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영갑
풀결천연염색 대표
이학박사. 시인
경남문화예술관에서 직원이 전화를 했다. 지난 유등축제 마지막 주 3일간 시화전에 배달되어 왔던 화환을 배달 된 꽃집에 다시 연락해서 치워달라는 전화였다. 참 어이없는 일이다. 축하 해 주기 위해 화환을 보내 주신 분에게 다시 전화해서 배달 꽃집 연락처를 알아 행사 이후 화환을 회수해 달라고 전화하는 것도 우스울 일이었기 때문이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꽃집에서도 회수해 갈 생각이 없었고, 예술회관에서도 폐기물이라 비용이 많이 들어 어쩔 수 없다하니. 글쎄, 딱히 표현할 말도 없는 것이 딱하기만 했다. 축하 행사에 3단 화환이 축하 화환이 아니라, 골치 덩어리인 환경오염물의 탈을 쓰고 서 있었으니 전시회 기간 동안 빛 좋은 폐기물을 세워 놓고 전시기간동안 들어내고 넣고 하며 기분 좋아했던 것 같아 심하게 억울한 마음을 가눌 수 없었다. 전시행사 책임자로서 도리 없이 직접 회수를 하였다.
집으로 가져와서 자세히 살펴보니 생화라고는 쑥부쟁이 꽃 몇 송이 묶음과 편백나무 잎줄기 몇 개가 전부였고 나머지 90% 정도는 시들지도 않을 꽃에다 투명 받침까지 바친 플라스틱 꽃과 조형물이고 꽃꽂이에 필요한 초록색 사각 물먹음은 오아시스, 고정시키는 가는 철사, 나일론 리본으로 큰 글자 축하메세지가 쓰인 천 등이었다. 폐기물로 분리하는 동안 꿀벌 한 마리가 날아와 둘러보지만 작은 야생화 계열의 몇몇 시든 꽃송이가 내는 약한 향기만 맡고 되돌아 가는 꿀벌이 안타까웠고 “정말 이래도 되는가?” 싶었다. 가격 경쟁에 어쩔 수 없이 저가(低價) 화환을 만들어 팔아야하는 꽃집의 마음이야 충분히 이해를 한다. 하지만, 환경은 전혀 생각지 않고 좋아만 하는 우리들의 어리석음에 꽃이면 무조건 좋아했던 필자 자신에게마저 괘씸한 마음이 들었다. 이번 계기가 앞으로 나 만이라도 조화(彫花)로 된 화환은 사양할 것이라 다짐하는 기회가 되어 다행이다. 그리고 대형화분을 만들어 판매하는 화원들에게 당부 드리고 싶다. 물론 운반하기가 무거워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큰 화분 속에 프티로폼 조각을 듬뿍 넣고 식물을 심는 것도 지양했으면 한다. 차라리 수수깡이나 짚을 넣거나 다른 방법을 강구해 주길 바란다. 세월과 함께 미세한 먼지로 변한 뒤의 인간에 대한 보복을 생각한다면.
몇 십 년 아니 몇 백 년 동안 썩지 않을 악마의 플라스틱. 분리한 화환 두 개가 폐기물 포대 하나에 담아내기는 무리였다. 우리 다시 한 번 어린 후손들의 초롱초롱한 눈과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여운 웃음을 기억하자. 그들에게 맑고 밝은 좋은 세상, 건강한 미래가 함께 할 수 있는 날들이 영원히 열려 있기를 소원하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