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기행 - 觀9
수필가 류준열

[마자르]

중유럽 다뉴브 강기슭 갖가지 조각품으로 치장한 백색 성 어부의 요새, 옛날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전설 서려 있는 고깔모자 쓴 일곱 개 탑 아래 서다. 거대한 마챠시 사원, 역사의 상흔 간직한 부다 왕궁, 다뉴브 강에 길게 놓여 있는 세체니 다리, 94미터 높이의 웅장한 국회의사당, 건국의 왕 기리는 성이스트반 대성당을 자신의 발아래 두고, 옛날 자신이 걸어온 험난한 길 되살리는 듯, 경건한 자세로 과거와 현재 추상하며 침묵에 빠져 있다.

세월 너머 알타이 산맥 동쪽 아시아 평원에서 수만리 달려온 자신들 이야기 대변하며 유유히 흘러가는 푸른 다뉴브 바라보고 서 있다.

마자르는 만주 벌판이나 몽골고원에서 살다가 이웃 종족들에 눌려 더 이상 활개치고 초원 달릴 수 없어 떠나야만 했다.

달과 별 등불삼아, 푸른 초원 찾아 떠돌며, 기아와 병마에 시달려도 동족들 죽어나도 발길 멈출 수 없었다. 내리쫴는 태양에 목말라하고, 추위에 떨며, 엄습하는 공포에 젖기도 하면서 뜬눈으로 밤을 지새워야 했다. 처음으로 밟아보는 낯선 땅에서

신천지 향한 일념, 남북으로 뻗어 있는 거대한 알타이 산맥도, 아시아와 유럽의 사이 길게 누워있는 우랄산맥도, 내딛는 발길 멈추게 하지 못했다. 삶의 둥지 틀 이상향 다뉴브 다다를 때까지 푸른 초원 달리던 조상, 고깔 쓴 일곱 개 탑 되어 후손들 흥망성쇠 바라보며 오늘도 묵묵히 서 있다.

*마자르 : 헝가리를 세운 아시아계 유목 민족

*어부의 요새 : 다뉴브 강 기슭 뾰족한 고깔 모양 일곱 개의 탑이 있는 성체

동유럽 기행 (독일,오스트리아,헝가리,슬로바키아,폴란드,체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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