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가미
올가미
  • 경남연합신문
  • 승인 2019.11.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소설가 김용수

2.악연의 시작

1.

지서도 젊었을 적에 고되기만 하고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해도 가난을 벗어나지 못하는 농촌이 싫어 도망을 치다시피 부산으로 가서 부전동에 있는 수공업 형태보다 조금 더 큰 신발공장의 직공으로 일을 한 적이 있다.

당시는 썩을 대로 썩은 이승만 정권의 말기로서 지서가 집을 나와 부산으로 간 때가 4.19혁명이 일어나기 직전이었다.

지서가 망할 놈의 세상 확 뒤집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부산의 신발공장에 취직하여 두어 달도 채 되지 않았을 때, 마침 학생들이 주도한 혁명이 일어났다. 천년만년 갈 것 같던 이승만 대통령이 하와이로 망명하고, 허정 과도정부가 들어섰다.

이승만 정권이 물러나면 세상이 바뀌고 무엇인가 좋은 일도 생길 줄 알았고 지서도 데모대가 부근을 지날 때면 데모대에 합류해서 목청껏 고함을 질러 대면서 이승만 정권이 바뀌길 기대하였는데 그 기대와 같이 이승만 정권이 결국 문을 닫고 새로운 세상이 왔다. 

그렇지만 세상은 호락호락하지가 않았다. 이승만이 물러나면 모든 게 다 바뀔 줄 알았는데 세상은 매양 그대로였을 뿐 하나도 바뀐 게 없고 바뀐 게 있다면 삶이 더욱 피폐해 졌다는 것이다.

매일 아침 8시면 출근하여 휴일도 없이 밤낮으로 일을 하였지만 쥐꼬리 월급은 그대로였고, 그 월급으로 장래를 계획하기는 고사하고 하루하루를 살아가기도 벅찼다.

월급이 작고 육체적으로 힘든 것은 또 참을 수 있지만 신발공장은 전신만신 화공약품 천지다. 밀폐된 공장 안에서 나오는 유해 가스의 냄새는 정말 참기가 어렵다.

신발 밑창을 만들고, 또 그것을 붙이는 과정에서 나오는 유독가스와 본드냄새는 정말 지독하여 처음 공장 안으로 한발 들여 놓을 때면 그야말로 숨이 턱턱 막힐 지경이다.

공장안에서 작업 중일 때 절대로 담배를 못 피우게 하는데 그 이유는 공장 안에 꽉 차 있는 유해가스가 담뱃불로 인하여 폭발할까봐서라고 고참 직공이 알려 준다 그래도 여름에는 창문이라도 열어 놓으니까 참을 만 한데 겨울이면 추워서라도 창문을 꼭꼭 닫아야 하고, 더욱이 환기를 시킬려고 창문을 열면 실내의 온도가 내려가서 신발 밑창이 잘 붙지 않게 되므로 겨울철에는 창문 여는 것이 엄격하게 통제된다.

따라서 실내에 가득 차 있는 유독가스는 사람들이 들이마시고 맑은 공기를 내 뱉는 것으로 정화작용을 한다. 그래서 직공들은 겨울이면 사람이 공기정화기라는 자조 섞인 말을 할 정도이다.

신발공장에서 오래 일을 한 사람들은 대부분 각종 피부병이나 기관지염을 앓으면서 병이 심해지면 할 수 없이 공장을 그만 두는 경우가 많았다.

직공들은 질병의 원인이 공장에서 취급하는 유독물질로 인한 것임이 분명하다고 말을 하지만 사장에게 말해봐야 증거를 대 보라는 말 한 마디로 자신의 주장이 묵살되기 일쑤일 뿐만 아니라 공연히 분란을 일으키는 직공으로 분류되어 어느 순간 그나마 어렵게 얻은 직장마저 잃을 수 있으므로 몸이 아파도 꾹 참아 가면서 일을 하였다.

지서도 이 공장에서 일을 한지 6개월 쯤 되었다.

그동안 지서는 신발공장을 그만두고 다른 공장으로 옮겨 볼까 하는 생각으로 휴일마다 인근의 다른 공장을 찾아가서 사람을 구하는지 알아보았지만 사람을 구하는 공장이 잘 없었고, 그나마 있다하여도 이 신발공장보다 더 열악하거나 월급이 낮아 마땅이 옮겨 갈곳도 없고 옮겨 갈 이유도 별로 없었다.

그래서 다른 공장으로 옮겨 가지는 못하고 있었지만 여건이 보다 좋은 곳이 나타나면 주저 없이 옮길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하루하루를 버티어 온 것이 벌써 6개월이다.

지서는 극심한 두통이 찾아오고 사흘들이 감기 증상 같은 것이 나타나 기침을 하고 콧물을 흘려도 돈이 없어 병원은 고사하고 약방에서 약을 사 먹기도 어려우며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정도가 되어야 겨우 공장 부근에 있는 약방에 찾아가서 증상을 말하고 약방에서 주는 약을 받아 먹지만 실상은 약을 사 먹어도 잘 낫지 않는다.

감기증상 보다 더 힘든 것은 온 몸에 나타나는 붉은 발진과 가려움증이다.

처음에는 깨알 만큼 작은 발진이 나타나지만 너무 가려운 나머지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긁어 마침내 종아리 허벅지, 배나 등까지 붉은 반점이 퍼지게 되고 이 발진은 긁어도 긁어도 시원함은 고사하고 점점 더 가려워 져 참을 수 없을 정도가 된다.

지서의 몸에 생겨난 발진은 온몸을 덮고 마침내 목과 얼굴까지 번져 더 이상 참을 수 없게 되어 사장에게 며칠 쉬면서 치료라도 받아야 겠다고 하였으나 사장은 주문받은 물량을 맞추어야 하기  때문에 물량이 다 맞추어지고 나면 쉬라고 한다.

물량을 맞춘 후 쉬라는 말은 공연한 소리에 불과하다.

주문받은 물량이 다 만들어져 갈 무렵이면 또 다른 물량이 들어오고, 이것이 다 만들어지면 또 다른 물량이 들어 오기 때문에 어차피 쉴 수가 없다.

크리스마스가 한 일주일 쯤 남았다. 그래도 밖에는 연말연시와 크리스마스가 겹쳐 있어 약간은 들뜬 분위기가 되어 가끔은 캐롤송도 들려 오고 연말 망년회는 구포 다리 밑에 있는 막걸리 집에서 밤새 술이나 퍼 마시자고 약속하면서 공연한 희망에 부풀어 지게 된다.

간밤에 지서는 한잠도 자지 못하였다.

가려움  때문에 몸을 긁느라 뜬눈으로 밤을 세우다가 추운 겨울날 팬티만 입을 채 마당으로 나가 온몸을 꽁꽁 얼리면 조금은 나을까 싶어 도둑고양이 처럼 살그머니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 보았지만 채 1분도 버티지 못하고 실내로 들어 와야 했고, 수건에 찬물을 묻혀 몸을 박박 문질러 보기도 하였지만 그 순간만 괜찮을 뿐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또 다시 가려워 져 들락날락하면서 결국 밤을 세웠다.

지서는 밤을 세우면서 출근 시간이 되면 오늘은 결근을 하겠다고 통보를 하고 무조건 쉬어 버리기로 작정했다.

만약 사무실에서 결근을 받아 주지 않고 출근할 것을 강요하면 그 길로 사표를 낼 것이라고 생각하니 조금은 마음이 가벼워 진다.

뜬눈으로 밤을 세운 지서는 부스스한 머리와 충혈된 빨간 눈을 비비면서 밖으로 나왔다.

다음호에 계속.....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망경로305번길 3 2층 경남연합신문
  • 대표전화 : 762-7800
  • 팩스 : 763-7800
  • 광고국 : 761-5388
  • 편집국 : 753-5050
  • 관리국 : 759-1267
  • 구독신청 : 759-3350
  • 명칭 : 인터넷신문
  • 제호 : 경남연합신문
  • 등록일 : 2017년 09월 14일
  • 등록번호 : 경남 다-01530
  • 창간 : 2017년 11월 01일
  • 발행인·편집인 : 대표이사 회장 김진수
  • 사장 : 서영철
  • 인쇄인 : 조규국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진수
  • 경남연합신문본지는 신문윤리강령 및 실천요강을 준수합니다. 경남연합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19 경남연합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kj7627800@daum.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