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한수
전 진주문화원 감사

댄스의 역사를 깊숙이 살펴보면 그 근원을 아프리카의 흑인 노예에게서 찾을 수 있다. 미국 흑인들은 노예의 후손이라는 태생적인 슬픔을 재즈 음악과 재즈 댄스로 표출했다.

이렇게 아프리카의 리듬과 율동에 미국문화가 혼합된 재즈 댄스는 1910년대 단순한 발 구르기, 손뼉치기, 탭 댄스 등에서 출발했다. 그 후 5년 동안 1백여 종이 넘는 춤이 만들어졌다가 사라지길 반복하면서 차세대 재즈 댄서들을 길러내는 문화적 토양을 형성했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시범종목으로 채택된 댄스 스포츠의 원형은 17세기 유럽의 궁중무도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사교를 목적으로 남·녀가 서로 파트너를 이뤄 춤을 추는 ‘사교댄스’가 유행했는데, 이후 사교댄스는 ‘볼룸댄스’라고 불렸다. 또한 영국 왕실의 궁전이 둥그런 돔 형식으로 되어 있는데, 이렇게 둥그렇고 커다란 무도회장에서 춤을 춘 것에서 유래돼 볼룸 댄스라는 이름이 붙은 것이다. 시대가 바뀌면서 볼룸 댄스는 협소한 사교의 장을 벗어나 대중들의 시선이 집중되는 경기 무대로 옮겨진다. 춤 실력을 겨루기 위한 각종 국제경기대회가 펼쳐지면서 춤이 좀 더 대중화되는 계기가 되었다.

댄스 스포츠는 ‘모던댄스’와 ‘라틴댄스’ 두 종류로 나뉜다. 영국왕실무도교사협회에서는 1924년 왈츠, 탱고, 퀵스텝, 비엔나 왈츠, 폭스트롯 5종목을 모던 댄스로 정립했고, 이어 74년 삼바, 자이브, 차차차, 룸바, 파소도블 5종목을 라틴 댄스로 정했다.

댄스 스포츠를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하고자 창설된 국제댄스스포츠연맹은 95년 국제올림픽위원회에 정식 가입했다. 이를 계기로 댄스 스포츠라는 용어가 생겨났다. 모던 댄스의 왈츠는 ‘빙빙 돈다’는 뜻으로 1178년 프랑스 파리에서 처음 추었다는 설과 1780년경 남부 독일의 민속춤 ‘랭드라’에서 유래되었다,

왈츠는 19세기 무렵에 이르러 유럽 전 지역에서 전성기를 이뤘는데 오스트리아 빈에서 처음 시작된 ‘비엔나 왈츠’, 미국 ‘보스톤 왈츠’가 이때 등장했다. 20세기 초 영국에서도 왈츠가 대유행을 했는데 이때는 모두 ‘라운드 댄스’라고 일컬어지는 발레풍의 춤이었다. 1922년경 무도 강사 빅터 실베스터가 ¾회전의 ‘대각선 회전법’을 창안하면서 오늘날의 왈츠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왈츠는 원래 스핀너(Spinner)라는 이름으로 불리다가 19세기 무렵 요한스트라우스의 왈츠 음악이 대유행하면서 ‘비엔나 왈츠’로 불리게 됐다. 스핀너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비엔나 왈츠의 춤 동작은 ‘실 감는 기계’ ‘큰 수레바퀴’라는 말로 비유된다. 3박자에 맞추어 추는 이 춤은 그만큼 연속회전 동작이 많기 때문이다.

탱고는 콜럼비아의 ‘하네바라 탱고’와 아르헨티나의 ‘밀롱가’에서 탱고의 기원을 찾는다. ‘하네바라 탱고’가 아르헨티나에 소개되면서 ‘밀롱가’와 접목돼 현재의 ‘아르헨틴 탱고’가 탄생했다. 아르헨티나 하층계급의 춤이었던 탱고는 항구, 선창가, 밀롱가 이외에는 금지된 춤이었지만, 1919년 프랑스에 탱고가 소개되면서 대중화의 물꼬를 트게 됐다. 더구나 1920년 파리에서 상영된 탱고영화가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새로운 스타일의 ‘프렌치 탱고’가 등장하기도 했다. 이후 프렌치 탱고는 유럽풍의 우아한 동작으로 재발전해 지금의 ‘콘티넨탈 탱고’로 만들어졌다. 현재 탱고는 아르헨티나를 대표하는 정열적이고 리드미컬한 ‘아르헨틴 탱고’와 유럽에 건너가 새로운 색채가 입혀진 ‘콘티넨탈 탱고’가 양대 산맥을 이루게 된다.

퀵스텝은 왈츠가 회전 위주라면 퀵스텝은 직선적인 춤이다. 1921년 미국의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흑인들이 추던 ‘찰스톤 춤’이 뉴욕에 건너가 현대 무도의 아버지라 불리는 무용가 버논 캣슬에 의해 지금의 퀵스텝으로 다시 태어났다.

폭스트롯은 1914년경 미국에서는 버논 캣슬을 주축으로 ‘자연 가로 보행법’이 유행했다. 이는 ‘캣슬 도법’이라는 명칭으로도 불렸는데, 춤출 때의 ‘도법’을 평상시 걸음걸이에서 착안해 댄스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폭스트롯을 보고 있으면 ‘동물의 속보’가 연상되기도 하는데 이는 여우나 말 등 네 발 짐승이 경쾌하게 움직이는 빠른 걸음걸이를 춤에 응용한 것이다.

라틴 댄스의 삼바는 리듬이 매우 격렬한 브라질의 대표적인 민속춤으로 목화밭에서 일하던 아프리카 흑인 노예들이 노동의 시름을 잊기 위해 특유의 노랫가락에 맞춰 추던 춤이 라틴 댄스로 자리 잡게 됐다. 브라질의 가장 성대한 축제 ‘리우 카니발’은 그야말로 ‘삼바 대축제’라고 할 수 있는데 해마다 전 세계 수많은 관광객들이 삼바 춤을 배우기 위해 몰려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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