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된 아버지 권유에 배 농사 시작
배농사로 7~8천 매출, 내년 1억 목표
매주 토요일 휴일, 가족과 보내는 날

진주 문산읍 부일농원은 자연과 함께 농사를 짓고 싶어 인공수정을 하지 않는다.
진주 문산읍 부일농원은 자연과 함께 농사를 짓고 싶어 인공수정을 하지 않는다.

 

진주시 문산읍 부일농원 정경원 대표는 올해 39세다. 그는 공무원 준비, 농협계약직, 세스코 등 다른 일을 하다 아버지 권유로 배 과수원을 운영하는 4년차 농부다.

정 대표는 천정초등학교, 진주남중, 동명고등학교, 경상대를 졸업한 진주 토박이다. 어린 시절 부터 강남동, 칠암동에 살면서 인근 학교를 졸업한 그는 현재도 칠암동에서 아내, 딸과 함께 살고 있다.

그는 대학을 졸업한 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다. 1년 간 진주에서 공부했지만 지인들이 많아 집중이 안됐다. 이에 서울 노량진에 올라가 공부하며 시험을 쳤다. 생활비가 부족해 커피숍 알바도 하며 3년간 8번 이상 공무원 시험을 쳤지만 낙방한다. 이후 정 대표는 공무원 시험을 포기하고 진주로 다시 내려가 취업했다.

16년 째 과수원 운영하던 아버지에게 농사 교육

그는 31살 늦은 나이로 농협 계약직을 첫 직장으로 구한다. 이후 계약이 끝나고 세스코에 들어가 일을 했다. 본인 적성에 맞고 급여도 높아 오래 일하고 싶었지만 배 과수원을 하는 아버지가 연세가 많아 일이 힘들어졌다며 정 대표를 부른다. 그는 “예전부터 배 과수원을 하라고 했지만 농사가 너무 싫어 끝까지 거절했다. 하지만 아버지 연세가 많아 몸이 아프시기 시작 한 뒤에는 거절하기가 힘들어 농사일에 뛰어 들었다”고 말했다.

정 대표 아버지는 진주사범대를 나와 교직에 몸담다 퇴직 후 과수원을 시작했다. 16년간 과수원을 운영하다 3년 전부터 아들에게 기술을 가르치며 농사를 같이하고 있다. 정 대표는 “현재 5500평에 920주 농사를 짓고 있다. 3년 된 초보 농부라 완벽하지는 못하지만 최선을 다해서 농사를 지어 매출이 꾸준히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농사도 마찬가지겠지만 배 농사도 1년 농사다. 봄에 수형을 잡고 끈으로 가지를 눕힌다. 4월에 꽃이 피면 열매를 크고 예쁘게 하기 위해 꽃을 솎아주는 일을 한다. 이후 열매가 열리면 봉지를 싸서 벌레나 세균 침입을 방지하고 과실 색을 예쁘게 만든다. 여름철 수확이 끝나고 가을에 잎이 떨어지면 구덩이를 판 뒤 퇴비를 넣는다. 마지막으로 겨울에는 가치지기를 한다. 그는 “배는 땅의 성질에 따라 키우는 방법이 다르다. 누가 잘했다가 아닌 각자 키우는 노하우가 있어 그 땅에 맞는 농사법을 터득해야 고소득을 올릴 수 있다”고 한다.

정 대표는 홈페이지를 만들어 인터넷으로도 판매할 예정이다.
정 대표는 홈페이지를 만들어 인터넷으로도 판매할 예정이다.

 

홈페이지 판매로 매출 1억원 목표

정 대표 농장은 인공수정을 하지 않는다. 자연 그대로 키우고 싶어 고집을 부리는 것이다. 그는 “인공 수정은 좋은 점이 많다. 꽃을 동시에 수정시키기 때문에 과실의 크기가 균일하다. 하지만 인건비가 비싼 단점이 있다. 자연수정은 수정시기가 달라 크기에서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자연 그대로 키우고 싶어 벌로 수정을 시킨다”고 말했다.

배 수확 시기는 8월부터 10월까지다. 8월에 나오는 올배는 직거래로 판매해 마진이 좋다. 이때 가격은 공판장보다 1.5~2배가량 더 높다. 이후 9월 말부터 나오는 배는 직거래 20%, 나머지 80%는 공판장으로 간다. 정 대표는 “아무래도 직거래가 많아야 마진이 높다. 올해부터 홈페이지를 만들어 인터넷 판매를 활성화 시킬 예정이다”고 말했다.

부일농원의 현재 매출액은 7~8천만원 정도 된다. 정 대표는 “현재 평수에는 1억이 넘어야 된다. 하지만 여태까지는 배우는 과정이라 그만큼 안 나왔다. 경험도 쌓이고 기술이 늘어 올해부터는 1억원 이상 매출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가족 위해 토요일은 쉬는 날

그는 올해로 4년차 농부가 됐다. 보통 과수원은 부부가 같이 농사를 짓지만 정 대표는 아내를 농장에 나오지 않게 한다. 그가 농사를 싫어했고 강도 높은 배 농사일을 아내에게 시키기 싫어서 그렇다.

또 토요일에는 일을 하지 않는다. 5살 딸이 가족끼리 마트에 가거나 가까운 곳에 여행가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바쁘더라도 토요일은 쉴 수 있도록 노력한다. 정 대표는 “나도 지금 농사일을 하지만 너무 힘들다. 이렇게 힘든 걸 아는데 어떻게 아내에게 시키겠나. 가끔 도와줬으면 하는 생각도 들지만 딸이 아직 어려 육아가 우선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시원 기자

배는 1년 농사로 봄부터 겨울까지 계절마다 할 일이 있다.
배는 1년 농사로 봄부터 겨울까지 계절마다 할 일이 있다.

정경원 대표가 귀농인에게 해주고 싶은 말

현재 귀농·귀촌과 관련된 교육이나 방송을 보면 성공한 사람 위주로 나온다. 하지만 대다수 사람들은 실패를 하거나 생계가 어렵다. 어느 정도 자금 여유가 있는 사람이 아닌 이상 많은 시간과 강도 높은 노동을 해야 먹고 살 수 있다. 성공한 사례들을 믿지 말고 본인이 직접 다른 사람 밑에서 일을 하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인지 확인하고 시작하면 된다. 지자체 교육과 실습 교육을 최소 2년간 받으면 자리를 잡기 수월하다.

저작권자 © 경남연합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