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용수

3.함정

2.

태완이도 신자가 주변에 있을 때는 안 보는 척하지만 신자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지켜보고 있기 때문에 신자의 이러한 태도변화를 감지하면서 얼굴도 예쁘고 마음씨도 좋은 신자가 자신을 좋아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태완이는 신자가 옆에 오면 좋아하는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고 공연히 신자에게 심술을 부리기도 하고 짓궂은 장난을 쳐서 울리기도 하였지만 신자가 숙제를 해 오지 않았다거나 수업시간에 졸거나 장난을 치다가 벌 청소라도 하게 되면 은근히 신자에게 다가가서 청소를 도와주면서 신자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전하기도 하였다.

한번은 학교 체육시간에 같은 반 길우가 신자의 치마를 들치면서‘아이스케키’하면서 놀린 적이 있다.

그런데 문제는 신자의 팬티 엉덩이 부분이 찢어져 알궁둥이 한쪽이 보이게 되었고, 신자의 궁둥이를 본 길우가 “신자 빤쯔는 째진 빤쯔”하고 고함을 질러 신자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얼굴을 감싸 쥐고 엉엉 우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이 때 멀리서 지켜보던 태완이가 득달같이 나타나 길우의 멱살을 잡고 땅바닥에 꼬나 박은 후 주먹으로 마구 때려 길우가 코피가 터지고 이마가 까지는 상처를 입었다.

길우와 태완이는 그 길로 선생님에게 불려가서 교무실 안에서 ‘엎드려 벋혀’ 자세로 몽둥이 찜질을 당하였다.

이날 선생님께 혼이 난 태완이와 길우는 화장실을 물청소하는 벌을 받고 늦게 집에 가게 되었는데 신자는 교문 밖 구멍가게 옆에서 태완이를 기다리다가 태완이가 나오는 것을 보고 태완이에게 다가가 고맙다면서 등뒤에 감추고 있던 달걀 아이스케키를 하나 건네준다.

학교 앞 구멍가게에서 여름이면 가게아저씨가 가마니 위에 둥그런 쇠통을 눕혀 놓고 땀을 뻘뻘 흘리면서 이리저리 굴려 아이스케키를 만드는데 다 만들어진 아이스케키의 모양이 달걀과 같다고 하여 달걀 아이스케키로 불린다. 달걀아이스케키는 사카린으로 달게 만든 물에 파란색, 노란색, 빨간색물감을 넣어 입안에 들어가면 사카린 냄새가 더 진동을 하지만 가만히 있어도 저절로 땀이 나는 여름 철, 아이스케키는 별미중의 별미로서 아이들에게 최고로 인기 높은 군것질이다.

“태완아, 힘들었제?, 많이 안 아팠나?”

“아이다, 이까짓 게 뭐 아프다고.”

“니 선생님한테 엉덩이를 맞았다면서?”

“응”

“많이 맞았나?”

“응, 나는 10대 맞았는데 길우는 10대도 더 맞았다. 처음에 선생님이 10대씩을 때린다고 했는데 그노마가 엄살이 심해서 몇 대 더 맞았다.”

“니는 엄살 안 부맀나?”

“나는 니 생각하면서 맞으니까 하나도 안 아프더라.”

“정말이가, 정말로 내 생각하면서 맞았나?”

“그래, 그라고 앞으로 누구든지 니를 괴롭히면 나는 가만 안 놔 줄거다. 선생님에게 혼이 나더라도 그놈 시키 쥐어 패 줄끼다”

“그래 고맙다 태완아, 내는 집에서도 누구하나 내 편이 돼 주는 사람이 없는기라, 그래서 언제나 쓸쓸한데, 인자 힘들 때는 니 생각하면서 이겨 낼란다.”

아이스케키가 녹아 손가락 사이를 삐져 나온 뻘건 물이 태완이의 손등을 타고 팔꿈치로 흘러 내린다.

“빨리 빨아 무라, 다 녹는다.”

“니 무슨 돈이 있어가 이 걸 샀노?”

“내일은 내가 사주께, 나는 우리 할매가 용돈을 많이 준다.”

“그래 내일은 니가 사 도”

신자가 기분이 좋아 손에 들고 있던 신발주머니를 휘두르면서 걷다가 태완이 엉덩이를 건드린다.

선생님한테 맞아 퉁퉁 부은 엉덩이 부분을 신발주머니가 건드리자 기겁을 하고 신음 소리를 낸다.

“미안테이, 내가 일부러 그런게 아인데...”

“알고 있다. 마 인자는 괘안타.”

“아이다, 니 엉덩이 한번 보자, 우째 돼 있는지...”

“개안타, 부끄럽게..., 개안타 카이...”

“그래도 한번 보자.”

“개안타 카이, 니 같으마 길에서 바지를 까 내리고 엉덩이를 비 주겠나?”

“남자야 머 어떻노, 여자는 안 되지만...”

“그거야 남자고 여자고 다 같은 기라.”

“정 그라마 바지위로 맞은 데를 한번 살짝 만져 보자.”

“그것도 안된다.”

“와?”

“부끄러워서 안된다.”

“남자가 부끄럼도 많데이...”

결국 신자는 바지위로 태완이의 엉덩이를 만져 보았다. 매 맞은 엉덩이가 부어올라 울퉁불퉁하다.

태완이는 엉덩이가 아프기도 하지만 신자의 부드러운 손으로 만져 주니 금새 다 나은 것 같기도 하다.

매를 잘 맞았다는 생각이 든다.

신자는 태완이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마음을 감추지 않고 그대로 전하면서 전에부터 태완이를 좋아하였다고 고백한다.

태완이는 오늘 있었던 일이 꿈만 같았다.

그렇게 예쁜 신자가, 그렇게도 콧대가 높던 신자가 자신에게 좋아한다는 고백까지 하였으니 이 보다 더 행복한 일은 세상에 다시없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태완이는 아픈 것도 잊고 신자와 장난을 치면서 집으로 왔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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