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 김재희

 

돛단배는 신대륙을 찾아

한 계절 희망의 불 환하게 밝히며

항구를 떠났습니다.

거센 물결 헤치고 유유히 항해하던 중

거세게 회오리치는 폭풍우를 만났습니다.

돛단배는 부끄럽게도 그만 사납게 생긴

소용돌이 속 암초에 걸렸습니다.

짙은 안개와 묘연한 꿈과 잠의 접경쯤에

있을 것 같은 항로를 찾지 못했습니다.

노랗게 물든 희망을 농무가 젖게 만들고

뱅뱅 맴돌고 방황했습니다.

돛단배는 전생의 새벽 하늘,

잿빛 바람에 묶였습니다.

청초히 빛나던 둥근 달님을

지극히 사모하던 꽃잎,

하루가 다르게 마음 구석에 쌓였습니다.

무심한 세월의 입정처,

생사 문턱에서

살아온 지난 일들을 뒤돌아보았습니다.

푸른 꿈의 잔해들을 추스렸습니다.

이제 싱그러운 새날,

대서원을 엎드려 올리며 참 마음을 약속했습니다.

 

월간 시사문단 등단, 한국문인협회, 한국 시사문단 작가 협회, <월간 멸공전선> 발행인, 소태산 문학상 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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