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가 류준열

지구기행 - 觀8

[아마데우스]

천상의 선율, 주옥같이 아름다운 오페라, 환호성 지르며 열광하는 관객, 짧은 삶의 흔적, 이승에 남겨두고 비엔나 슈테판 성당 장례식장에서 어두컴컴한 공동묘지로 가는 길, 주검 실은 수레바퀴 덜커덕 덜커덕 굴러가고 있다. 수레 뒤 조문객 누구 한 사람 따르지 않고 홀로 북망산 가는 길, 짙어오는 어둠에 쌓여 스산하게 부는 바람소리 들으며 가는 길, 올 때도 혼자이듯 갈 때도 혼자 쓸쓸히 가는 길

매장의식 하나 없이 수레 위 주검 어둠에 둘러싸여 큰 구덩이 속으로 폐기물처럼 내팽개쳐지며 떨어져 내리다. 다른 주검들 속 아무렇게나 섞여 영원 속으로 들다. 아마데우스의 허전하고 쓸쓸한 북망산 가는 길 떠올리며, 녹색으로 치장한 평원과 울창한 숲, 오밀조밀하게 펼쳐진 마을 지나, 아마데우스 태어나고 자란 소금의 성 짤츠부르크에 가다.

울긋불긋 꽃으로 수놓은 미라벨 정원, 산등성이 우뚝 솟은 호헨 짤츠부르크 성, 검붉은 물 출렁거리며 굽이굽이 흐르는 짤자흐 강, 뾰족한 첨탑과 호화찬란한 조각 새겨진 짤츠부르크 대성당, 우아하고 예스런 멋 풍기는 로마식 건물 즐비하게 늘어선 게트라이데 거리, 4층 노란색 건물 하나 만나다. 손길 묻은 피아노와 바이올린, 숨결 스민 악보, 가족 초상화, 자신의 마음 담긴 서신, 아마데우스 살아생전 사용한 물건 남아있는 노란색 4층 생가 앞에서 탄생과 죽음 되뇌어 보다. 자기 앞에 주어진 삶의 나날들 짧든 길든, 무심하게 흐르는 세월 지나고 나면 생사는 한 순간이다.

오페라 인형극 돈지오반니 공연장 무대 위, 날아갈 듯 산뜻하고 멋들어진 옷차림, 우스꽝스럽고 경박한 몸짓, 감미로운 선율 빚어내는 능수능란한 손짓, 귀족들 둘러쓰는 꽁지머리 은색 가발, 해학과 기지 번뜩이는 눈동자, 이백 여년 세월 뛰어넘어 현세에 환생하여 동서양 남녀노소 관객 휘어잡고 있다.

*아마데우스 ; 모차르트 이름이면서 밀로스 포만(Milos Forman) 감독의 영화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 천재 음악가. 1756년 오스트리아 짤츠부르크에서 출생하여 1791년 사망

동유럽 기행 (독일,오스트리아,헝가리,슬로바키아,폴란드,체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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