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칼럼-1

대표원장 양준모
전)안산로하스한방병원과장
창원 자윤한의원

최근의 이슈가 되고 있는 우리나라 출산율이 심각하게 낮아지고 있어 문제다. 저 출산의 문제는 여러 가지 사회적 문제가 원인이기도 하지만 부부가 아이를 낳고 싶어도 생기지 않는 불임(不姙)도 본질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 불임이라는 말은 최근에 과학적 개념과 심리적 스트레스를 고려하여 난임(難妊)이라는 사회적 용어로 바꿔 사용하고 있다. 여성의 기혈은 기본적으로 임신의 과정을 원활하도록 하는데 소모되고 있으며, 월경을 순조롭도록 하여 우리 몸 안의 내분비계가 정교하게 작용하도록 한다. 한방에서는 이 현상을 천계(天癸)라고 하며 황제내경(黃帝內經)이라는 고전에서부터 다루어 졌다.

천계에 대한 고대인들의 시각을 살펴보면, 여성은 14세에 이르면서 임신이 가능해진다(二七 而天癸至 任脉通 太衝脉盛 月事以時下 故有子)고 한다. 남성은 16세에 자녀를 가질 수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二八 腎氣盛 天癸至 精氣溢瀉 陰陽和 故能有子). 여기서 가장 중요하게 작용하는 오장육부는 신(腎)이라는 장기이다. 어린 시절 해구신(海狗腎)이라는 말을 처음 듣고는 ‘왜 물개의 생식기(生殖器)를 신(腎)이라고 지칭하는지’가 궁금했는데, 알고 보니 이런 의미였다. 이러한 의미로 예전부터 신(腎)은 생식기능과 연관시켰던 것이다.

우리 몸의 장부가 활동을 잘하여 생기는 정미로운 기운을 정(精)이라고 하고, 그 정을 모아두는 곳을 신(腎)이라고 한다. 기운이 쇠하기 시작한 여성은 49세가 되면 천계가 마르면서 아이를 가질 수 없게 된다(七七 任脉虛 太衝脉衰少 天癸竭 地道不通 故形壞而無子也)고 언급되어 있다.

고대인들의 흥미로운 구절을 살펴보면, 여성의 임신율이 급격히 떨어지는 35세에 대해서 ‘양명 맥이 쇠하기 시작한다’는 구절(五七 陽明脉衰 面始焦 髮始墮)이 눈에 뛴다. 대조적으로, 남성에 대해서는 아이를 가질 수 없다는 구절이 없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아이를 가질 수 없다거나 아이의 수명에 대해 언급한 부분이다. 몸이 허약해지고 건강이 약해지면 오장이 쇠하면서 정(精)이 부족해지고 천계가 말라가면서 아이를 가질 수 없게 된다(今五藏皆衰 筋骨解墮 天癸盡矣 故髮鬢白 身體重 行步不正 而無子耳)는 부분에서 몸이 약하지도 않고, 검사에서도 별 이상이 없는데 아이가 생기지 않는 경우를 생각하게 된다. 난임 진료를 하여보면, 의외로 많은 분들이 자궁과 난소에 큰 이상이 없는데 난임의 고통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2018년 영국 BBC 뉴스 기사에는 남성의 나이가 45세가 넘어서 아이를 갖게 될 경우, 그 아이는 어린 나이에 암, 자폐, 조울증 등의 발병 비율이 높아진다고 했다. 남성의 정자가 나이가 들면서 열화(劣化)되는 것이 발병의 원인으로 본다. 꼭 나이가 많지 않더라도 담배를 피우거나 위험물질에 노출되거나 과로를 하게 되면, 정자가 빠르게 노화하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한의학에서는 부모의 나이와 건강에 따라서 자녀의 수명도 달라진다고 한다. 그리고 부모가 늦게 아이를 갖게 되는 경우에는 오래 살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의도(醫道)라고 했다. 정리하면여성은 자궁, 난소뿐만 아니라 오장육부 모두 건강해야 하며, 남성도 정자 건강에 신경을 써야 한다. 남·녀 모두 나이는 특히 중요하고, 나이가 많을수록 임신율이 감소할 뿐만 아니라, 자녀의 건강과 수명까지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요즘과 같은 만혼(晩婚)은 좋은 현상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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