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김형택
전 진주시 총무국장
전 진주시의회 의원
전 진주문화원 부원장

망태는 오늘날 어깨에 메고 가방과 같은 구실을 했다.

요즘은 여성이 가방을 들고 다니지만 옛날에는 남성이 망태를 메고 다녔다.

물론 나들이 가면서 망태를 메고 다닌 것은 아니지만, 시장에 장보러 가는 날이면 꼭 망태를 메고 다녔다.

망태는 쓰임새에 따라 짚이나 삼이나 살매 껍질로 만들었고 특별히 멋을 내기 위하여 딱 껍질로 만들기도 했다.

딱 껍질 망태는 요즘으로 친다면 악어가방쯤 되는 셈이다.

도시락 망태나 장보기 망태는 솜씨꾼이 몇 날 며칠 걸려 만들기도 하지만 꼴망태 같은 것은 이틀이면 만들었고, 개똥망태는 제 꺽 만들어 봄 한철 쓰고 나면 거름 더미에 던지곤 했다.

24절기 우수가 지나면 노인네들은 개똥망태를 어깨에 짊어지고 마을 골목이나 변두리를 어슬렁거리며 개똥이나 소똥을 찾아다녔다.

옛날부터 못자리 밑거름은 노인네 몫이라 했다. “개똥, 쇠똥은 우수가 되기 전에 주어야 옹골져 겨울에 얼었던 개똥이 우수가 지나면 녹아 개똥망태에 주워 담을 수가 없었다.

이렇게 겨울 내내 방안에서만 소일했던 노인들이 운동 삼아 못자리 밑거름으로 쓰기위해 마을 골목을 뒤졌고, 양지쪽 울담 밑에 돋은 싹을 호미로 캐서 개똥망태에 담아 못자리 할 때가 되면 노인네가 있는 집에서는 주워 모은 개똥이 두어 삼태기가 족히 되었다. 개똥이 그만큼 금비보다 낫다고 하였다.

‘개똥도 약에 쓰려면 귀하다’는 속담은 바로 개똥망태와 관계가 있다. 할아버지들이 개똥 줍기를 갔다 오셔서 자주하는 말씀이 바로 그 속담이었다.

옛날에는 집집마다 똥개를 키우고 있어서 겨울 고샅에는 개똥이 흔하게 보이다가 여러 마을 노인들이 개똥을 못자리 밑거름으로 줍다 보니 귀해진 것이 곧 속담이 된 모양이다.

‘개똥도 약’이라 함은 사람이 먹어서 약이 된다는 것이 아니라, 곡식이 먹어서 약이 된다는 말이다.

옛날 농부들은 밑거름을 흙이 먹어야 약이라 생각했었다.

그래서 흙에 줄 약치고 똥, 오줌만한 것이 없다고 한 것이다.

그러므로 옛날 개똥망태에다 개똥을 주워 담았던 정신은 여기저기 버려진 개똥이나 쇠똥을 주어 못자리 흙에다 보약(補藥)으로 주려는 지혜였다.

그렇다고 지금 개똥망태를 메고 다니면서 개똥을 줍자는 것은 아니다.

과거에 못 먹고, 못 살아서 쓰레기가 없었던 것이 아니라, 어느 것 하나 버릴 것이 없다는 정신이 살아있었던 덕으로 버릴 쓰레기가 없었던 것임을 생각할 때 개똥망태의 지혜를 오늘날의 생활에 접목시키면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는 잘못된 습관에 큰 교훈이 될 것 같다.

개똥망태는 못자리 흙에다 보약을 해야 벼농사가 잘된다는 보은(報恩)의 정신이 숨어있음을 알 수 있다.

땅이 곡식을 주어 우리가 먹고 사는 것이 아닌가? 그러니 땅에 대하여 고마워하고 땅은 은혜를 보답하는 것이 인간의 도리라고 여겼던 우리네 정신이 개똥망태 속에 녹아 있는 셈이다.

왜 우리가 지금 쓰레기전쟁을 겪어야 하는 것인가? 아낄 줄 모르고 함부로 버리는 낭비벽 탓인데... .

만일 옛날 개똥망태의 지혜를 되살려 재활용해서 다시 쓴다면 환경오염을 피하는 일석이조(一石二鳥)가 될 것이다.

옛날 겨울에 똥장군, 오줌장군 잘 간수하고, 우수 무렵에 개똥망태 촘촘히 잘 만들어 개똥, 쇠똥 잘 주워 모아야 풍년농사 짓는다던 정신을 우리가 잇거나 버릴 수 없는 생활의 지혜이며, 요즘 장보러가서 비닐봉투 쓰는 것을 예전의 망태를 생각해보면 쓰레기를 줄이는데 하나의 지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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