안 했제?”

태완이는 자신 있게 대답한다.

“예, 아부지 아들인데 어디 간들 나쁜 짓이야 하겠심니꺼, 안심 하이소, 지는 예 굶었으면 굶었지, 나쁜 짓은 안 합니더”

“암, 그래야지, 사람은 말이다, 살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나쁜 짓을 하게 될 때가 있다. 그런데 나쁜 짓을 하기 전에 꼭 집에 있는 아부지와 엄마를 먼저 생각해 봐야 하는 기라. 집에 있는 부모를 딱 생각하고 행동을 하면 절대로 나쁜 짓을 안 하는 기라, 아니 몬 하는 기라.”

“예, 맞심니더, 우리 아가 공부는 몬하지만 그래도 저거 엄마를 닮아 인성하나는 착하거든 예, 가끔가다가 불뚝 성질 내는 것만 고치면 더할 나위 없이 착한 아들인데....”

엄마가 거든다.

“남자가 성질도 낼 줄 알아야제, 가끔.”

지서는 태완이가 불뚝 성질을 내는 것 때문에 항상 걱정이 된다.

내성적인 성격이라 잘 참다가도 감당이 되지 않을 정도로 화를 내는 경우가 잦으므로 일부러 충고의 말을 한 것이다.

“예, 아부지, 명심하겠심더, 지도 밖에 나가면 어른들한테 욕 얻어먹는 행동은 안 합니더, 그라고 아부지, 엄마 욕 얻어 먹이는 행동은 절대로 안 합니더.”

태완이 아버지는 흡족한 표정을 지으면서

“그래 내 오늘 한 가지만 더 말 할게 있다, 네가 평생 교훈으로 삼아야 할 말이다“

“예, 말씀 하이소.”

태완이는 아버지한테 혼이 날 줄 알았는데 너무 쉽게 상황이 수습되는 것 같아 적이 안심하면서 이 순간 감정을 억누르고 참고 있을 아버지를 생각하여 아버지의 잔소리 말씀 하나 쯤은 참고 들어줘야 할 것 같다.

“아까도 말을 했지만 나쁜 행동을 하기 전에는 언제나 아버지, 어머니를 먼저 생각하고 행동하라는 것 하고...”

지서는 뜸을 들인다.

“예...”

“그라고 요즘 아이들이 입에 욕을 달고 있고, 거친 말도 예사로 하는데 말은 그 사람의 인격을 재는 척도다, 따라서 자기 입으로 하는 말은 언제나 아버지 하고 자식 앞에서 할 수 있는 말만 해야 된다, 알겠나?”

태완이는 얼른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라마 무신 말을 해야 합니꺼?”

“니가 너거 아버지 앞에서 아버지한테 욕할 수 있나?”

“아부지 앞에서 욕했다가는 다리 몽둥이가 부러 집니더”

“그라고 내가 너거 앞에서 욕 하는 걸 본적이 있나?”

“아니예”

“다시 말하면 아버지하고 자식 앞에서 쌍스런 욕은 하지 않기 때문에 욕을 하지 말라는 거다, 좋은 말만 써야 된다 이거다, 알겠나?”

“예, 명심하겠심더”

태완이 엄마가 끼어든다.

“마, 내는 어려워서 모르겠심더, 인자 우리 태완이가 학교는 안가고 집에서 농사를 짓기로 했으니까, 태완이 한테 농사나 잘 가르치이소, 씰데 없는 그런 훈계는 안 해도 우리 아는 잘 하는 기라예.”

“그래 알겠다, 농삿꾼한테 공부가 뭐 필요하노, 니는 내 한테 농사 기술을 열심히 배우라. 공부는 지 이름을 쓸 줄 알고, 남한테 안 속을 정도로 숫자만 알면 되는 기라.”

지서는 분위기를 돌리려는 생각에

“그래 다람쥐는 좀 잡았나?”

“아니예, 다람쥐가 빨갱이처럼 숨어 다니는지 잡는 건 고사하고 한 놈도 구경 못 했심니더”

“너거 다람쥐를 우째 잡을라고 했는데?”

“쥐틀로요, 쥐틀을 놔서 잡을라고 했심더”

마당 한 가운데는 아직도 태완이가 들고 온 쥐틀 여섯 개가 여름 볕보다 더 뜨겁게 익어가고 있다.

태완이 아버지는 그 쥐틀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결국 아버지와 아들은 다람쥐 잡는 방법이 옳았느니 틀렸느니 하면서 깔깔대고 웃으면서 농번기를 피하여 같이 다람쥐를 잡으러 같이 가기로 하였다.

태완이 8.

부모와 아들간에 좀은 깊이 있게 대화를 나누는 것을 본 할매가 슬그머니 자기 집으로 가 버린 것을 안 지서가 태완이에게 할매한테 가서 인사부터 하고 오라고 하였다.

“아까 할매한테 인사를 했잖아예.”

“좀 전에 할매를 보기는 봤지만 그래도 정식 인사를 하지 않았으니 정식으로 인사를 하고 오너라.”

“예, 알았심더.”

태완이도 얼른 이 분위기를 벗어나고 싶어 냉큼 담장 쪽으로 간다.

담을 넘어가는 태완이 뒤통수에다 엄마가 고함을 지른다.

“할매한테 같이 저녁 먹자고 전해라...”

“예, 알았심더.”

“할매, 내 집에 돌아 왔심더, 그동안 보고 싶었지예?”

“오냐, 태완이가 왔구나, 그래 그동안 고생은 안 했나?, 밥은 잘 묵고 댕깄나?”

질문이 쏟아진다

“고생은 안 했심더, 그라고 밥은 잘 묵고 댕깄고예, 할매가 준 돈을 쓰지도 않했고마.”

태완이는 할매가 준 돈을 다시 돌려 준다.

“됐다, 니 가지라, 그 돈으로 맛있는 것을 사 먹으라고 했는데, 왜 그걸 도로 가지고 왔나?, 니가 가지고 있다가 필요할 때 써라. 그나저나 너거 어디 갔다 왔노”

“지리산에 다람쥐 잡으러 갔다 아입니꺼.”

다음호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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