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연합신문 문단-詩

시인 정영혜
진주시 명석면 출생
현 사천 사남초 교사
개천문학상 시 부문 장원
형평문학제 시 부문 장려

 

맨살 드러낸

옷이 단추를 놓쳤다

살점하나 보기 힘든

아버지를 발라내고 옆구리에

기어오르다 다시 미끌어진다

수의는 단추를 잃어버리고

끈으로 칭칭 동여매

더 이상의 움직임도 고정시켜

멈추어 버린 시간

되돌아 보지 마라고

미련을 갖지 마라고

덧없이 허무했던 마음을 감추려고

저렇게 싸고 또 싸맬까, 여러 겹

끄나풀 하나를 잡아 당기면

풀어 헤쳐질 시작의 회귀점

연륜이 입술에 닿자 되돌려 감기하는 긴 시간

기억들을 토해내고 목 놓아 부르는

아버지라는 젖은 이름

언제쯤

어디서쯤

다시 알몸으로 탄생의 울음을

터트릴 그때를 바쁘게 호객하고 계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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