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임상에서 많이 등장하게 되는 질문들 중의 일부는 음식에 관한 것입니다. ‘어떤 음식이 몸에 좋은지, 본인의 체질은 어떤 체질인지, TV에서 누가 좋다고 한 특정 음식은 한의학적으로 맞는지’ 등등의 질문을 자주 접합니다. 어떤 분은 식사는 잘 챙겨 먹지 않고 영양제를 한 주먹 씩 드신다고도 합니다.

TV에서도 음식에 대한 방송을 실제로 많이 하지요. 각종 프로와 홈쇼핑(Home Shopping)에서 비트(Beet)가 좋다, 브라질너트(Brazil Nut)가 좋다, 비타민(Vitamin) D가 좋다, 노니(Noni)가 좋다는 식으로 종류는 달라지지만 매회 특정 음식이나 식품, 영양제가 어디 어디에 좋다고 하고, 그러한 내용이 유행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음식은 음식일 뿐이고 약은 아닙니다. 이런 음식을 찾아다니고 먹는다고 건강이 좋아지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 어딘가에 좋다는 것은 효능이 부풀려지거나, 특정 상황에서만 좋을 수 있기 때문이며, 실제 효과가 있어도 미미하기 마련입니다. 한 때 유행했던 글루코사민(Glucosamine)은 결국 효과가 없다는 논란과 함께 지나갔습니다. 그 외에도 무수한 식품, 영양제들이 논란과 함께 지나가거나 명멸(明滅)했던 것을 기억하실 겁니다. 그렇다고 체질과 음식의 관계를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식이조절이 중요할 때도 있습니다. 한의학에서 약과 음식의 근원이 같다는 약식동원(藥食同源)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즉, 음식이 약이 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음식이 약이 될 수 있다는 말은, 독과 약은 맥락을 같이한다는 개념과도 통합니다. 체질 의학에서는 체질 별로 좋은 음식도 있습니다. 모든 음식은 성향이 조금씩은 치우쳐 있어 미약한 독이 있으므로 장기간 섭취하면 독이 누적되기도 하고, 약이 되기도 한다는 말이지요. 따라서 우리가 여러 음식을 골고루 먹음으로써 그 성향들을 중화시키는 것입니다. 일상적으로 먹는 음식이라도 특정한 음식을 오랜 기간 동안 먹으면 드물게 약이 될 수도 있겠지만, 애초에 별다른 병이 없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독으로도 작용합니다.

언제가 한 방송에서 비타민 영양제조차도 이롭지 않고 오히려 해로울 수 있다고 하여 많은 반향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칼슘(Calcium)과 비타민 D를 같이 먹는 것이 중풍 위험을 증가시킨다고도 했지요. 그러나 먹거리가 넘치는 현실 속에서 사람들이 ‘몸에 좋다는 음식을 많이 먹는 것’보다는 ‘음식을 덜 먹는 것’이 몸에 더 좋다는 것입니다. 이런저런 안 좋은 음식들을 많이 먹으면서, 좋은 식품이나 영양제를 찾아서 먹는 것은 별로 효과가 없을 뿐만 아니라 도리어 해로울 수도 있습니다. 소박한 한식을 천천히 맛있게 먹는 것이 여러 건강식을 챙겨 먹고 영양제를 잔뜩 먹는 것보다 훨씬 건강한 식단일 수 있습니다.

‘지방(脂肪)의 역설(逆說)’이나 ‘소금의 진실(眞實)’과 같은 책을 잘 이해한다면 음식은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더 좋습니다. 식(食) 문화는 오랜 세월의 지혜가 농축된 문화입니다. 지금까지 하던 대로 맛있는 식사를 즐기시면 됩니다. 직접 재료를 다듬고, 조리하고 정성이 들어간 음식이 몸에도 좋습니다. 지나치게 짜지 않고 입에 적당히 맞도록 요리하여 천천히 꼭꼭 씹어 먹으면 더 좋습니다. 새로운 것은 없고 모두가 다 아는 것입니다.