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가 류준열

[다뉴브 야경(夜景)]

물의 땅 부다와 불의 땅 페스트 사이로 흐르는 다뉴브에는 두 지역 경계 허물고 서로 이어져 부다페스트 도시 탄생시킨 세체니 다리가 놓여 있다. 밤이면 다리는 다뉴브 양안 불빛 서로 만나 하나가 되는 화려하고 거대한 불꽃 길 된다.

그 길 걷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찬란한 불꽃에 휩싸여 황홀함으로 타올라 밤하늘 별빛처럼 황금빛으로 물든다.

찬란한 불꽃에 쌓여 물결 위에 떠있는 우아한 세체니현수교 뒤로 하고, 화려한 불 밝힌 큼지막한 밤배에 오른다.

살랑거리며 불어오는 밤바람 안고 사방에서 쏟아내는 불빛 부딪혀 반짝이는 은파 헤치며 미끄러지듯 나아간다.

밤하늘 높게 떠서 머리 위로 따라오는 둥근달, 불 켜고 흥겨운 음악 울리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수면 위 미끄러지며 지나가는 밤배, 옆으로 줄줄이 다가왔다 멀어지는 휘황한 불 밝힌 크고 작은 건축물, 밤하늘 수놓으며 울리는 왈츠 가락, 덩달아 춤추는 듯 넘실거리는 물결, 다뉴브의 밤은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며 연출하는 거대한 오페라 무대

수백 년 전부터 최근세까지 이민족 치하에서 억압받으며 피폐하게 살아온 곤고한 역사, 다뉴브 물결은 알고 있는지 모르고 있는지.

무심하게 흘러가는 물결 바라보며 부다페스트 소녀의 죽음 떠올리다.

다뉴브 물결은 요한 스트라우스의 경쾌한 곡 따라 추는 왈츠다. 아니 다뉴브 물결은 슬픈 역사 반추하며 추는 구성진 한마당 살풀이다.

*세체니 다리 : 헝가리 다뉴브 강에 놓인 8개의 다리 중 가장 아름다운 다리

*부다페스트 소녀의 죽음 : 김춘수 시인의 시. ‘죽어서 한결 가비여운 네 영(靈)은/ 감시의 일만의 눈초리도 비칠 수 없는/ 다뉴브 강 푸른 물결 위에 와서/ 오히려 죽지 못한 사람들을 위하여 소리 높이 울었다.’

*요한스트라우스 2세 : 오스트리아 작곡가. 왈츠의 황제

동유럽 기행 (독일, 오스트리아, 헝가리, 슬로바키아, 폴란드, 체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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