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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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연합신문
  • 승인 2020.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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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소설가 김용수

3.함정

3.

태완이는 먼저 집으로 들어 왔다.

저녁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밖으로 나와 수돗간에 걸터앉아 대문 밖의 동정을 살핀다.

신자를 때려 코피를 터뜨렸으므로 이 사실을 신자가 제 엄마에게 말하면 틀림없이 신자 엄마가 씩씩거리면서 태완이 집으로 와서 난리를 칠게 뻔하다.

만약 신자 엄마가 쳐들어오면 잽싸게 도망가기 위하여 밖에 나와 앉아 있는 것이다.

태완이는 대문 밖의 동정을 살피면서 하늘을 쳐다본다.

구름 속에 흘러가는 달이 오늘 따라 유난히 밝다.

남자는 태양이라고 했다.

여자는 달이라고 한다.

둥그렇게 뜬 달 속에 신자의 맑은 얼굴이 보인다.

조금만 참으면 될 걸 왜 신자를 때리고 왔는지 스스로 미워진다.

신자의 코에서 피가 났는데 괜찮은지 궁금하다.

신자가 피를 흘리면서 집에 갔다면 틀림없이 신자엄마가 태완이 집으로 쳐들어 와서 발악 같은 고함을 지르면서 태완이 멱살을 잡고 한 볼태기를 때렸을 것이 틀림없는데 그러지 않고 조용한 것으로 보아 신자가 자신에게 맞은 것을 제 엄마에게 일러 주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신자에게 찾아가서 미안하다고 사과를 할까 하는 생각도 해 보지만 자신이 없다.

가시나가 변덕이 심하여 도무지 맞출 수가 없다.

달이 구름 속에 가리워진다.

신자의 얼굴도 사라져 간다.

구름에 가린 달은 구름이 벗겨질 때 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지만 신자는 찾아 갈 수가 있으니 다행이다.

신자 집에 찾아 가서 사과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용기가 나지 않는다.

머뭇거리면서 앉았다 일어섰다를 반복하면서 무슨 말을 할까해도 좋은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다.

달이 구름 속에서 다시 고개를 내민다.

달을 가리고 있던 옅은 구름이 서서이 벗겨 지면서 달빛에 반사되어 맑은 금빛으로 물든 구름이 너무 황홀하다.

신자 얼굴같이 미끈한 달은 저 높은 하늘에서 용기없는 자신을 탓하면서 용기를 내라고 한다.

일단은 신자 집에 가 보기로 한다.

들어갈 용기는 없으므로 집 앞에서 기다려 보기로 한다.

다행히 신자가 밖으로 나오거나 대문 안에 있더라도 모습만 보이면 신자를 조용히 불러내어 사과를 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태완이가 신자 집으로 가기 위하여 막 일어서려는데 할매의 목소리가 들린다.

담장 너머에서 태완이를 바라보고 있다.

“태완이 아이가, 니 왜 거기 앉아 있노?”

“예, 가슴이 답답해서 나와 앉아 있심니더.”

태완이는 깜짝 놀라 응겁결에 대답한다.

마치 나쁜 짓을 하다가 들킨 아이처럼

“애 들이 답답한게 어디 있노, 니 선생님한테 야단 맞았나?”

“아니예...”

태완이의 목소리는 자신이 없다.

“엄마, 아부지 한테 혼 났나?”

“아입니더.”

“그라마 와 그라노?, 답답하니까 할매한테 와 봐라, 내가 가슴 답답한거 고쳐 주께.”

“괘안타니까예.”

“아, 이놈아 할미 손이 약속이다, 퍼뜩 건너와 봐라.”

“알았심더.”

태완이는 신자 때문이라는 말을 하고 싶었으나 차마 쬐끄만 녀석이 계집애 때문에 가슴앓이를 한다고 흉볼까 봐 신자 말은 하지 못하고 그냥 고분고분 할매한테 넘어간다. 할매집을 드나들 때 대문으로 돌아가면 너무 멀기 때문에 담장이 허물어 진 곳을 통하여 넘나든다.

이것은 태완이 뿐만 아니라 태완이 엄마나 아버지, 심지어 할매까지도 두 집 사이를 드나드는 통로이다.

처음에는 이 통로가 꽤나 위험하였지만 태완이 아버지가 할매 편리하게 다니도록 허물어진 돌더미를 치우고 잘 정리해 놓았기 때문에 담장 너머 드나드는데 별 위험은 없다.

태완이가 담장 너머 할매 집 마당으로 들어가자 할매는 마루로 가서 앉으면서 태완이에게 누워 보라고 말없이 손짓을 한다.

태완이는 할매가 또 침을 놓을까봐 지레 겁을 먹고 괜찮다고 손사레를 치지만 할매는 어림도 없다.

“누워 보라카이...”

할매의 언성이 좀 올라간다. 태완이는 할매의 언성이 높아지는 걸 보고 군말 없이 마루에 누우면서 다리는 밑으로 늘어뜨린다.

태완이가 옆에 와서 눕자 할매는 태완이 손을 잡아당겨 손목의 맥을 짚어 보고 이어서 왼손으로 목의 경동맥 부분을 지긋이 누르면서 동시에 오른손으로는 태완이의 누런 런닝셔츠를 들치면서 가슴속으로 손을 넣어 젖꼭지에서 겨드랑이 쪽과 가까운 천지(天地)와 겨드랑이와 가까운 팔 안쪽의 천천(天泉) 부분을 강하고 빠르게 문지르면서 천지와 천천 부분에 손이 갈 때는 특히 더 세게 누른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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